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가 있는데도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해야 합니다."
최근 재발성·불응성 소세포폐암 환자와 가족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이어 지난 6월 말에는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치료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촉구했다. 환자와 가족들이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요구하는 약은 암젠의 면역항암제 임델트라(성분명 탈라타맙)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등재되면 환자는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된다.
전체 폐암의 약 15%를 차지하는 소세포폐암은 공격적인 암 중 하나로 꼽힌다. 암세포 증식 속도가 매우 빠르고, 진단 당시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항암치료에 반응하더라도 수개월 안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재발 후에는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극히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소세포폐암을 '치료 선택지가 가장 부족한 암' 중 하나로 꼽는다.
현재 400~500명 정도로 추정되는 소세포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요구하는 임델트라는 기존 면역항암제와 치료 방식이 다르다. 기존 면역항암제는 항암제의 암세포 공격을 방해하는 PD-1(면역관문 수용체), PD-L1(면역관문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인 반면, 임델트라는 BiTE(바이테, 이중특이적 T세포 결합체) 기술을 이용해 면역세포(T세포)를 암세포 바로 옆으로 끌어와 직접 공격하도록 만드는 약이다.
임델트라는 소세포폐암 세포에 많이 발현되는 DLL3(Delta-like Ligand 3) 단백질과 면역세포의 CD3를 동시에 결합한다. 정상 조직에서는 DLL3 발현이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 NCCN(미국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은 임델트라를 재발성 소세포폐암 환자의 권고 치료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역시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환자들이 이 약을 사실상 사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임델트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다. 건강보험 혜택 없이 비급여로 치료를 받을 경우 1회 투여에 수천만 원, 연간 치료비는 수억 원에 이를 수 있어 대부분의 환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환자들이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강력히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5월 재발성 소세포폐암 환자 가족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청원인은 "아버지가 1·2차 치료에 모두 실패했고 임델트라가 사실상 마지막 치료 기회지만, 너무 비싼 치료비 때문에 치료를 이어갈 수 없다"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호소했다.
이 청원은 한 달 만에 국회 심사 요건인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폐암환우협회 등은 지난 6월 30일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델트라의 신속한 급여 등재를 촉구했다.
이들은 "소세포폐암은 암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몇 달의 심사 지연도 환자에게는 생명을 잃는 시간"이라며 "치료제가 존재하는데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조속히 급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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