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중상위소득국’ 오른 베트남·필리핀… 韓 기업 동남아 셈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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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중상위소득국’ 오른 베트남·필리핀… 韓 기업 동남아 셈법 바뀐다

뉴스로드 2026-07-06 12:41: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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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그룹이 공개한 2026년 7월 1일 기준 국가소득분류 변경 현황. 1인당 아틀라스 방식 총국민소득(GNI)을 기준으로 토고는 저소득국에서 중하위소득국으로, 베트남·필리핀·스리랑카·미크로네시아·요르단은 중하위소득국에서 중상위소득국으로 올라섰다. 세계은행은 2025년 1인당 GNI 기준 저소득국을 1175달러 이하, 중하위소득국을 1176~4635달러, 중상위소득국을 4636~1만4375달러, 고소득국을 1만4376달러 이상으로 분류했다. [자료=세계은행]
세계은행그룹이 공개한 2026년 7월 1일 기준 국가소득분류 변경 현황. 1인당 아틀라스 방식 총국민소득(GNI)을 기준으로 토고는 저소득국에서 중하위소득국으로, 베트남·필리핀·스리랑카·미크로네시아·요르단은 중하위소득국에서 중상위소득국으로 올라섰다. 세계은행은 2025년 1인당 GNI 기준 저소득국을 1175달러 이하, 중하위소득국을 1176~4635달러, 중상위소득국을 4636~1만4375달러, 고소득국을 1만4376달러 이상으로 분류했다. [자료=세계은행]

세계은행그룹이 5일(현지시간) 2026~2027년 국가소득분류를 공개하면서 베트남과 필리핀이 중하위소득국에서 중상위소득국으로 올라섰다. 이번 분류는 2025년 1인당 아틀라스 방식 총국민소득(GNI)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세계은행은 매년 7월 1일 기준 새 소득분류를 적용하며, 이번 분류는 2027년 6월 말까지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연구기관의 기준 자료로 쓰인다. 세계은행은 올해 218개국을 평가했고, 하향 이동한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서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국가는 베트남과 필리핀이다. 두 나라는 모두 중상위소득국으로 올라섰지만 성장의 성격은 다르다. 베트남은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소득군을 끌어올렸다. 필리핀은 서비스업, 내수, 소비, 해외송금 기반의 가계 구매력이 함께 확대되며 문턱을 넘었다. 세계은행은 베트남·필리핀·스리랑카·요르단·미크로네시아가 중하위소득국에서 중상위소득국으로 이동했고, 토고는 저소득국에서 중하위소득국으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의 삼성전자 공장/연합뉴스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의 삼성전자 공장/연합뉴스

▲저임금 기지의 다음 단계

세계은행은 국가를 저소득국, 중하위소득국, 중상위소득국, 고소득국으로 나눈다. 회계연도 기준 2025년 저소득국은 1인당 GNI가 1175달러 이하인 경제다. 중하위소득국은 1176~4635달러, 중상위소득국은 4636~1만4375달러, 고소득국은 1만4375달러 초과다. 전년(2024년) 기준선은 저소득국 1135달러 이하, 중하위소득국 1136~4495달러, 중상위소득국 4496~1만3935달러, 고소득국 1만3935달러 초과였다. 기준선이 올라간 것은 세계은행이 물가 변동을 반영해 매년 소득구간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승격은 단순한 국가분류 변경이 아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기지, 소비시장, 전력망, 항만, 조선, 금융, 콘텐츠 시장의 가격표가 다시 쓰이는 신호다. 베트남은 더 이상 저임금 생산기지로만 볼 수 없다. 필리핀도 잠재 소비시장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베트남은 제조·전력·소재가 동시에 성장하는 산업 플랫폼이고, 필리핀은 소비·해양·디지털 인프라가 함께 커지는 서비스형 성장시장이다.

삼성전자에는 베트남의 승격이 가장 직접적인 신호다. 삼성은 베트남을 글로벌 스마트폰과 전자제품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키워왔다. 과거 베트남의 강점은 낮은 인건비였다. 그러나 중상위소득국 진입 이후의 베트남은 단순 조립기지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임금이 오르면 저부가 공정에는 부담이 생긴다. 대신 숙련 인력, 현지 협력업체 품질, 부품 조달망, 연구개발 인프라가 함께 성숙된다. 삼성에는 이 변화가 비용 상승이자 생산기지 고도화의 기회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AI 기기, 전장부품, 고급 가전까지 베트남에서 맡길 수 있다면 생산거점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진다. 베트남 내 중산층 벨트가 두터워 질수록 삼성은 베트남에서 만들고, 그곳에서 파는 구조도 강화할 수 있다.

LG전자와 LG이노텍에도 베트남의 승격은 생산거점의 성격 변화를 뜻한다. LG의 베트남 사업은 가전 조립에 머물지 않는다. 전자부품, 차량용 부품, 카메라모듈 등 고정밀 제조와 맞물려 있다. 베트남이 중상위소득국으로 올라서면 현지 공장의 경쟁력도 낮은 인건비보다 공정 안정성, 자동화 수준, 협력업체 품질, 부품 조달 속도로 평가받게 된다.

LG전자에는 현지 소비시장 확대가 새로운 변수다. 소득이 오르면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TV 같은 내구소비재 수요가 저가형에서 중고가형으로 이동한다. 도시 중산층이 두꺼워질수록 고효율 가전, 프리미엄 생활가전, 스마트홈 제품의 판매 기반도 넓어진다. LG이노텍에는 베트남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생산 분산 거점이자, 카메라모듈과 전장부품 같은 고부가 부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축으로 커질 여지가 있다. 베트남의 소득군 상승은 LG에 비용 절감형 공장 운영을 넘어 고부가 생산과 현지 수요 확대를 함께 겨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HD현대베트남조선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HD현대베트남조선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조선 수요 확장

HD현대중공업은 베트남과 필리핀의 소득군 상승을 해양 산업의 변화로 읽어야 한다. 베트남은 제조업과 수출이 커질수록 항만 물동량, 연안 운송, 중형선, 특수선, 에너지 운반선 수요가 함께 늘어난다. 생산기지가 고도화되면 공장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원자재를 들여오고 완제품을 내보내는 항만·선박·물류 체계도 같이 커진다.

필리핀의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도서국가인 필리핀은 경제가 커질수록 바다를 연결하는 산업이 중요해진다. 항만을 오가는 선박, 에너지를 운반하는 선박, 해양 경비를 맡을 함정, 노후 선박을 정비할 조선 인프라가 모두 필요하다. 여기에 남중국해 긴장까지 겹치면서 해양안보 투자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필리핀의 중상위소득국 진입은 방위비와 해양 인프라 투자 여력이 커질 가능성을 뜻한다.

HD현대중공업에는 함정 수주 한 건의 문제가 아니다. 원해경비함, 초계함, 함정 정비·수리·운영지원, 항만 인프라, 상선 건조가 함께 묶이는 장기 시장이 열릴 수 있다. 베트남은 조선 생산과 해양 물류의 거점으로, 필리핀은 해양안보와 선박 수요의 거점으로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 두 나라의 소득군 상승은 HD현대중공업에 동남아 조선·해양 사업의 판을 넓히는 신호가 된다.

LS에코에너지 베트남 생산법인(LSCV) 전경 [사진=LS에코에너지]
LS에코에너지 베트남 생산법인(LSCV) 전경 [사진=LS에코에너지]

▲전력망 수요 열린다

LS전선과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필리핀의 소득군 상승이 전력 인프라 수요로 번지는 지점에 서 있다. 소득이 오르면 가장 먼저 늘어나는 것은 전력 사용량이다. 가정에는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같은 내구소비재가 보급되고, 도시에는 쇼핑몰과 병원, 학교, 물류센터가 들어선다. 기업 부문에서는 데이터센터, 자동화 공장, 전기차 충전망,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가 뒤따른다. 이 모든 변화의 기반에는 송배전망과 전력케이블이 깔린다.

베트남에서는 산업단지와 전자공장이 고도화될수록 안정적인 전력 품질에 대한 요구가 커진다. 저임금 조립공장 단계에서는 비용이 우선이었지만, 고부가 전자·부품·자동화 공정으로 갈수록 정전과 전압 불안은 곧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필리핀에서는 데이터센터 확대, 도서 간 전력망 연결, 재생에너지 계통 접속 수요가 동시에 커질 가능성이 크다. 

LS전선 계열에는 단순 케이블 납품을 넘어 동남아 전력 인프라 투자 사이클에 올라탈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필리핀과 아세안 시장에 공급하며, 해저케이블과 초고압망으로 확장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3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찾아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을 펼쳤다. 신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롯데몰/롯데마트 매장을 시찰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3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찾아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을 펼쳤다. 신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롯데몰/롯데마트 매장을 시찰하고 있다. 

▲식품·물류·콘텐츠가 묶인다

롯데에는 베트남과 필리핀의 소득 상승이 유통·외식·호텔 사업의 체급 변화를 뜻한다. 중상위소득국 진입은 소비자가 가격만 보던 단계에서 브랜드, 위생, 접근성, 냉장·냉동 유통, 복합쇼핑 공간을 함께 따지는 단계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베트남에서는 제조업 임금 상승이 도시 중산층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에서는 젊은 인구와 쇼핑몰 중심 생활문화가 유통·외식 수요를 떠받친다. 롯데마트, 롯데리아, 식품·제과, 호텔, 복합상업시설에는 모두 우호적인 변화다.

핵심은 매장 수 증가보다 소비 방식의 변화다. 소득이 오르면 유통업의 경쟁력은 가격보다 냉장망, 결제 시스템, 멤버십, 자체브랜드, 프리미엄 식품, 체류형 공간에서 갈린다. 롯데가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점포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식품, 외식, 숙박, 쇼핑을 하나의 생활 소비망으로 묶을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동남아 사업의 수익 구조도 단순 판매에서 반복 구매와 체류 소비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

CJ에는 식품, 물류, 콘텐츠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중산층 확대는 K푸드 소비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간편식, 외식, 냉장·냉동 물류, 전자상거래 배송, 영화관,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흐름이다. CJ제일제당에는 비비고와 가공식품의 판매 기반이 넓어진다. CJ대한통운에는 냉장·냉동 물류와 이커머스 배송 수요가 커진다. CJ CGV와 콘텐츠 계열에는 쇼핑몰 중심 문화 소비와 K콘텐츠 확산이 새로운 성장 통로가 된다.

특히 필리핀은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영어권 문화 소비력이 강해 콘텐츠 확산 속도가 빠를 수 있다. CJ가 주목할 지점은 식품, 물류, 콘텐츠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소비자가 한국 식품을 사고, 쇼핑몰에서 외식과 영화를 소비하며,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본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소득군 상승은 CJ가 현지 시장에서 식품 판매, 물류망, 문화 소비를 하나의 소비 생태계로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인도·베트남 경제사절단 동행 위해 출국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연합뉴스
인도·베트남 경제사절단 동행 위해 출국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연합뉴스

▲소득 상승, 내구재와 인프라로 간다

현대차와 기아에는 베트남과 필리핀의 소득군 상승이 자동차 수요의 질적 변화를 뜻한다. 중산층이 두꺼워지면 이동수단은 오토바이와 중고차 중심에서 소형차, SUV, 상용차, 전기차로 넓어진다. 베트남에서는 도시화와 제조업 성장으로 출퇴근용 승용차, 법인차, 물류차 수요가 함께 커질 수 있다. 산업단지와 항만, 도심 물류가 확대될수록 승용차뿐 아니라 상용차 시장도 커진다.

필리핀에서는 도심 혼잡과 도서국가 특성이 SUV, 밴, 상용차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대중교통 교체, 물류망 확충, 관광·서비스업 회복도 차량 수요를 뒷받침한다. 현대차·기아에는 단순 판매 증가에 그치지 않는 기회다. 자동차 금융, 정비망, 부품 공급, 전기차 충전 인프라, 상용 모빌리티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의 중상위소득국 진입은 자동차 시장이 가격 중심의 초기 보급 단계를 지나 브랜드, 유지비, 금융, 사후서비스가 함께 작동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스코와 철강·소재 기업에는 베트남과 필리핀의 승격이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장기화 신호로 읽힌다. 두 나라의 소득군 상승은 공장, 항만, 전력망, 주거단지,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투자가 함께 늘어나는 국면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철강재와 산업소재다. 전력망에는 철탑과 구조물이 필요하고, 항만에는 강재와 파일, 물류센터에는 건축용 강재가 들어간다. 조선과 해양플랜트에는 후판과 특수강 수요가 따라붙는다.

베트남 동나이에 위치한 효성 비나기전 공장 전경
베트남 동나이에 위치한 효성 비나기전 공장 전경

▲제조 고도화, 소재 수요 끌어올린다

베트남에서는 제조업 고도화가 포스코의 수요 기반을 넓힌다. 삼성·LG 등 전자 공장이 자동화되고 산업단지가 확장될수록 고품질 건축재, 설비용 강재, 물류 인프라용 소재 수요가 커진다. 필리핀에서는 항만, 전력망, 주거 개발, 해양안보 투자가 철강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선박과 함정을 만들고, LS전선이 전력망을 깔고, 삼성·LG가 공장을 고도화하는 흐름의 밑단에는 모두 철강과 소재가 놓인다. 포스코에는 베트남과 필리핀의 중상위소득국 진입이 단순 수출 확대가 아니라 동남아 산업 인프라의 기초 수요가 길어지는 신호가 된다.

효성에는 베트남의 중상위소득국 진입이 소재 사업의 체급 변화를 뜻한다. 효성은 베트남에서 섬유, 산업자재, 화학 생산 기반을 키워왔다. 베트남이 저임금 생산기지 단계에 머물 때는 원가 경쟁력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소득군이 올라서면 시장의 요구도 달라진다. 단순 섬유보다 기능성 섬유, 타이어코드, 산업용 소재, 고부가 화학제품의 비중이 커진다.

베트남 제조업이 전자, 자동차, 인프라 중심으로 고도화될수록 소재 수요도 함께 올라간다. 자동차와 물류차량이 늘면 타이어코드와 산업자재 수요가 커지고, 전자·전력·건설 투자가 확대되면 화학소재와 기능성 소재의 활용 범위도 넓어진다. 효성에는 베트남이 단순 생산기지를 넘어 아세안 산업소재 공급거점으로 커질 여지가 있다. 베트남의 승격은 효성에 저가 생산의 효율보다 고부가 소재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주는 신호다.

지난 14일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비텍스코(Bitexco)타워 삼성 쇼케이스에서 신한베트남은행과 삼성전자 베트남 판매법인이 삼성월렛 및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하고 신한베트남은행 강규원 법인장(오른쪽)과 삼성전자 베트남 판매법인 이청용 법인장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지난 14일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비텍스코(Bitexco)타워 삼성 쇼케이스에서 신한베트남은행과 삼성전자 베트남 판매법인이 삼성월렛 및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하고 신한베트남은행 강규원 법인장(오른쪽)과 삼성전자 베트남 판매법인 이청용 법인장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은행 영업이 바뀐다

은행과 금융사에는 베트남과 필리핀의 소득군 상승이 현지 금융시장의 깊이를 키우는 신호다. 신한, 우리, 하나, KB, NH농협, IBK기업은행 등 한국 금융사는 이미 베트남과 동남아에서 영업 기반을 넓혀왔다. 중상위소득국 진입은 가계와 기업의 금융 수요가 단순 예금·송금 단계에서 대출, 카드, 보험, 자산관리, 기업금융으로 확장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개인 고객 쪽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자동차금융, 신용카드, 보험, 소액투자 수요가 커질 수 있다. 소득이 오르면 소비자는 집과 자동차를 사고, 의료·교육·노후 대비 상품을 찾는다. 기업 고객 쪽에서는 무역금융, 설비투자 대출, 외환관리, 공급망 금융 수요가 늘어난다. 베트남에서 삼성·LG 협력망이 고도화되고, 필리핀에서 유통·물류·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 현지 협력업체와 중소기업까지 금융 수요가 넓어진다.

한국 금융사에는 진출 한국 기업을 따라가는 영업에서 현지 중산층과 현지 기업을 직접 상대하는 영업으로 전환할 기회가 생긴다. 베트남에서는 제조업 협력망을 기반으로 기업금융과 공급망 금융을 키울 수 있고, 필리핀에서는 소비금융, 자동차금융, 카드, 보험, 디지털 금융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의 승격은 한국 금융사에 해외 점포 확대가 아니라 현지 금융 생태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공장/연합뉴스
LG전자 베트남 하이퐁 공장/연합뉴스

▲동남아, 셈법 달라진다

이번 발표는 동남아를 보는 한국 기업의 시각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에는 베트남 제조거점의 고도화와 현지 내수 확대를 동시에 가리키는 신호다. HD현대중공업에는 조선, 해양안보, 항만 인프라 수요가 함께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LS전선에는 전력망, 데이터센터, 해저케이블 투자가 늘어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롯데와 CJ에는 중산층 소비 확대가 유통, 식품, 외식, 콘텐츠 시장으로 번지는 계기가 된다. 현대차·기아에는 자동차 보급 확대와 전기차 전환의 초입이 열린다. 포스코와 효성에는 인프라와 산업소재 수요가 길어지는 신호다. 금융사에는 현지 기업과 가계의 신용 수요가 깊어지는 시장이 보인다.

세계은행의 이번 분류 변화는 숫자상의 승격에 그치지 않는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한국 기업이 이미 깔아놓은 공장, 판매망, 조선·전력·물류 인프라가 더 높은 소득 단계의 수요와 만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베트남은 제조, 전력, 소재가 함께 올라가는 산업 플랫폼에 가깝다. 필리핀은 소비, 해양, 디지털 인프라가 동시에 커지는 서비스형 성장시장이다. 한국 기업의 동남아 전략도 비용 절감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싼 생산비가 아니라, 소득이 오른 뒤 새로 생기는 수요를 누가 먼저 잡느냐다.

세계은행 개발데이터그룹 관계자는 “국가소득분류는 세계경제를 맥락화하고 각국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이해하는 신뢰할 수 있는 도구”라며 “다만 단일 지표만으로 한 국가 발전의 복잡성을 모두 포착할 수는 없다”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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