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이 희귀 내분비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는 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
7일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내분비대사내과 이시훈·엄영실 교수와 노민수 박사,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이헌상 교수, 한윤서 대학원생이 공동 연구팀을 꾸려 이 같은 성과를 냈다.
연구팀은 희귀 내분비질환의 원인 유전자 변이를 신속하게 가려내는 유전체 분석 플랫폼 ‘EVE(Endocrine Variant Extractor)’를 개발했다. 이를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해 국내 처음으로 새로운 ‘GATA3’ 유전자 변이도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Endocrinology’에 실었다.
희귀 내분비질환은 환자 수가 적고 증상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WES)이 희귀질환 진단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다만 검사 한 번에 수십만 개의 유전자 변이가 나오는 탓에 원인 변이를 가려내려면 고도의 생명정보학 분석이 뒤따라야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EVE는 이 같은 분석 과정을 자동화한 플랫폼이다. 원시 유전체 데이터를 입력하면 의료진이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임상 보고서를 만들어낸다. 413개의 내분비질환 관련 유전자를 중심으로 분석해 방대한 변이 가운데 진단에 필요한 후보를 신속하게 골라낸다. 의료진이 희귀질환의 원인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고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연구팀은 실제 환자 데이터로 EVE의 성능을 검증했다. EVE는 32만 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를 1천 개 수준으로 압축해 불필요한 변이 99.6% 이상을 걸러냈다. 전체 분석은 3시간 만에 끝났다. 의료진의 분석 부담을 크게 줄이는 동시에 진단 속도와 정확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연구팀은 저칼슘혈증과 난청 증상을 보인 28세 환자에게 EVE를 적용해 성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HDR 증후군의 원인인 GATA3 유전자의 새로운 프레임시프트 변이(c.517delG)를 확인했다. 해당 변이는 국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도 등록되지 않은 새로운 병인 변이였다. 가족 분석을 통해 부모에게는 없는 신생(de novo) 돌연변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는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 유전상담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는 가천대 길병원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고려대학교의 생명정보학 기술이 결합한 융합 연구 성과다. 연구팀은 EVE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국내외 연구자와 의료진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는 다양한 환자의 유전정보를 축적해 ‘내분비 유전자 변이 아틀라스(Endocrine Variant Atlas)’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시훈 교수는 “임상의가 복잡한 생명정보학 지식 없이도 유전체 분석 결과를 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유전 변이 정보를 축적하고 AI 기반 분석 기술까지 접목하겠다”며 “정밀의료 시대의 새로운 진단 표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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