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돌아온 ‘토이 스토리 5’가 박스오피스를 휩쓸었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겼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토이 스토리 5’가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220만 관객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폭발적인 기록이라 하기엔 아쉬움이 있지만, 14일 연속 1위를 비롯해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밟는 등 시리즈의 저력은 충분히 입증해 냈다.
사실, 이 영화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움만큼이나 당혹스러운 감정이 컸다. 이미 완결된 시리즈라 생각했던 탓이다. 그리고 그런 걱정은 일부 현실이 됐다. ‘토이 스토리’의 다섯 번째 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토이 스토리’는 앞선 3부작에서 우디의 첫 주인이었던 앤디와 장난감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앤디의 성장 및 퇴장과 함께 시리즈도 완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4편이 제작됐고, 그 에피소드는 우디가 자유를 얻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며 끝을 맺었다. 4편은 오랜 시간 시리즈 및 관객과 함께했던 우디를 위한 선물 같은 영화였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캐릭터를 ‘토이 스토리’다운 방식으로 보내준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던 작품이다.
다시 돌아온 ‘토이 스토리 5’는 변화한 시대가 갈등을 만든다. 첨단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태블릿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된 장난감들의 처절한 생존기가 펼쳐진다. 단, 이들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며 단순한 서사를 전개하지 않았다. 스마트 태블릿과 기존 장난감들의 충돌을 대립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아이들의 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존재들로 그리며 감동을 더했다. 디지털 디바이스가 야기한 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뾰족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토이 스토리 5’는 시간에 관해 말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흐르는 시간 앞엔 누구나 무력할 수밖에 없지만, 걸어왔던 길엔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장난감들의 여정은 큰 위로를 전한다. 전성기가 지난 장난감들이 자신의 역할이 축소했다는 걸 인지하고, 자리를 내어주는 지점은 분명 서글프다. 그러나 이는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토이 스토리’는 동심에 이어 어른의 마음까지 품어줄 수 있는 시리즈라는 걸 또 한 번 증명해 냈다.
이런 메인 서사만큼 눈이 가는 건 시리즈를 함께했던 장난감들의 서브 스토리다. 우디에 이어 리더가 된 제시, 제시에게 푹 빠진 버즈, 그리고 옛 동료들에게 돌아온 우디가 정겨운 순간으로 시리즈의 역사를 관통하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 밖에도 이야기 곳곳에 시리즈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이스터 에그가 잔뜩 있어 팬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팬 서비스적인 성격이 짙었던 영화였고, 이런 이유로 호불호가 많이 갈렸을 수도 있다.
이번 편에서는 제시의 성장기가 유독 돋보인다. 그는 옛 주인이 자신과의 시간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서 자신의 삶에 보람과 확신을 얻는다. 이를 통해 제작진은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관객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제시의 옛 주인처럼 관객도 ‘토이 스토리’와 함께한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길 바라는 제작진의 마음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토이 스토리 4’가 이 우디를 위한 이야기였다면, 5편은 시리즈에 출석 도장을 찍었던 캐릭터들과 제작진들을 위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다만, ‘토이 스토리’의 시퀄이라는 의미로 본다면 이번 영화는 많이 아쉽다. 웃을 수 있는 요소가 있고 나름의 의미도 있었지만, 떠났던 우디를 다시 복귀시킬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 스마트 태블릿이 만드는 위기는 앞선 시리즈에서 보여준 새로운 장난감과 올드한 장난감들의 갈등 구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장난감들이 시간의 변화를 인지하는 것 역시 앤디의 성장에서 이미 봤던 것이다. 이처럼 ‘토이 스토리 5’는 같은 테마를 또 한 번 반복하고 있어 기시감 속에 영화를 봐야 했다.
새로운 캐릭터만 있을 뿐, 5편 만의 주제와 가치가 뾰족하게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이번 영화의 이야기가 꼭 ‘토이 스토리’였어야 했냐는 의문도 남는다. 이 시리즈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위해 돌아온 것 같지 않았다. 억지스럽게 이야기를 끼워 맞춘 것 같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디즈니는 ‘인어공주’와 ‘백설공주’의 실사 영화에서 큰 실패를 맛봤다. 이런 상황에서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게 ‘토이 스토리’ 였기에 우디를 복귀시키려 한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토이 스토리’가 돌아온다면 이 시리즈만이 할 수 있는, 혹은 이 시리즈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기길 바란다. 이런 어색한 복귀는 시리즈의 명성에 균열만 만들 뿐이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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