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인문학] 마취 없이 총알을 직접 뽑아냈다… 미국 독립 전쟁을 함께 만든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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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인문학] 마취 없이 총알을 직접 뽑아냈다… 미국 독립 전쟁을 함께 만든 여자들

위키트리 2026-07-06 15: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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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 전쟁 하면 으레 백인 남성들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런데 그 전쟁터 한복판에 여성들이 있었다. 총을 들고, 대포를 쏘고, 밤새 강을 건넌 여자들의 이야기다.

■ 여성이라 거절당했다, 그래서 남자가 됐다

데보라 샘슨은 10살에 남의 집 하인으로 팔렸다.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난 탓이었다. 독학으로 노예 계약을 끊어내고 교사가 됐지만, 독립 전쟁이 터지자 군대에 자원했다. 당연히 거절당했다. 전쟁터에 여성의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남자가 됐다. 이름은 로버트 셔틀리프. 키가 컸던 덕에 의심받지 않았고, 용맹함 덕에 최전방에 배치됐다. 전투 중 허벅지에 총알이 박혔다. 의사에게 가면 여성임이 들통날 터였다. 그래서 마취 없이 칼로 직접 총알을 빼내고 혼자 봉합했다.

전쟁이 끝날 무렵 고열로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사이 의사가 여성임을 발견했다. 군법상 처벌이 마땅했지만 의사는 숨겨줬다. 전쟁에서 너무 큰 활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지휘관 패터슨 장군도 처벌 대신 명예 제대와 여비를 챙겨줬다. 미국 정부는 이후 공식적으로 군인 연금을 지급했다. 여성으로서는 거의 최초였다.

어쩌다인문학/데보라 샘슨 설명.

■ 치마에 포탄 구멍이 뚫렸다, 그래도 대포를 쐈다

'몰리 피처'는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독립 전쟁 당시 전쟁터에서 병사들에게 물을 날랐던 여성들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었다. 몰리는 메리의 애칭이고, 피처는 물통이다.

그중 메리 루드 헤이즈는 땡볕 속에서 물을 나르다가 대포를 쏘던 남편이 쓰러지는 걸 목격했다. 그 자리에 바로 들어가 대포를 쐈다. 치마를 입은 채였다. 영국군의 포탄이 두 다리 사이를 지나가며 치마에 구멍을 냈다. 메리는 툴툴 털며 말했다. "조금만 위로 겨냥됐으면 큰일 날 뻔했네."

마그렛 코빈도 같은 상황이었다. 남편이 쓰러지자 그 자리를 메우고 총과 대포를 들었다. 몰리 피처라는 이름은 그렇게 독립 전쟁 여성들의 상징이 됐다.

어쩌다인문학/몰리 피처 설명.

■ 15살 소녀가 밤에 강을 건넜다

다이시 랭스턴은 열다섯 살이었다. 오빠가 민병대원으로 싸우고 있었고, 다이시는 그전부터 왕당파와 영국군의 동태를 오빠 부대에 몰래 전달해왔다.

왕당파 민병대 블러디 스카우트가 오빠 부대를 기습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아버지는 이미 "너무 어리다"며 통금령을 내린 상태였다. 그래도 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잠든 틈에 창문으로 빠져나가 캄캄한 밤길을 달렸다. 강이 가로막혔다. 건넜다. 부대에 도착해 오빠에게 전달하고 돌아왔다. 해가 뜨기 전이었다. 아버지는 몰랐다.

오빠의 부대는 살아남았다. 그런데 왕당파가 첩보가 샜다는 사실을 알고 다이시의 집으로 찾아왔다. 딸이 아닌 아버지가 첩자라고 판단하고 죽이려 했다. 다이시가 몸으로 막아섰다. 거의 육탄전을 치르며 아버지를 살려냈다.

어쩌다인문학/다이시 랭스턴 설명.

■ 어린 나이에 납치된 노예 소녀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시인이 됐다

필리스 휘틀리는 서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열 살도 되기 전에 노예선에 납치됐다. 배의 이름이 필리스였다. 보스턴의 부유한 존 휘틀리의 집에 팔렸다. 이름도 거기서 왔다, 필리스 휘틀리.

영어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완전히 터득했다. 14살부터 신문에 글을 기고했다. 신문사는 직접 찾아와 이 흑인 소녀가 정말 이 글을 썼는지 확인했다. 흑인이 이런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이었다.

미국이 독립하기 3년 전, 런던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책을 출간했다. 노예 신분으로 영국까지 건너가 홍보를 했다. 집주인 존 휘틀리는 런던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를 해방시켰다. 필리스 휘틀리의 시집은 지금도 교과서에 실려 있고, 아직도 팔린다.

어쩌다인문학/필리스 휘틀리 설명.

■ 전쟁터엔 그들도 있었다

남장한 병사, 대포를 쏜 여성들, 강을 건넌 열다섯 살 소녀, 노예 출신 시인. 백인도, 흑인도, 어른도, 아이도 있었다. 미국 독립 전쟁은 그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든 것이었다.

다음 편에선 독립 직후 13개 주가 뿔뿔이 흩어지려던 위기 속에서, 겨우 정족수를 채워 탄생한 미국 헌법의 숨겨진 논쟁과 타협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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