[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강인은 수비를 가르치는 감독을 만날 때마다 선수로서 한층 성장했다. 이번엔 수비 전술로는 끝판왕 격인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을 만난다.
이강인이 파리생제르맹(PSG)을 떠나 아틀레티코마드리드로 가는 게 확정적이다. 아틀레티코 관련 공신력이 월등하다고 알려진 루벤 우리아 기자를 비롯한 현지 기자와 매체들은 이강인이 총 이적료 4,000만 유로(약 696억 원)에 아틀레티코로 향한다고 전했다. PSG 입장에서는 2023년 2,200만 유로(약 383억 원) 영입료의 두 배 가까운 금액으로 이강인을 판매했다.
이강인이 아틀레티코로 가는 건 여러 이점이 있다. 스페인어에 능통하고 발렌시아와 마요르카를 거치며 오랫동안 스페인 생활을 해온 이강인에게 아틀레티코는 결코 낯선 환경이 아니다. 아틀레티코는 PSG만큼 주전 경쟁이 치열할지언정 그들처럼 리그 선수단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선수단을 극단적으로 구분하는 팀도 아니다.
시메오네 감독도 오래전부터 아틀레티코가 이강인을 영입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적어도 감독의 외면을 받은 선택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강인이 아틀레티코에서 주전급 대우를 받을 걸로 기대된다.
이강인과 시메오네 감독의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는 또 있다. 이강인은 선수 경력에서 수비를 가르치는 감독을 만날 때마다 성장했다. 처음 이강인이 프로 무대에서 경쟁력을 드러낸 2022-2023시즌 마요르카에는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있었다. 아기레 감독은 공격에 비해 수비 전술을 잘 가다듬는 걸로 알려져있다. 그 명성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멕시코 대표팀을 이끌고 5경기 중 4경기에서 무실점 경기를 했다는 걸로 증명된다.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이 수비 가담과 경합에서 한 단계 성장하도록 이끌었다. 수비 전환 과정에서 즉각적으로 압박하고 경합을 벌이는 법을 터득하면서 이강인은 라리가 중위권 팀인 마요르카 주전으로 성장했다. 이강인에게도 수비력 향상은 선수 인생 전환점이 됐다. 이전까지 이강인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한 파울루 벤투 당시 한국 대표팀 감독은 이강인 발탁에 대한 거센 여론에도 그를 기용하지 않았는데, 마요르카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루자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이강인을 ‘특급 조커’로 활용해 큰 재미를 봤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성장을 바탕으로 2023년 여름 프랑스 명문 PSG로 이적했다. 이강인은 그곳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만났다. 엔리케 감독은 2014-2015시즌 바르셀로나에서 유러피언 트레블(리그, 국내컵, UCL 석권)을 달성하며 명성을 높였지만, 이후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아쉬운 행보를 보이며 경력이 조금 꺾인 상태였다. PSG에서도 첫 시즌은 특출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킬리안 음바페가 나가고 엔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강렬한 전방 압박 체계가 완성되며 PSG는 2024-2025시즌 유러피언 트레블, 2025-2026시즌 UCL 2연패를 달성하는 강팀이 됐다.
이강인은 여기서 중추적인 역할을 맞지는 못했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에게 배우며 전방 압박 강도와 위치 선정에서 마요르카 시절보다 더 큰 발전을 이뤘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우스만 뎀벨레, 데지레 두에 등 주전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지는 태생적 한계가 아니었다면 이강인이 PSG에서도 주전을 맡을 만큼의 수비력은 갖췄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강인이 아틀레티코에서 맡게 될 역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시메오네 감독은 엔리케 감독보다는 높은 강도의 축구를 구사하지 않는다. 리그와 UCL을 분리할 수 있는 환경인 PSG와 달리 아틀레티코는 리그와 UCL 양쪽에서 전력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PSG가 UCL에서 보여주는 강렬한 축구를 하기 힘들다.
대신 시메오네 감독은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는 데 일가견이 있다. 시메오네 감독은 4-4-2 전형을 재해석해 짠물 수비를 선보이며 2010년대 현대 축구 전술사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는 활동량과 조직력 증대를 위해 지독할 정도의 훈련량을 가져가는 걸로 알려져있다.
이강인에게는 전성기 초입에 다시 한번 ‘스텝업’할 기회다. 이강인은 활동량 측면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 수비 가담에서도 이전보다 나아졌을 뿐 소위 세계적인 선수들의 그것보다는 아직 부족하다. 시메오네 감독은 수많은 선수들을 지도하며 그들을 팀에 헌신하는 수비적인 선수들로 바꿨다. 아틀레티코의 아이콘 중 한 명이었던 앙투안 그리즈만이 대표적이다. 그리즈만은 시메오네 감독 밑에서 공격은 물론 수비적으로 탁월한 선수가 돼 2010년대 후반부를 대표하는 공격수 중 한 명이 됐다.
이강인은 수비를 잘 가르치는 감독을 만날 때마다 성장했다. 마요르카와 PSG에서는 아기레 감독과 엔리케 감독을 만나 자신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를 성공적으로 보완했다. 아틀레티코에서는 수비 전술에 있어 ‘끝판왕’ 격인 시메오네 감독을 만난다. 이강인이 시메오네 감독 밑에서 잘 수학한다면 PSG에서 한계로 여겨졌던 지점을 돌파하고 잠재력이 만개해 정말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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