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 시장에서 현재 시세를 반영하는 '신규 계약'과 기존 계약 조건을 승계하는 '재계약' 간 보증금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과 대출 규제 등으로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밀려난 임차인들이 빌라 등 비아파트로 향하는 '탈(脫)아파트' 현상도 뚜렷해지는 추세다.
직방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서울을 중심으로 신규 계약과 재계약 간의 보증금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서울 전용 59㎡형의 신규 계약과 재계약 전세보증금 차이는 지난 1월 3천500만 원이었으나, 6월에는 7천750만 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전용 84㎡형의 경우 같은 기간 4천375만 원에서 8천만 원으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경기도 역시 신규 계약 부담이 커지는 흐름을 보였는데, 전용 84㎡형의 경우 같은 기간 보증금 격차가 1천 50만원에서 5천100만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반면 인천은 신규 계약이 재계약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에 거래되는 흐름은 같았지만, 격차 확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6월 기준 인천의 전용 59㎡형 신규·재계약 간 보증금 차이는 950만 원, 전용 84㎡형은 712만원으로 수도권 내에서 가장 작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거래 시장에서도 재계약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재계약 비중은 1월 47.4%에서 6월 55.0%로 증가하며 신규 계약 비중을 앞질렀고,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38.6%에서 45.4%로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세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 이사 비용 등 부대비용 부담이 겹치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선택하는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작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으나, 연립·다세대·단독 등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11.5%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이 월간 2만 건을 밑도는 달이 속출하는 반면, 서울의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6.3%, 수도권 전체 비아파트 거래도 8.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주거 시장의 '다운사이징'과 '공간적 전이'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분석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4년 32만 가구에서 올해 17만 5천 가구로 급감했다. 여기에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신규 임대 물량이 줄어들었고, 1주택자의 전세대출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대출 문턱까지 높아졌다.
그 결과 2년 전보다 평균 전세 보증금이 약 1억 원(19.1%)이나 오른 서울 아파트 시장을 떠나 비교적 가격 변동이 적은 빌라 시장으로 임차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으로 신규 계약에 필요한 보증금 부담이 커진 데다 이사 비용 등 부대비용까지 고려하면서 재계약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감소는 지역·면적·주택유형 측면에서 다운사이징이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전셋값 상승과 대출 규제 여파로 인해 전세사기 기피 현상을 뚫고 빌라 시장으로 다시 공간적 전이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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