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북아현2구역이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이주를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인근 전세시장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조합원만 약 1200명에 달하는 데다 세입자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의 주거 수요가 한꺼번에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현뉴타운과 공덕, 마포·서대문 일대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이주 일정이 잇따라 조정되고 일부 관리처분 조건 변경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조합원과 세입자들의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북아현2구역은 조합원만 약 1200명 규모인 대형 재개발 사업장이다. 세입자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이 동시에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야 하는 만큼 정비업계에서는 하반기 서울 서북권 전세시장의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면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대거 인근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학군과 교통 여건을 고려해 북아현뉴타운과 북아현동, 공덕동을 비롯한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대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전세가격 부담이 큰 경우에는 은평구와 강서구 등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은 서부권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마포구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4월 101.5를 기록하며 기준 시점인 지난 1월(100)보다 1.5% 상승했다. 이후 5월 101.9, 6월 102.4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주 수요 유입이 예상되는 강서구도 같은 기간 101.2에서 101.9로, 은평구는 100.9에서 103.2로 각각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북아현2구역 이주가 본격화될 경우 이들 지역의 전세 수요가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아현2구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재개발 이주 수요는 대부분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아이 학교나 직장 문제 때문에 가능한 가까운 곳에서 전셋집을 찾는 경우가 많아 북아현뉴타운과 공덕, 마포 일대 전세 문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전셋값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은평구나 강서구처럼 비교적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조합원과 세입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재개발이 끝난 뒤 새 아파트에 다시 입주하기까지 몇 년 동안은 기존 생활권에서 살아야 하는데 이주비 대출만으로는 인근 전셋집을 구하기 쉽지 않다"며 "전셋값도 계속 오르고 있어 비용 부담이 더 커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입자 정수연 씨(38·여)는 "현재 전세금으로는 이 근처 아파트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아이 학교를 옮기고 싶지 않아 최대한 가까운 곳을 알아보고 있는데 원하는 지역에서 집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관리처분 인가 이후 속도전…사업 안정성이 향후 변수
북아현2구역 재개발사업은 지난 4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으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대문구는 지난 4월 23일 북아현2구역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한 뒤 같은 달 29일 이를 고시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재개발 사업에서 일반적으로 착공과 이주를 앞둔 마지막 핵심 절차로 평가된다. 정비업계에서는 흔히 '사업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표현하는 단계다.
북아현동 520번지 일대 북아현2구역은 면적 12만2776㎡(약 3만7100평)에 지하 5층~지상 29층, 임대주택 401가구를 포함한 총 232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충정로역과 아현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 입지에 삼성물산·DL이앤씨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는다.
아현초와 봉래초, 북성초를 비롯해 한성중·아현중·한성고 등이 인접해 있고 대흥동 학원가 접근성도 뛰어나 서북권 대표 학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입지적 장점 때문에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면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려는 전세 수요가 더욱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합도 최근 설계용역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내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며 이주와 착공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실제 이주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북아현2구역 내 한 공인중개사는 "조합에서는 당초 9월 이주를 이야기했다가 이후 10월, 최근에는 11월까지 거론되는 등 일정이 계속 조정되고 있다"며 "정확한 이주 시기가 확정되지 않다 보니 조합원과 세입자 모두 주거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1+1 입주권과 관련한 관리처분 조건 변경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주를 앞둔 시점에 조건 변경이 추진될 경우 조합원 간 소송 등 추가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사업 일정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아현2구역의 대규모 이주가 단기적으로는 인근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이를 흡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흔들릴 경우 사업 지연과 조합원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재개발 사업에서는 수천 명의 이주 수요가 한 시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인근 생활권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학군과 직장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은 전세 물건이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에는 사업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인가를 받은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간 갈등이나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이주와 착공 일정이 늦어지고 그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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