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JP모건에서 현재 시장이 닷컴버블 당시와 또 하나의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JP모건의 제이슨 헌터 글로벌 채권 및 미국 주식 기술 전략가는 1일(현지시간)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를 통해 닷컴버블 붕괴 직전 몇 달 동안 보였던 주식시장의 움직임과 매우 유사한 현상이 현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터 전략가에 따르면 이는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흐름에서 나타난 분화 현상과 연관 있는데 AI 하드웨어 관련 종목들이 시장 내 최대 AI 투자 기업들과 점차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주식은 올해 대부분 기간 동안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다. 올해 들어 87%나 급등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AI 인프라 구축에 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AI 하드웨어와 관련된 다른 기업들도 올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메모리 관련 주식들은 올해 내내 급등세를 보였다.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병목 현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인 ‘라운드힐 메모리 ETF’는 지난 4월 출시 이후 무려 141%나 상승했다.
이런 성과는 AI 분야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투자수익률(ROI)에 대한 우려와 AI가 수익화 측면에서 과연 성과는 낼 수 있을지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이들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주가 조정을 받았다.
지난해 대부분 기간 동안 AI 열풍을 이끌었던 이른바 'M7'(magnificent seven·환상적인 7개 주식·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구글, 테슬라) 주식들은 최근 주춤한 상태다. ‘라운드힐 M7 ETF’는 올해 초 고점 대비 7% 하락했다.
AI 설비투자의 대표적 기업인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올해 들어 큰 타격을 입었다. 연초 이후 메타 주가가 5%,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18% 하락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2000년 이래 최악의 월간 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시장의 양극화는 1999년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통신 장비 공급 기업들이 포물선 형태로 급등한 반면 해당 분야에 막대한 자본투자를 감행했던 기업들의 주가는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헌터 전략가는 "이런 양극화가 처음 관찰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00년 초 결국 닷컴버블이 터지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격차 확대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컴퓨팅 및 스토리지 같은 서비스를 엔터프라이즈 규모로 제공할 수 있는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의 명백한 주가 부진은 1999~2000년의 시장 역학을 떠올리게 만든다"며 "그 때문에 개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주가 차트를 계속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 여름 이들 주식이 바닥을 다지며 지지선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그러지 못하면 올 가을 시장이 투자심리와 포지셔닝 변화에 의해 촉발되는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AI 분야로 쏟아지는 천문학적인 투자 규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I 분야의 '빅4' 투자 기업인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의 올해 AI 설비투자 규모는 총 7250억달러(약 1125조5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AI 설비투자 규모만으로도 2020년대 말 무렵 일본 같은 주요 경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설 수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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