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표적치료제 2종이 잇따라 고무적인 임상 성과를 내며 전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는 글로벌 3상 임상시험에서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입증한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유럽종양학회 소화기암학술대회(ESMO GI 2026)에서 병용요법 객관적 반응률(ORR) 82%를 발표한 졸돈라십(Zoldonrasib)다.
두 약물 모두 미국 바이오기업 레볼루션 메디슨(Revolution Medicines)이 개발 중인 RAS(ON) 억제제 계열 신약으로, 췌장암 환자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KRAS(크라스) 유전자 돌연변이를 직접 표적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KRAS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신호 전달 스위치 역할을 한다. 정상 세포에서는 필요할 때만 활성화되지만, 돌연변이가 생기면 스위치가 계속 켜진 상태가 돼 암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한다.
췌장암은 대표적인 난치암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 당시 이미 절반 이상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단계에서 발견된다.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약 20%에 불과하며, 수술 후에도 재발률이 높다. 진행성 환자의 경우 전신 항암치료가 치료의 중심이지만 치료 성적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처럼 치료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KRAS 유전자 돌연변이다. 췌장암 환자의 90% 이상에서 KRAS 돌연변이가 발견되며, 특히 KRAS G12D는 가장 흔한 변이로 알려져 있다.
췌장암이 암세포 주변을 두꺼운 섬유조직이 둘러싸는 독특한 종양 미세환경을 갖고 있다는 것도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 때문에 항암제가 암 조직 깊숙이 침투하기 어렵고, 면역세포 역시 암세포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약제 내성이 빠르게 생기는 특성까지 겹쳐 오랫동안 치료 성적 향상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성 췌장암 환자에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준치료는 폴피리녹스(FOLFIRINOX)와 젬시타빈·나브파클리탁셀(아브락산) 병용요법이다. 폴피리녹스는 치료 효과가 우수하지만 부작용이 심해 전신 상태가 좋은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으며, 젬시타빈 기반 치료 역시 시간이 지나면 상당수 환자에서 내성이 발생한다. 1차 치료 실패 후에는 리포좀 이리노테칸(오니바이드) 기반 치료 등이 사용되지만 생존율 개선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RAS를 직접 겨냥하는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치료 전략에도 변화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약물은 다락손라십이다. 여러 KRAS 변이를 폭넓게 억제하는 RAS(ON) 억제제로, 글로벌 3상 임상시험(RASolute 302)에서 기존 치료보다 전체 생존기간과 무진행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현재 FDA 허가 절차를 앞두고 있어 상용화에 가장 가까운 KRAS 표적치료제로 평가받는다.
지난 2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소화기암학술대회에서 초기 임상 결과가 발표된 졸돈라십도 주목받고 있다. 졸돈라십은 KRAS G12D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약물이다.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게 졸돈라시브를 1차 표준 항암화학요법과 병용 투여한 결과 객관적 반응률 82%, 질병통제율 96%를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3상 임상시험(RASolute 305)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락손라십과 졸돈라십은 개발 단계와 적용 대상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존 항암치료가 직접 공략하지 못했던 KRAS 돌연변이를 표적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의미를 갖는다. 즉 기존 표준치료를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 효과를 높이고 내성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전략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다락손라십은 FDA의 최종 허가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며, 졸돈라십은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생존기간 연장 효과와 장기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국내 사용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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