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대출 심사 과정에서 대표자 면담과 현장 확인 등 제한적인 대면 업무를 허용하면서 인터넷은행 간 경쟁의 기준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이 모바일 기반의 편리한 비대면 서비스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기업금융 확대 과정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기업을 심사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지도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대면업무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법령 해석을 내놓고 기업대출 심사와 연체채권 관리 등 현실적으로 대면이 필요한 업무를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이번 조치는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취지에 따라 원칙적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비대면 방식으로 처리해야 했다. 소비자 보호나 편의 증진 목적의 일부 업무만 대면 처리가 가능했으며, 기업대출 심사 과정에서도 대표자를 직접 만나거나 현장을 확인하는 데 제도적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금융은 개인 신용대출과 달리 재무제표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요소가 적지 않다. 실제 사업 운영 여부와 자금 사용 계획, 경영진 역량, 담보물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만으로는 심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위는 기업자금 대출 심사 과정에서 대표자 또는 임직원 면담이 필요한 경우를 비롯해 담보물 현황 확인, 자금 사용 적정성 점검, 비대면 제출 서류 원본 확인, 연체채권 관리와 채무조정 상담 등 대면이 불가피한 업무를 허용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업무 시행 7일 전까지 업무 내용과 방식, 범위 등을 금융위에 사전 보고해야 하며, 대면 업무는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은 유지된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그동안 개인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기업금융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왔다. 다만 기업대출은 현장 확인과 대표자 면담 등 정성적인 심사가 필요한 사례가 적지 않아 비대면 중심 영업 구조만으로는 사업 확대에 제약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금융당국도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지방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와 소비자 편의성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은 개인대출과 달리 사업성과 경영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만으로는 심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제도 개선으로 보다 정교한 기업 심사가 가능해지는 만큼 기업금융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 간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빠른 대출 실행과 간편한 모바일 서비스, 사용자 경험(UX) 등 비대면 경쟁력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기업의 사업성과 상환 능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느냐도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곧 인터넷은행이 영업점 중심 은행으로 바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기업금융에서는 필요한 경우 직접 기업을 확인하고 심사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결국 인터넷은행 경쟁도 '얼마나 편리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서 '필요할 땐 얼마나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느냐'까지 경쟁력의 범위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연호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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