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에디터의 다이어리: 엑상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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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에디터의 다이어리: 엑상스 2026

마리끌레르 2026-07-04 11:00:00 신고

ART PERFUMERY

수많은 부스를 지나며 뚜렷하게 느낀 점은 이곳에서는 향수를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창작물로 다룬다는 점이었다. 전문 기술 위원회가 매회 국제적인 하우스를 선정하고, 예술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곳을 조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엑상스의 중심에는 대중적인 상업 향수보다 창작자의 철학, 원료에 대한 탐구, 조향 실험,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브랜드가 놓인다. 현장에는 조향사와 관계자, 바이어, 리테일러, 디스트리뷰터, 프레스, 향수 애호가들이 모여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네트워킹을 맺는다. 매년 수백 개의 브랜드가 참가하는 이 박람회는 향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자리이자, 향이 하나의 문화와 세계관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METAL IMPRESSION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을 때, 비주얼이 압도적인 제품을 만나면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법. 아바우 파르푕(AVAU Parfum)이 그랬다. 수많은 향수 애호가들로 붐볐던, 이탈리아 브랜드 아바우 파르푕 부스는 메탈 키친을 컨셉트로 디자인해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세 남매가 이끄는 이 브랜드에게 주방은 단순한 생활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족이 모여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곳. 조향을 요리처럼 바라보며 재료(원료)를 레이어링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표현한 은유적 공간이기도 하다. 시향 후 샘플 키트와 함께 쿠키와 파스타 면을 받았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대목!


K-FRAGRANCE

해외 브랜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엑상스에서 한국 브랜드를 마주했을 때 느낀 반가움은 예상보다 컸다. 올해는 엑상스 역사상 가장 많은 한국 브랜드가 참가했는데, 그중 메인 브랜드 카테고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본투스탠드아웃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체감상 지나가는 관람객 열에 여덟은 브랜드 샘플 백을 들고 있을 정도로 현장의 열기가 뜨거웠다. SW19 부스에서는 두 명의 마스터 조향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서울 미드나잇 엑스뜨레 드 퍼퓸’을 조향한 아틀리에 프라그란체 밀라노(AFM)의 마스터 조향사 앙투안 리(Antoine Lie), 그리고 ‘미드나잇 오 드 퍼퓸’을 선보인 인스턴트 파르푕(Instant Parfums)의 창립자 겸 마스터 퍼퓨머 마리안 나브로츠키 사바티에(Marianne Nawrocki Sabatier). 세계적인 조향사들에게 직접 향의 탄생 과정을 듣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엑상스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SCENT STORIES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낀 브랜드는 민뉴욕(MiN NEW YORK).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완성되는 브랜드로 향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개한다. 대표 컬렉션 ‘센트 스토리즈(Scent Stories®)’는 각 향수 보틀에 사인과 넘버링을 더해 초판 소설처럼 구성하고, 향을 기억과 경험이 축적된 하나의 챕터로 풀어내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미니멀한 패키지와 달리 향의 존재감은 묵직했고, 특히 ‘올드 스쿨 벤치(Old School Bench)’ 오 드 퍼퓸의 여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THE BUZZ

올해 엑상스에 참가한 3백 개가 넘는 프래그런스 브랜드 가운데, 한국에 이미 알려진 브랜드도 있지만 처음 보는 이름도 많았다. 향수를 좋아하기도 하고, 직업 특성상 꽤 많은 브랜드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향의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넓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그중 현장에서 눈길을 끈 몇몇 브랜드가 있었다. 유난히 정체성이 뚜렷했던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한 푸가치(Fugazzi). 관습을 흔드는 대담한 컨셉트와 본능에 충실한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니치 럭셔리의 감각과 자신감을 향으로 구현한다. 클럽이 연상되는 부스 디자인과 조명, 퍼퓸 자판기, 위트 있는 굿즈 등으로 꾸민 푸가치 부스 앞에는 유독 많은 관람객이 몰렸고, 그 활기만으로도 이 브랜드가 지닌 존재감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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