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이민호 기자] 디지털 미디어를 자주 사용하면 지능 저하 없이도 어려운 과제를 회피하게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각적이고 손쉬운 보상에 뇌가 익숙해지면서, 노력이 필요한 활동의 가치를 예전보다 낮게 평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r)는 2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력 재조정 프레임워크' 가설을 소개했다. 연구진은 디지털 미디어가 인지 능력을 직접 떨어뜨리기보다, 정신적 에너지를 어디에 투자할지에 대한 인간의 선택 기준 자체를 바꾼다고 주장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특정 활동에 드는 비용(노력)과 그에 따른 이익(보상)을 저울질한다. 소셜미디어의 무한 스크롤, 알림, '좋아요' 등은 거의 노력 없이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이러한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는 장기적인 보상을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독서나 학습 같은 활동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게 된다. 결국 어려운 과제를 마주했을 때 쉽게 포기하고 즉각적 보상을 주는 활동으로 전환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탐색'과 '활용'의 불균형으로 설명했다. '탐색'은 새로운 정보를 훑어보는 얕은 활동이며, '활용'은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 숙달하는 활동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탐색을 매우 쉽고 보람 있게 만들어, 깊은 이해를 위한 활용 단계로의 전환을 방해한다.
이 가설은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들이 일관되지 않았던 이유도 설명한다. 실험실처럼 통제된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이는 인지 능력 자체가 훼손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뿐이다. 실생활에서는 더 쉬운 길을 택하려는 선택의 변화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엔진은 여전히 작동하지만, 운전자가 점점 더 쉬운 길을 택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연구진은 "미래의 인지 능력은 어떤 정보를 소비하는지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노력을 가치 있게 여기도록 훈련하는지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는 향후 디지털 미디어가 인간의 끈기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플랫폼 설계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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