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수백억 원짜리 랜드마크 대신 압도적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도시생태계 확장을 조언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대구 수성구에서 울려퍼졌다.
2일 대구 수성구 호텔수성 수성스퀘어에서 열린 '제7회 세계문화산업포럼(WCIF 2026)'에서는 이정우 써클커넥션 대표가 모더레이터로 나선 '도시 콘텐츠' 대담이 진행됐다. 이 대담에서는 대한민국 공간 혁신을 이끄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껍데기만 남은 로컬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도 높게 주문하는 모습들이 비쳤다.
◇ 텅 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빚어낸 성수와 대전
현장의 혁신가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랜드마크 중심의 마스터플랜이 지닌 한계를 꼬집으며, 대중을 끌어당기는 본질은 결국 '콘텐츠'에 있음을 강조했다.
성수동 일대에서 400여 회의 오프라인 팝업을 성공시킨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는 "성수동의 성장은 본질적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소프트웨어가 주효했다"고 짚었다. 이어 "유치해도 상관없다. 그곳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본질이 핵심"이라며 공간의 가치를 결정짓는 콘텐츠의 힘을 역설했다.
25개의 문화공간을 운영 중인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역시 "대전이 성심당과 함께 빵의 도시로 부상하며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발굴되듯, 대구 역시 차별화된 콘텐츠로 니즈를 만족시키는 고민부터 접근해야 한다"며 "하드웨어 인프라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컨설팅하지만, 정작 소프트웨어를 계획하는 곳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날카롭게 진단했다.
◇ 카피캣 난립의 늪, 크리에이터 키울 '비즈니스 OS' 절실
또한 이날 현장에서는 외래 방문객 유치에 집중해 성공한 레퍼런스에만 의존하는 기획에 대한 우려점 또한 제기됐다. 특히 로컬 생태계를 토대로 콘텐츠를 생산할 힘에 집중하지 않으면 일회성으로 휘발될 수 밖에 없음을 입을 모으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러한 리스크를 타개할 해법으로 현장에서는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콘텐츠 OS(운영체제)'의 도입과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대두됐다. 홍주석 대표는 "도시에도 OS가 필요하다. 공공이나 행정은 콘텐츠가 생산될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해 줄지, 실패에 따른 새로운 디딤돌이 돼주는 데 고민해야 한다"며 "공공 영역에서 돈을 이야기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느낌이 있는데, 모든 고민을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하고 다시 설계해야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원석 대표 또한 "많이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한 시대다. 단순히 많은 숫자가 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K콘텐츠 향한 집단 선호,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파이 넓혀야
이러한 지적과 함께 K-콘텐츠 글로벌 선호도 상승을 근거로 한 지속가능성 도모의 필요성 또한 제기됐다. 양적 팽창과 시각적 모방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실패의 디딤돌 위에서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를 퀄리티 높은 소프트웨어로 축적해 나가는 치밀한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현장에 자리한 전문가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백아람 누리하우스 대표는 "실제 K뷰티 등 카테고리에서 선호도가 높고 설득 비용이 낮아져 있음을 체감한다. 이러한 집단 선호를 배경으로 어떻게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한편 사단법인 한국문화산업포럼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WCIF'는 전 세계 문화·엔터테인먼트 및 기술 분야의 주요 전문가, 크리에이터, 정책 입안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문화산업의 트렌드와 미래 비전을 논의하고 상호 협력을 모색하는 국제행사로, 올해 일정은 이달 3일까지 진행된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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