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N] 굿도 보고 떡도 먹고… 동해안별신굿 180분의 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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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N] 굿도 보고 떡도 먹고… 동해안별신굿 180분의 신명

뉴스컬처 2026-07-07 18: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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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유산 기획공연 ‘굿도 보고 떡도 먹고’. 사진=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국가무형유산 기획공연 ‘굿도 보고 떡도 먹고’. 사진=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바다를 향한 기도와 마을 축제가 남산에 상륙한다. 동해안별신굿은 강원 고성부터 부산 다대포까지, 해안 지역 전승 마을굿이다. 풍어와 안녕, 뱃사람의 무사, 공동체 복을 비는 의례다. 무가, 무악, 무무가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다. 국가무형유산 기획공연 ‘굿도 보고 떡도 먹고’는 굿청의 신성함과 잔치 흥을 객석 가까이 불러온다. 동해안별신굿은 1985년 국가무형유산 등재됐다. 세습 무계가 굿을 전담한다. 지역에 따라 2~3년 또는 긴 주기로 치러졌다. 마을 수호신과 바다 신을 청해 제를 올리는 구조다. 신명, 위로, 풍요, 해원이 하나로 작동한다. 무당 노래와 춤, 악사 장단, 지화로 꾸민 굿청은 마을 사람들에게 의례 공간이자 축제 마당이었다.

김동연 동해안별신굿 보존회장은 공연에 앞서 "5대를 이어온 김씨 일가의 손끝과 목소리로 보존했다"고 말했다. "풍어 기원 별신굿부터 망자 넋을 기리는 오구굿까지, 인간사 희로애락을 신명 나는 가락과 춤사위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통 틀을 지키며 현장 관객과 호흡하고 재담과 놀이를 살리는 힘이 동해안굿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굿을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로 규정한다. "서로의 안녕을 비는 귀한 시간"이라며 "화려한 지화 아래 펼쳐지는 역동적인 몸짓과 힘찬 장단을 가까이에서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객을 굿청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참여형 연희다.

첫 순서 ‘문굿’은 굿청 문을 여는 절차다. 신과 사람의 출입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공연장 안에서 무대와 객석 사이 경계를 낮춘다. 악사는 장단으로 공간을 깨우고, 연행자는 소리와 몸짓으로 의례 시작을 알린다. 관객은 구경꾼에 머물지 않고 굿청 안쪽으로 초대된다. ‘부정굿’은 굿당 부정을 씻어내는 정화 과정이다. 굿 진행 전 탁한 기운을 털어내고 공간을 맑게 연다. 동해안굿에서 부정 제거는 의례의 첫 조건이다. 잡스러운 기운이 걷힌 뒤에야 수호신을 모시고, 마을의 복을 빌고, 망자 넋을 위로하는 절차가 힘을 얻는다.

‘골메기굿’은 마을 수호신 골메기 성황에게 안녕과 번영을 비는 항목이다. 골메기당제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수자들의 장중한 분창과 합창이 골메기 성황을 향한 기원을 드러낸다. 여러 목소리가 쌓이며 개인 소망은 마을 단위 울림으로 커진다. ‘세존굿’은 당금애기 설화를 근거한다. 자손의 출산, 수명, 재복을 관장하는 세존신을 위한 절차다. 당금애기 서사는 무가 속 생명 탄생과 가문의 복을 이야기한다. 굿청에서 신화는 서사로만 남지 않는다. 창자의 목청, 장단 굴곡, 몸의 방향이 신화 인물을 현재 감각으로 불러낸다. 풍요를 비는 뜻은 관객 삶과 겹쳐진다.

‘천왕굿’은 천왕신에게 마을 안과태평을 기원한다. 하늘을 향한 기원은 무대 위 몸짓 방향과 장단 상승감으로 나타난다. 큰 소리와 빠른 박만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절차의 격을 지키며 신격을 모시는 품새가 중요하다. 동해안굿의 힘은 균형에 있다. 엄숙함과 흥, 기원과 놀이가 서로를 누르지 않고 한 공간 안에서 움직인다. ‘성주굿’은 집안 수호신인 성주신을 모시고 가정 평안을 비는 항목이다. 마을 단위 안녕이 각 집 평안으로 내려온다. 제상 앞에 놓인 떡과 과일, 지화, 촛불은 복을 기원하는 물질적 표식이다. 객석에서 보는 굿은 낯선 의례가 아니다. 집과 가족의 무탈함을 비는 익숙한 마음에 닿는다.

‘무속사물’은 오구굿 중 초망자굿에서 연주하는 드렁갱이 장단을 타악합주로 재구성했다. 오구굿은 망자 넋을 위로하는 동해안굿의 중요한 영역이다. 드렁갱이 장단은 타악 밀도와 신체적 에너지를 앞세운다. 장구, 북, 징, 꽹과리 음색이 다른 높이와 질감을 갖고 부딪힌다. 망자를 위한 위로가 무겁게 침잠하기보다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흔드는 박동으로 전환된다. ‘동해 무무’는 삼오동, 바라, 댕기 무무를 재구성했다. 젊은 무집단의 군무와 강한 에너지, 음양의 조화를 내세운다. 동해안별신굿에서 춤은 장식이 아니다. 신을 모시고 보내는 과정, 복을 청하고 슬픔을 푸는 과정이 몸의 방향과 발의 리듬에 새겨진다. 남산 무대의 동해 무무는 차세대 전승자들이 굿의 몸짓을 어떻게 변주하는지 보여준다.

마지막 ‘뱃노래’는 모시고 청한 신들을 극락세계로 환송하는 절차다. 바다는 동해안별신굿의 출발점이자 마지막 이미지다. 배를 띄우고, 신을 보내고, 남은 사람의 평안을 비는 노래는 의례 문을 닫는다. 첫 문굿이 굿청을 열었다면, 뱃노래는 신과 사람의 만남을 마무리한다. 관객에게는 한바탕 흥 뒤에 남는 정화의 감각이 길게 남는다.

굿청에서 떡은 복을 나누는 매개다. 전통 굿이 가진 치유의 힘은 눈앞의 화려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과 신, 산 자와 망자, 이웃과 가족을 잇는 마음이 장단과 몸짓을 타고 객석까지 번질 때 굿은 살아난다. 서울남산국악당 극장은 잠시 마을 제의 공간으로 변한다. 남산에서 열리는 동해안별신굿은 과거 재현보다 살아있는 전승의 현재를 드러낸다. 관객은 굿을 보고, 떡을 나누며, 한여름 오후 180분 동안 서로의 안녕을 비는 오래된 방식을 다시 만난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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