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게임사들이 ‘GTA6’(Grand Theft Auto6)와 정면 대결을 피하기 위해 신작 출시 일정을 잇따라 조절하는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GTA6’ 출시일과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개막일이 오는 11월 19일로 겹쳤기 때문이다.
‘GTA6’는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게임이다. 화제성만 놓고 보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는 어떠한 신작과 게임 전시회의 소식을 덮을 정도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사 사이에서는 신작 출시 시점을 조정하고 올해 지스타 출전을 보류해야 할지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게임사는 모바일에서 콘솔로 신작 방향성을 조정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추면서 국내 전시회 참가를 한층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지스타 조직 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전시회 자체의 체질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 게임사 떨게한 ‘GTA’는 어떤 게임?
‘GTA’ 시리즈는 지난 1997년 1월 1편이 출시된 이후 4억7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락스타게임즈의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특히 ‘GTA5’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매출 10억 달러(한화 약 1조5290억원)를 달성한 게임이자 지난 10년간 미국 내 판매량 및 매출 기준 최대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지금까지도 유지하며 여전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오픈월드 기반 콘텐츠의 압도적 자유도다. 유저는 실제 도시를 재현한 월드 안에서 일상생활은 물론 고난도 스턴트와 레이싱 그리고 살인, 강도, 밀수 등 범죄 행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
일부 국가는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성을 이유로 정식 출시를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대중의 관심과 화제성을 모으는 계기가 되어 대체 불가능한 게임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 시리즈 팬과 게임 업계의 시선은 ‘GTA6’에 쏠린다. ‘GTA6’는 전작으로부터 13년 만에 출시되는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전작 ‘GTA5’ 배경이던 로스 산토스를 뛰어넘는 가상 도시 ‘레이오나이다 주’를 무대로 두 주인공의 일대기를 조명할 예정이다.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된 이유는 게임에 투자된 천문학적인 개발비와 최신 기술에 있다. 락스타게임즈 모회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는 공식적인 개발비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최소 20억 달러(한화 약 3조678억원) 이상 자금이 ‘GTA6’에 투입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스트라우스 젤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인터랙티브 혁신 컨퍼런스에서 ‘GTA6’를 향한 높은 기대감에 대해 만족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종전에 없었던 고퀄리티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흥미롭지만 게임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개발비가 투입된 만큼 흥행에 실패했을 때 직면할 리스크 규모 역시 천문학적일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경영진의 걱정과 달리 ‘GTA6’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종전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 공개된 1차 트레일러는 공개 하루 만에 '24시간 만에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 비디오 게임 공개 영상'을 포함해 기네스 세계 기록 3개 부문에 등재됐다. 현재는 2억8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 일정을 ‘GTA6’ 출시 전후로 전면 재조정하는 추세다. 업계의 이목과 화제성이 ‘GTA6’에 집중되는 상황인 만큼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홍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정략적 판단이다. 유저 역시 게임사의 행보를 비판하기보다 시장 구조상 당연한 선택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분위기다.
GTA6 출시가 지스타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
문제는 ‘GTA6’ 출시일과 지스타 개막일이 오는 11월 19일로 일치한다는 점이다. 락스타게임즈보다 약 2개월 앞서 개최 일정을 발표했던 지스타 조직위 입장에서는 화제성이 분산되는 리스크를 마주한 상황이다.
이러한 기류는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GTA6’ 출시와 맞물려 연내 신작 출시를 예고했던 게임사들은 일정을 내년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마땅한 출품작이 없는 상황에서 화제성 분산 우려가 커진 지스타 참가 자체에 대한 실효성도 검토하는 분위기다.
출전에 회의적인 주된 요인은 마케팅 기대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지스타 참가는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스 비용 외에도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시연대를 마련할 경우 게임 시연 버전을 제작하는 데만 수개월의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임에도 출전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유저들의 시선이 ‘GTA6’에 집중되어 있고 업계의 역대급 불경기가 겹친 만큼 매년 관행에 가까웠던 지스타 출전을 계속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시연 버전을 별도로 제작하는 과정은 소규모 게임 하나를 새로 개발하는 것과 같다”라며 “때문에 지스타 출전보다 내년 신작 출시 시점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실리적이라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깔려있다”라고 말했다.
‘GTA6’발 여파는 게임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스타 부스는 단순 게임 시연을 넘어 인기 크리에이터와 소통 이벤트 및 방송 콘텐츠를 연계한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이에 따라 어떤 크리에이터가 행사에 참여하느냐 여부도 지스타의 대중적 화제성과 홍보 효과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게임사와 MCN 모두 크리에이터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오프라인 현장 행사 참여보다 개인 방송 플랫폼에서 ‘GTA6’ 스트리밍 콘텐츠 진행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작 스트리밍이 조회수와 시청자를 확보하는데 지표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
신작의 부재와 부스 구성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GTA6’ 출시로 인한 하반기 신작 공백은 해외 게임 전시회 역시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지만 출시일과 개막일이 완전히 겹친 지스타 입장에서는 화제성 방어를 위해 대책을 더욱 치열하게 강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GTA6는 시작일 뿐, 달라질 국내 게임 전시회의 판도
지스타 조직위는 국내 게임사의 전시회 기피 현상을 단순히 ‘GTA6’ 출시에 따른 일시적인 악재로만 진단하지 않고 있다. 매년 지스타 대형 부스를 책임지던 단골손님 격인 국내 대형 게임사가 행사를 외면하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이미 예측했다. 올해 초 온라인 및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도 판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조직위가 전망을 예측한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산업 구조 변화가 있다. 첫째는 과거 모바일 게임에 집중되었던 국내 게임사의 사업 방향이 콘솔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게임사들의 목표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저변 확대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국내 게임사는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의 일환으로 콘솔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P의 거짓’과 ‘붉은사막’ 등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게임들은 게임사들이 콘솔 개발에 리소스를 투입하는 객관적 근거가 됐다.
게임사와 유저 입장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이 출시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게임사는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넓히고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유저는 특정 플랫폼에 편중되지 않은 여러 장르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 전시회 주최사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개발에 통상 수년이 걸리는 콘솔 게임 특성상 게임사는 매년 지스타에 맞춰 새로운 신작을 출품하고 부스를 조성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모바일 게임은 한 개발사가 프로젝트 다수를 동시에 가동할 수 있어 매년 지스타마다 여러 신작을 출품할 수 있었다. 당시 넥슨, 넷마블 등이 매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한자리에서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도 콘솔 게임 대비 투자 리소스가 적고 개발 기간 역시 짧았기 때문이다.
콘솔 게임 개발은 다수의 전문 인력과 자금 그리고 긴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 지스타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다음 지스타에서 시연 버전을 공개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사의 사업 방향 전환은 매년 신작 모바일 게임을 앞세워 지스타 흥행을 견인했던 핵심 기업들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임사의 부재에 따른 신작 공백은 전시회의 화제성과 대중적 주목도를 저하시키는 구조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변화는 국내 게임사의 시선이 해외 시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지스타가 독일 게임스컴이나 일본 도쿄게임쇼 등 해외 주요 게임 전시회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해외 진출을 노리는 일부 국내 게임사는 마케팅 예산을 주목도가 높은 해외 전시회에 우선 집행하려 한다.
개최 시기 측면에서도 지스타의 입지는 해외 게임 전시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다. 독일 게임스컴이나 일본 도쿄게임쇼는 지스타보다 앞서 개최된다. 해당 전시회에서 최초 공개된 신작이라도 지스타가 개최되는 시점에는 이미 온라인을 통해 체험 버전(데모)이 배포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유저 입장에서는 해외 게임 전시회에서 선공개된 신작이 지스타에 출품되더라도 이미 배포된 체험판이나 개인 방송으로 관련 내용을 사전에 확인한 경우가 많다. 지스타 조직위가 관람객들의 전시장 방문 목적이 빠른 속도로 퇴색하고 있다고 분석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의 변화는 국내 MCN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임사가 해외 게임 전시회에 마케팅 예산을 집중하자 크리에이터 역시 오프라인 행사 참석보다 개인 방송 지표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MCN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한중일 외교 및 시장 관계 변화로 도쿄게임쇼 참가가 어려워진 중국 게임사들이 지스타 참가를 희망하면서, 현재 한국 크리에이터 섭외 문의는 오히려 중국 게임사 측에서 더 많이 주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지스타 조직위 “변화를 위한 치열한 고민, 근 시일 내에 보여드릴 것”
지스타 조직위는 여러 악조건이 겹친 상황임을 인정하면서 전시회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의 트렌드 변화와 해외 게임 전시회와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이를 극복할 방안을 계속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그 일환으로 조직위는 온라인 방송 콘텐츠의 대대적인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시한 ‘지스타 2026 개최 위탁 용역 제안서’에 따르면 향후 지스타는 고유한 온라인 브랜드 정체성을 수립하기 위해 새로운 기획안과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 2억5000만원이었던 온라인 기획과 운영, 홍보 예산은 올해 1억5000만원 증액된 총 4억원으로 책정됐다. 이 가운데 온라인 쇼케이스 및 방송과 영상 콘텐츠 제작 예산은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3억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세부 기획안에는 글로벌 온라인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국어 중계 시스템 구축과 플랫폼 최적화 그리고 신작 발표 파이프라인 구축 안건이 포함됐다. 이 중 신작 발표 파이프라인은 독일 게임스컴의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트렌드와 국내 업계의 콘솔 전환 상황을 반영한 지스타만의 오리지널 방송 콘텐츠를 표방하고 있다.
지스타 조직위는 계획을 올해 당장 선보이는 임기응변식 성과 도출에 소모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연구 기간을 거쳐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 게임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만한 가치를 지닌 전시회로 지스타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스타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지스타 참가가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국내외 게임사들에게 실질적인 글로벌 마케팅 효과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게임 전시회의 기능과 가치를 전면 재정립하는 과정에 있다”라며 “올해는 기존과 차별화된 핵심 기획들을 다수 준비한 만큼 근 시일 내에 발표될 지스타의 변화를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송진원 기자 jin1@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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