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을 겪은 의사가 비만대사수술과 GLP-1 계열 치료제로 약 40kg을 감량한 경험을 공개했다. /셔터스톡
평생을 괴롭히던 비만이라는 질병에 맞서 직접 수술대에 오르고, 최신 주사제까지 투약한 의사가 있다. 체중 118kg의 고도비만에서 78kg으로 약 40kg을 감량한 장형우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비만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호르몬과 뇌가 지배하는 의학적 영역으로 규정하며 최근 화제인 비만 치료제의 투약 경험을 7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생생하게 털어놨다.
17년간의 처절한 사투, 그리고 수술의 한계
장형우 교수는 과거 전공의 시절이던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체중이 118kg까지 불어났다.
부정맥, 지방간, 수면 무호흡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적신호가 켜지자 그는 덴마크 다이어트, 저탄고지, 간헐적 단식, 황제 다이어트 등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30kg 이상을 감량해야 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일반적인 식이요법은 한계가 명확했다.
장 교수는 "저탄고지로 107kg까지 뺐지만 그 이상은 내려가지 않았다"며 "비만에서 비만으로 이동하는 정도밖에 안 된다"고 회고했다.
결국 그는 6년 전 비만 대사 수술을 선택했다. 수술로 체중은 큰 폭으로 줄었지만, 뇌는 끊임없이 과거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신호를 몸에 보냈다.
장 교수는 "물리적으로 먹는 양은 제한되지만, 뇌에서는 계속 비상사태로 인식한다"며 사람에 따라 감량된 체중의 절반 정도가 다시 복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쉬운 거였나"… 의사마저 배신감 느끼게 한 GLP-1
수술로도 완전히 통제되지 않던 몸의 항상성을 무너뜨린 것은 다름 아닌 약이었다. 장 교수는 2년 전부터 본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되었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위고비, 마운자로 등)를 맞기 시작했다.
GLP-1은 식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체내에서 2~3분 만에 사라지는 이 호르몬이 100시간 이상 유지되도록 만든 것이 해당 약제들의 원리다.
장 교수는 "이 약을 맞으면 116kg로 돌아가야 한다는 뇌의 신호를 무력화시킨다"며 "밤에 무언가를 먹어야 만족스럽던 증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간단하게 약리학적인 방법으로 해결이 되는 거였나 싶어 상당한 배신감마저 느꼈다"고 토로했다. 약을 투여하면 먹는 양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몸이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려는 의지 자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물 오남용 위험과 막대한 비용 문제
하지만 기적의 약에도 주의할 점과 넘어야 할 산은 분명히 존재한다.
한 라디오 청취자가 "위고비를 맞고 가슴이 조이고 숨이 막히더니 오히려 8kg가 쪘다"고 호소하자, 장 교수는 투약 기준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연구는 체질량 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합병증이 있는 경우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며 "그 밑 체중에서 맞고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본인을 상대로 스스로 연구를 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약물 중단 시 나타나는 이른바 '요요 현상'도 피할 수 없다. 장 교수는 "약을 끊으면 다시 찌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약처럼 비만 약 역시 평생 맞아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큰 장벽은 연간 500만 원에서 55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다.
장 교수는 "제약회사 차원에서도 가격 인하가 있어야 한다"며 "특허가 풀리고 복제약이 쏟아져 나오면 향후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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