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허장원 기자] 궁은 늘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했다. 왕이 머물고, 나라의 질서가 시작되는 곳. 그러나 동시에 가장 많은 비밀이 묻히는 곳이기도 하다. 기록되지 못한 죽음, 권력에 의해 지워진 사람들,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는 원한까지. 화려한 궁궐은 언제나 가장 짙은 그림자를 품고 있었다. 그 그림자에서 시작된 이야기,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이다.
귀신을 쫓는 이야기가 아니다. 왕실 깊숙이 감춰진 저주와, 그 저주를 만들어낸 과거를 따라가는 미스터리다. 현실과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설정을 앞세운 ‘동궁’은 메인 포스터와 메인 예고편, 보도스틸, 캐릭터 포스터를 연이어 공개하며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여기에 조승우, 남주혁, 노윤서의 만남도 기대를 더한다. 2012년 MBC 드라마 ‘마의’로 최고 시청률 23.7%를 기록한 조승우는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을 오가며 존재감을 증명해 온 배우다. 조승우는 ‘동궁’을 통해 3년 만에 드라마에 나선다. 군 복무 뒤 복귀작으로 돌아온 남주혁은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구천으로 새로운 변신에 나서고, 노윤서는 비밀을 품은 궁녀 생강으로 작품의 또 다른 축을 맡는다.
▲ 단순한 오컬트를 넘어…넷플릭스가 칼 갈고 만든 ‘궁중 미스터리’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고요한 궁궐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가지 않는다.
“왕의 핏줄을 다 없애겠다.”
왕(조승우)의 귓가를 파고드는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궁 안에는 불길한 기운이 번지고, 왕은 “30년 전 그때의 일”이 다시 시작됐음을 직감한다.
흥미로운 점은 왕이 귀신을 쫓기 위해 무당이 아닌 귀신잡이 구천(남주혁)을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구천은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여기에 귀의 세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궁녀 생강(노윤서)이 함께하며 두 사람은 왕의 명 아래 궁을 뒤덮은 저주의 실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귀신은 모습을 드러내지만, 작품이 진짜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귀신 자체가 아니다. 왕이 끝내 감추려 했던 ’30년 전 사건’이다.
‘동궁’이 눈길을 끄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현실과 귀의 세계, 하나의 궁 안에 겹쳐진 두 공간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이 궁중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키운다.
공개된 메인 포스터에는 귀의 세계의 붉은 기운이 드리운 연못 위에 선 구천과, 그를 묶고 있는 밧줄을 힘껏 당기는 생강의 모습이 담겼다. 구천은 귀의 세계를 직접 넘나들고, 생강은 귀의 세계의 소리를 듣는다. 같은 사건을 마주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실에 접근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포스터 한 장 안에 압축됐다.
보도스틸 역시 궁 안에서 벌어질 심상치 않은 사건을 예고한다. 영안군을 품에 안은 왕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절박함이 동시에 스친다. 저주와 귀신을 믿지 않던 왕이 결국 구천을 궁으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어지는 스틸에서는 목에 밧줄을 두른 채 연못으로 걸어 들어가는 구천, 활시위를 당긴 생강, 왕의 침소를 뒤덮은 검은 덩굴이 차례로 등장한다. 모든 이미지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궁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작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라는 점이다.
캐릭터 포스터 역시 세 인물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저주를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핏빛 귀의 세계 한가운데 선 구천은 붉은 문자로 뒤덮인 칼을 쥐고 있고, 생강은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왕은 얼굴 절반을 그림자에 감춘 채 정면을 응시하며 동궁에 숨겨진 진실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 궁중 오컬트를 완성할 배우들의 앙상블
‘동궁’의 세계관을 완성할 라인업도 빼놓을 수 없다.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구천 역의 남주혁, 귀의 세계의 소리를 듣는 궁녀 생강 역의 노윤서, 그리고 궁에 드리운 저주의 중심에 선 왕 역의 조승우. 세 인물은 모두 같은 사건을 마주하지만 저마다 다른 위치에 서 있다.
구천은 귀의 세계를 직접 넘나들며 진실을 찾아 나서고, 생강은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감춰진 단서를 좇는다. 왕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서 있지만 누구보다 많은 것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같은 저주를 마주하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에 다가가는 구조는 작품의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린다.
연출을 맡은 최정규 감독 역시 배우들이 가진 개성과 에너지를 ‘동궁’의 중요한 축으로 꼽았다.
최 감독은 남주혁에 대해 “처음 봤을 때 저 사람이라면 귀의 세계에 들어가 운명과 맞설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궁’은 그가 중심에서 끌고 가야 하는 작품이었는데, 책임감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남주혁은 구천을 연기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과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들과 미지의 ‘귀의 세계’를 끊임없이 상상하고 연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시청자분들께 이질감 없이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매 순간 고민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노윤서를 향해서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 너머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최 감독은 “출연작을 볼 때마다 무언가를 돌파하는 힘이 느껴졌다”며 “배우 본연의 매력과 장점이 생강이라는 인물과 꼭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 촬영 과정에서도 대담하고 솔직한 연기로 인물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노윤서 역시 작품이 가진 매력으로 ‘균형’을 꼽았다. 그는 “단순히 무섭거나 화려한 작품에 그치지 않는다”며 “기이한 존재들과 시원한 액션, 그리고 인물들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지루할 틈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생강이라는 인물을 준비하는 과정도 소개했다. 노윤서는 “캐릭터를 연구할 때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많이 생각했다”며 “왕은 어떤 사람인지, 구천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이들 앞에서 생강은 각각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조승우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많은 비밀을 품은 인물이다. 궁을 지켜야 하는 왕이지만, 동시에 저주의 중심에 선 존재이기도 하다. 조승우는 “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없도록 여러 겹의 가면을 씌우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구천과 생강, 왕 모두 깊은 사연을 가진 인물”이라며 “이들의 감정이 궁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뒤엉키고, 폭발하고, 해소되는 과정이 ‘동궁’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 역시 조승우를 향한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오래전 그와 작업한 이래로 다시 조승우라는 배우와 작업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동궁’은 그 꿈을 이뤄준 작품”이라며 “조승우 배우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연기를 준비하는데, 그 섬세함이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 파워풀한 연기로 변하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밝혔다.
궁이라는 익숙한 공간에 오컬트와 미스터리를 덧입힌 ‘동궁’은 사극과 장르물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과연 30년 전 궁에서 벌어진 사건은 무엇이었는지, 그날의 저주는 누구에게서 시작됐고 누구에 의해 끝나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믿고 보는 배우와 제작진이 만나 완성한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오는 7월 17일 공개된다.
허장원 기자 / 사진= 넷플릭스 ‘동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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