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은 있었지만 통제는 없었다…선관위 개혁, 무엇을 바꿔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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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은 있었지만 통제는 없었다…선관위 개혁, 무엇을 바꿔야 하나 

폴리뉴스 2026-07-03 21:31:23 신고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1일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건물을 나오고 있다. 2026.6.11 [공동취재]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11일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건물을 나오고 있다. 2026.6.11 [공동취재]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개혁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 개정을 통한 선관위 해체를,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폐지와 특검 도입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핵심이 투표 방식이나 제도 자체가 아니라, 선거 관리 과정에서 드러난 운영 실패와 내부 통제 부재에 있다는 점에서 두 방향 모두 본질을 정면으로 겨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관위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드러난 선관위 통제 공백 

선관위가 현재와 같은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와 1967년 6·8 선거 등 행정부가 선거를 직접 관리하던 시절, 권력 개입에 따른 관권선거가 반복됐다. 이에 따라 4·19 혁명 이후 개정된 헌법은 선거 관리에서 행정부를 분리하는 원칙을 확립했다. 현행 헌법 제114조 제2항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가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으로 선관위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구조는 외부 정치 세력의 개입을 차단하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내부 운영에 대한 실질적 통제 장치는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 

그 결과 선관위는 '독립성'은 확보했지만 '투명성'에서는 사각지대를 노출해왔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고, 국회의 통제 역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가동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제한적이었다. 

'견제 없는 조직'이어서 가능했던 수의계약·자녀 특혜 채용 

18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장 직무대행인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위원장 선임의 건을 의결하고 있다. 2026.6.18 [사진=연합뉴스]
18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위원장 직무대행인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위원장 선임의 건을 의결하고 있다. 2026.6.18 [사진=연합뉴스]

국조특위 이후 드러난 수치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기관 계약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선관위 계약 2,665건 중 82.1%가 수의계약이었고, 2025년에는 그 비율이 87.7%까지 상승했다. 경쟁 입찰 없이 특정 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수의계약은 국가계약법상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 특정 선거 관련 계약을 6개 업체, 30건, 9억4,067만원 규모로 쪼갠 정황도 포착됐다. 

이뿐만 아니라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자녀 특혜 채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역시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태로 현 사무총장과 중앙선관위원장까지 피의자 신분이 됐다. 외부 감사와 내부 견제가 동시에 작동하지 않는 구조 속에서 발생한 필연적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50% 축소 인쇄' 단독 결정…작동하지 않은 의사결정 구조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2026.7.1 [사진=연합뉴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증인 선서하고 있다. 2026.7.1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실제 선거 관리 과정의 실패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중앙선관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 비상임으로 겸직하는 형태다. 위원장이 한 달에 한두 차례만 출근하는 구조에서,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된 '50% 축소 인쇄' 지침은 위원회 회의를 거치지 않고 사무총장이 단독으로 결정했다. 선거 당일 위원들 역시 비상대기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 의사결정과 책임 구조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선관위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운영 공백을 우선적으로 메워야 한다고 본다. 우선 위원장을 대법관 겸직이 아닌 전임 상근직으로 전환하고, 여야 추천을 기반으로 한 3인 상임위원제를 도입해 내부 견제 구조를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비상임 위원에게도 선거 당일부터 개표 종료 시까지 현장 대기를 의무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도 못 보는 선관위…국회 보고 의무화 필요성 제기되기도  

감사 체계 역시 보완이 요구된다. 감사원 감사를 허용하려면 개헌이 필요하지만, 선관위 자체 감사 결과를 국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선관위법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현장 대응 체계 개선도 시급하다.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직접 출력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하고, 투표소별 용지 발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비상 상황 시 추가 공급 체계를 사전에 설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과 같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기술적·행정적 보완으로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참정권 보장 위해 만든 제도인데…참정권 침해 이유로 폐지론 제기 

한편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사전투표 폐지론은 이번 사태의 원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는 점에서 논쟁의 초점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를 이틀로 확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여론조사에서도 폐지 의견이 과반을 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투표용지 부족은 6월 3일 본투표 당일 오전에 발생한 사안으로, 사전투표 제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사전투표는 2012년 여야 합의로 설계돼 2014년 지방선거부터 도입된 제도로, 사전 신고 없이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존 부재자투표의 한계를 보완했다. 현재 전체 투표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면 제도 폐지가 아니라 관리 방식 개선이 우선 과제로 제시된다. 

예컨대 사전투표를 토·일요일로 조정해 본투표와의 시간 간격을 줄이고, 투표지 이송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참정권 확대를 위해 도입된 제도를 참정권 침해 논리로 폐지하는 것은 문제 해결 방향과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 집행은 행정부로, 선관위는 감시로…개헌 논의의 핵심 쟁점 

장기적으로는 헌법 개정 논의도 불가피하다. 투표와 개표 등 실제 선거 집행 업무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선관위는 선거와 정치자금의 공정성을 감시하는 기구로 역할을 재편하자는 구상이다. 현재 중앙부터 시·도, 시·군·구까지 각급 선관위원장이 모두 법관이 비상임으로 겸직하는 구조 역시 재검토 대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 집행을 행정부가 담당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근거로 제시된다. 

다만 행정부로의 기능 이관은 과거 관권선거의 재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선거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균형 있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어떤 개편도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선거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운영하는 구조와 책임 체계의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독립성에 머물렀던 선관위가 투명성과 책임성까지 갖춘 기관으로 재설계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개혁 논의가 그 방향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는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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