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두 건 중 한 건은 기존 재계약을 갱신한 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계약이 크게 줄어든 반면 갱신 계약은 상대적으로 작은 감소폭을 보이면서 재계약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영향이다. 연립·다세대는 갱신 비중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문 것과 달리 아파트에서만 '눌러앉기'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은 5만735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갱신 계약은 2만8770건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신규 계약은 2만6764건(46.7%)으로 갱신 계약보다 적었고, 계약구분 미표기 계약은 1820건(3.2%)이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에서 갱신 계약 비중이 40.4%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9.8%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전체 전세 거래 중 신규 계약이 크게 줄고 갱신 계약 수요가 유지되면서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새 전셋집을 구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보증금의 규모가 커졌고, 기존 세입자들이 이사보다 재계약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35% 오르며 약 1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자치구별로는 성동구와 성북구가 각각 0.55% 상승했고, 구로구(0.54%), 도봉구(0.53%) 등 외곽 지역으로도 상승세가 확산됐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와 전세 매물 부족이 맞물리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규 전세 계약의 감소폭은 갱신 계약보다 훨씬 컸다.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 계약은 지난해 상반기 4만810건에서 올해 상반기 2만6764건으로 34.4% 줄었다. 반면 갱신 계약은 같은 기간 3만2251건에서 2만8770건으로 10.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신규 세입자가 체결할 수 있는 계약 물량 자체가 시장에서 빠르게 줄면서, 전체 전세시장의 순환이 둔화된 셈이다.
반면 연립·다세대는 전세사기 이후 선호도가 낮아진 영향으로 아파트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에서 갱신 계약 비중은 36.4%에서 36.3%로 사실상 변동이 없었다.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파트로 실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전세시장의 순환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신규 세입자의 주거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이 늘어날수록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미국 IAU 교수)는 "전셋값이 크게 오른 데다 시장에 나온 매물도 부족해 세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집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가격 부담도 있지만 원하는 조건의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사보다 재계약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를 중심으로 갱신 비중이 상승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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