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역할 안 줘서"… 조시 호가 장르영화를 사랑하게 된 이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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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역할 안 줘서"… 조시 호가 장르영화를 사랑하게 된 이유[인터뷰]

이데일리 2026-07-04 23:58: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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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예쁜 역할이요? 아직 안 줘서 계속 고생하는 캐릭터만 연기하는 거죠. 하하.”

영화 ‘쓰레기 줍는 법사’로 한국을 찾은 홍콩 배우 조시 호(Josie Ho)는 의외로 쿨했다. 스크린에서는 피를 뒤집어쓰고 귀신과 맞서거나, 광기 어린 눈빛으로 극을 압도하는 장르영화의 얼굴이지만 실제 만난 그는 농담을 던지며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특유의 유쾌함으로 분위기를 풀다가도 영화 이야기가 시작되자 배우로서의 고민과 철학을 차분히 풀어냈다. “장르영화는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그의 말에서는 장르영화 대표 배우로서의 확신이 묻어났다.

영화 '쓰레기 줍는 법사'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홍콩 배우 조시 호(사진=뉴스1)
영화 '쓰레기 줍는 법사'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홍콩 배우 조시 호(사진=뉴스1)


◇“단순 호러 아닌 사람 위한 영화”

4일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만난 조시 호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월드 프리미어 초청작 ‘쓰레기 줍는 법사’를 소개하며 “이번 작품은 단순한 호러 영화로 보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줍는 법사’는 버려진 물건에 깃든 영혼과 소통하는 법사 ‘란’과 논리와 증거만을 믿는 형사가 연쇄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호러다. 팡 브라더스 특유의 음산한 호러 연출에 수사극의 긴장감, 홍콩 사회를 향한 메시지까지 녹여낸 작품으로, 조시 호는 영혼과 인간의 경계를 잇는 법사 ‘란’을 연기했다.

이번 캐릭터는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보다 물건과 공간을 상대로 감정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조시 호는 “제가 연기한 ‘란’은 영혼이 깃든 물건과 대화하는 인물”이라며 “어릴 적 상상의 친구를 다시 만난다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준비했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양조위가 사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많이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어릴 때 백일몽을 정말 많이 꾸는 아이였다”며 “TV나 영화를 보고 나면 등장인물들이 꿈속에 그대로 나타났고, 그 안에서 제가 함께 살아가는 기분을 자주 느꼈다. 그런 상상력이 지금도 장르영화를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영화 '쓰레기 줍는 법사'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홍콩 배우 조시 호(사진=뉴스1)
영화 '쓰레기 줍는 법사'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홍콩 배우 조시 호(사진=뉴스1)


독특한 설정도 매력적이었지만, 조시 호를 사로잡은 것은 결국 작품이 품고 있는 정서였다. 귀신과 오컬트,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가 읽어낸 ‘쓰레기 줍는 법사’의 본질은 사람을 향한 연민과 무조건적인 사랑이었다.

그는 “‘란’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사람들을 돕는 인물”이라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고,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 비주얼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최근 화려한 화면이 등장하면 인공지능(AI)을 먼저 떠올리는 시대지만, ‘쓰레기 줍는 법사’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손으로 차근차근 완성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조시 호는 “많은 분들이 AI를 사용한 줄 아시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컴퓨터그래픽(CG) 정도만 활용했을 뿐 대부분 실제 촬영으로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영혼들이 떠나지 못하고 머무는 장면은 CG팀과 거의 1년 동안 작업했다”며 “정말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시 호는 “한국 CG 기술은 정말 뛰어나다고 들었다”며 “다음 작품에서도 한국 CG팀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영화 '쓰레기 줍는 법사'의 한 장면.(사진=BIFAN)
영화 '쓰레기 줍는 법사'의 한 장면.(사진=BIFAN)


◇“예쁜 역할 탐나지만… 장르영화 가장 즐거워”

장르영화 외길을 걸어온 배우답게 연기에 대한 철학도 분명했다. 그는 현실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장르영화만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조시 호는 “감독이 캐릭터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면 저는 의심하지 않고 그 세계를 그대로 믿는 편”이라며 “그렇게 인물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즐겁다. 그래서 지금도 장르영화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쾌함은 잃지 않았다. 조시 호는 “홍콩에서는 늘 저를 쓰레기를 줍거나 고생하는 역할에 캐스팅한다”며 “홍콩과 서구권은 아름다움의 기준이 조금 다르다. 예전에는 아쉽기도 했지만 요즘은 제 외모와 분위기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웃었다. 이어 “그래도 예쁜 역할은 아직 많이 못 해봤다”며 “예쁜 역할을 받을 때까지 계속 연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영화 '쓰레기 줍는 법사'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홍콩 배우 조시 호(사진=뉴스1)
영화 '쓰레기 줍는 법사'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홍콩 배우 조시 호(사진=뉴스1)


한국 영화를 향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조시 호는 “홍콩에서도 한국 영화는 정말 인기가 많다”며 “‘올드보이’를 비롯해 송강호, 최민식, 이나영 배우를 좋아한다.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작품도 인상 깊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꼭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장르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며 “한국 영화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은 배우로서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예쁜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의 농담처럼, 조시 호는 여전히 장르영화라는 자신만의 세계를 누구보다 즐기고 있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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