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갯벌...생명의 보고에서 기후위기 시대 자연자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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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갯벌...생명의 보고에서 기후위기 시대 자연자산으로

뉴스컬처 2026-07-06 17:13: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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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육지와 바다가 하루 두 차례 만나고 헤어지는 공간인 갯벌은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거대한 자연 생태계다. 한국 서남해안을 따라 펼쳐진 광활한 갯벌은 수천 년 동안 조수간만의 차와 강에서 흘러든 퇴적물이 만들어낸 자연유산으로, 오늘날에는 세계가 보전해야 할 중요한 생태계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은 대부분 서해와 남해 연안에 분포한다. 특히 전남 신안과 보성·순천, 여수, 고흥, 무안을 비롯해 충남 서천과 서산, 전북 고창 일대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대규모 조간대를 이루고 있다. 국내 갯벌 면적은 약 2,500㎢에 이르며, 국제적으로는 캐나다 베이오브펀디, 독일·네덜란드·덴마크의 바덴해 등과 함께 세계적인 갯벌 권역으로 꼽힌다.

신안 갯벌. 사진=신안군
신안 갯벌. 사진=신안군

갯벌은 흔히 진흙이 드러나는 바닷가 정도로 인식되지만, 생태학에서는 가장 생산성이 높은 자연 생태계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다. 갯지렁이와 칠게, 농게, 조개류, 낙지, 게를 비롯한 다양한 저서생물들이 살아가고, 이들을 먹이로 삼는 물고기와 철새들이 모여들면서 거대한 생명 순환이 이어진다. 이처럼 풍부한 생물다양성 덕분에 한국의 갯벌은 국제사회에서도 보전 가치가 높은 연안 습지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다.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번식한 철새들은 수천㎞를 날아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서남해안 갯벌을 찾는다. 이곳에서 충분한 먹이를 섭취하고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긴 이동을 이어가기 어렵다. 넓적부리도요와 저어새 등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에게도 한국의 갯벌은 생존을 이어가는 소중한 안식처다.

이 같은 생태적 가치는 지난 2021년 유네스코가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배경이 됐다.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세계적으로 중요한 서식지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했다. 현재 한국의 갯벌은 람사르습지와 중요생물다양성지역(KBA), 중요조류지역(IBA), 생물권보전지역 등 다양한 국제 보호체계와도 연계돼 관리되고 있다.

여수 갯벌. 사진=한국관광공사
여수 갯벌. 사진=한국관광공사

최근에는 갯벌의 탄소 흡수 능력도 주목받고 있다. 갯벌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퇴적층 속에 오랫동안 저장하는 '블루카본' 생태계다. 산림이 흡수하는 그린카본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한 자연 기반 해법으로 평가받으며 국제사회에서도 관련 연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인 규모의 갯벌을 바탕으로 블루카본 연구와 복원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갯벌은 탄소를 저장하는 기능뿐 아니라 연안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바닷물과 함께 유입되는 유기물과 오염물질을 자연스럽게 정화하고, 태풍과 높은 파도로부터 해안을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맡는다. 해양 생물의 산란장과 어린 개체의 서식 환경을 제공하는 만큼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관리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갯벌에는 자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갯벌과 함께 살아온 어촌 공동체의 삶도 함께 이어져 왔다. 계절에 맞춰 조개와 낙지, 바지락을 채취하고,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전통 어업은 생태계와 공존해 온 생활문화로 평가받는다. 자연을 이용하는 동시에 보전해 온 경험은 앞으로의 연안 관리에서도 중요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무안 갯벌. 사진=국가유산청
무안 갯벌. 사진=국가유산청

하지만 한국의 갯벌은 오랫동안 개발 압력과도 맞서야 했다. 산업단지 조성과 항만 개발, 농경지 확보를 위한 간척사업이 이어지면서 서남해안 곳곳의 갯벌이 사라졌고,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연안 습지의 감소는 철새의 서식 환경 축소는 물론 어패류 자원 감소로도 이어지면서 보전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국내 정책도 개발 중심에서 보전과 복원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2019년 제정된 '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은 훼손된 갯벌을 복원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갯벌 생태계 조사와 복원사업,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관리체계 구축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한국의 갯벌을 세계적인 자연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의 갯벌은 람사르협약을 비롯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국제조류보호단체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등 다양한 국제기구와 협력하며 철새와 연안 생태계 보전에 참여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만의 노력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갯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건강한 연안 습지는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고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 생태계로서의 가치까지 더해지면서 갯벌은 미래 환경정책에서도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갯벌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태관광과 환경교육,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관리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역 주민이 보전의 주체로 참여하고 미래 세대가 갯벌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서산 갯벌. 사진=국가유산청
서산 갯벌. 사진=국가유산청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자연유산은 국제적 명예만 얻는 것이 아니다. 유산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후손에게 온전히 전해야 하는 책임도 함께 따른다.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생태 연구, 훼손지역 복원, 지역사회와의 협력은 세계유산 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평가된다.

한국의 갯벌은 지난 2021년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이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국제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생물다양성을 더욱 충실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추가 갯벌을 포함하는 확대 등재를 함께 권고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6월 여수·고흥·무안·서산 갯벌을 추가하는 '한국의 갯벌 2단계'에 대해 세계유산 확대 등재를 권고했다. 최종 결정은 이달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확대 등재가 확정되면 한국의 갯벌은 생태적 대표성과 국제적 위상을 한층 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갯벌은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터전이자 인류가 함께 보전해야 할 자연유산이다.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유산 확대 논의는 이러한 의미를 국제사회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이며, 앞으로도 한국의 갯벌을 건강하게 보전하기 위한 꾸준한 실천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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