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하나제약이 삼진제약 지분 처분 사실을 늦게 알린 탓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233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확보했지만, 정작 투자자에게 알려야 할 주요 경영사항을 제때 공시하지 않으면서 공시 내부통제에 물음표가 붙게 됐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3일 하나제약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공시했다.
불성실공시 유형은 공시불이행이다. 사유는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결정 지연공시’다.
해당 공시는 이후 정정됐다. 최초 공시에는 지정·부과일자가 2026년 7월 3일로 기재됐으나, 정정공시를 통해2026년 7월 6일로 바로잡혔다.
부과벌점은 0점, 누계벌점도 0점이다. 다만 공시위반제재금 1200만원이 부과됐다.
공시책임자 등 교체 요구는 없었고, 공시위반관리종목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공시는 하나제약의 삼진제약 지분 처분이다.
하나제약은 지난달 11일 삼진제약 보통주 99만5198주를 전량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233억5740만5929원으로, 하나제약 자기자본 3134억8799만9150원의 7.45%에 해당한다.
하나제약은 처분 목적을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사회 결의와 실제 거래 시점은 공시보다 앞서 있었다. 하나제약의 이사회 결의일은 2026년 5월 14일이었고, 처분 거래는 5월 14일과 15일, 19일에 걸쳐 이뤄졌다.
처분예정일자도 거래종료일인 5월 19일로 기재됐다. 시장에 공시된 시점은 6월 11일이다. 주요 주식 처분 결정과 시장 공개 사이에 약 3주가량의 시차가 발생한 셈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투자자산 처분을 넘어 공시 신뢰성 문제로 이어진다.
상장사의 타법인 주식 처분은 재무전략과 투자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경영사항이다.
특히 이번 거래는 자기자본의 7%를 넘는 규모였고, 하나제약이 장기간 보유해 온 삼진제약 지분을 완전히 정리했다는 점에서 시장 민감도가 작지 않았다.
하나제약은 1978년 우천제약으로 출발해 1996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한 전문의약품 제조·판매 기업이다. 마취제와 마약성 진통제, 순환기계 의약품 등을 주요 품목으로 성장해 왔다.
201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화성 지역 생산시설과 판교 연구소, 하길공장, 주사제 신공장 등을 기반으로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왔다.
회사의 성장 스토리는 설비투자와 맞물려 있다. 하나제약은 상장 이후 주사제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 수준의 제조시설 확보를 주요 과제로 제시해 왔다.
최근에는 평택 신공장 투자도 추진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삼진제약 지분 처분 역시 회사가 밝힌 대로 향후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 중심이다. 2026년 7월 기준 하나제약의 최대주주는 조동훈 외 특수관계인으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58%대다.
단일 최대주주는 조동훈 부사장이며, 조예림 전무와 조혜림 부사장 등 오너 2세들도 두 자릿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 조경일 명예회장과 가족 지분까지 더하면 외부 경영권 위협 가능성은 제한적인 구조다.
그러나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곧 공시 리스크의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주요 의사결정 과정과 시장 소통의 투명성이 더 엄격하게 요구된다.
이번 사안은 삼진제약 지분을 얼마에 팔았는지보다, 왜 그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았는지가 핵심이다.
실적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부담이 교차한다.
하나제약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3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250억원대 수준을 유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크게 줄어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담을 드러냈다.
2026년 1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되며 단기 실적 회복 흐름을 보였다.
다만 중장기 흐름을 보면 고민은 남는다. 하나제약은 상장 이후 외형을 키워왔지만, 영업이익률은 과거보다 낮아졌다.
생산설비 확대와 연구개발, 원가 부담이 맞물리면서 매출 성장만큼 이익 체력이 따라오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233억원 규모의 현금 확보는 재무적 여력을 넓힐 수 있지만, 공시 지연이라는 절차상 흠결이 붙으면서 전략적 의미가 희석됐다.
하나제약과 삼진제약의 관계도 이번 처분을 단순 매각으로만 보기 어렵게 한다.
하나제약은 2020년 이후 삼진제약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고, 한때 삼진제약 주요 주주로 올라서며 업계 안팎에서 경영권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번 처분으로 하나제약 법인이 보유하던 삼진제약 주식은 모두 정리됐다.
결국 하나제약은 삼진제약 지분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지만, 시장에는 불성실공시라는 꼬리표를 남겼다.
부과벌점이 0점이고 관리종목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안이 가볍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공시 지연은 투자자와 시장 사이의 신뢰 문제다.
하나제약이 이번에 답해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삼진제약 지분을 왜 팔았느냐보다, 왜 늦게 알렸느냐다. 외형 성장과 투자 재원 확보를 말하기 전에 공시 내부통제의 허점을 어떻게 메울지부터 설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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