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작가의 역할, 생각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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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칼럼] 작가의 역할, 생각해 보기를

문화매거진 2026-07-02 13:07:14 신고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1. 알바 제안을 받았다. 팝업 행사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일인데 오랜만에 다루는 류라 고민했지만, 2주야 뭐- 하고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하반기에 계획된 전시들에 들일 비용이 만만치 않던 차였다. 반갑고 씁쓸한 마음으로 스케줄링했다. 

백화점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보니 온라인 교육을 이수해야 했다. 근로자 이동통로, 서비스직을 위한 교육과 같은 내용이었는데, 멍하니 보다 가볍게 감탄이 일었다. 작가 생활 동안 발치에 들이지도 않던 내용의 모음이 여기 있구나 싶었다. 

‘마음에 빚을 지게 하여 구매 유도’
‘군중심리를 이용한 구매 유도’

이를 근황 거리로 동료와 이야기하다 그에 대한 기괴함, 이상함과 같은 느낌에 적절한 표현을 찾게 되었다. 

‘서비스 제공자의 편의는 배제된 통로 교육’
‘고객 개인의 심리를 뭉뚱그리는 방법 교육’
‘남게 되는 주체는 지극히 백화점인 시스템’

이 시스템은 우리에게 ‘폭력적’이었다. 빚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것, 개인의 고유가 필요하지 않은 것, 이를 제공하는 자들 또한 불특정한 행위로부터 배려받을 수 있는 영역의 밖에 존재한다는 것 등이 그러했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예술 분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판매 목적이 다분한 아트페어의 일부 부스에선 작가의 건강 상태와 수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다만 이를 피해 온 유정의 지난 몇 년이 대기업의 사전교육 앞에 멀미를 일으킨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문제’인가? 글쎄, 다른 영역의 생리 방식에 관해 문제라 칭할 만큼 잘못된 점도 모르겠고, 개선할 만큼의 관심도 없다. 다만 작업을 통해 ‘이것을 불편히 여기며 싫어하는 사람의 태도를 표할’ 수는 있겠다. 옳다고 믿는 태도를 구현하고 그것에 동화된 타인들을 이끌 수 있는 사람, 이것이 작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2. 孙逸阳 작가의 영상 작업 캡쳐본이다. 꿈과 현실, 상상과 실제의 경계를 영상으로 담는다고 한다. 그에 재밌게 공감하며 말을 이었다.

‘저러한 신화, 판타지, 유니콘과 같은 상상 속의 존재들이 마냥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분명 그에 관한 실재 시초가 있었기에 지금에까지 이야기가 전해졌을 거라고. 그 연결을 연결짓는 것이 작가의 역할 중 하나라고.’

▲ '거대한 정적의 수용과 불안' 김홍염(@amy.yanz1013 ), 丁雅力 디렉터 기획, 孙逸阳 작가의 영상
▲ '거대한 정적의 수용과 불안' 김홍염(@amy.yanz1013 ), 丁雅力 디렉터 기획, 孙逸阳 작가의 영상


▲ '거대한 정적의 수용과 불안' 김홍염(@amy.yanz1013 ), 丁雅力 디렉터 기획, 오경훈 작. 오경훈 작가의 작품이다. 나는 그가 일상에서 얻는다는 이 기묘한 판타지의 열렬한 팬이다
▲ '거대한 정적의 수용과 불안' 김홍염(@amy.yanz1013 ), 丁雅力 디렉터 기획, 오경훈 작. 오경훈 작가의 작품이다. 나는 그가 일상에서 얻는다는 이 기묘한 판타지의 열렬한 팬이다


실재함이 분명치 않는 것, 그러나 꿈과 희망, 모르기에 설렘을 품고 있는 것들은 ‘거대한 정적의 수용과 불안’이라는 타이틀에 들어맞는다. 기묘하고 낯설며 익숙한, 이 상반된 낱말들을 조합한다면 인간의 상상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상상을 사랑하여 나의 10대를 통으로 판타지 소설에 빠뜨렸고, 지금은 예술에서 좇고 있는데.

이에 ‘덕후’라는 말을 붙여 본다. 콜렉터 또한 같은 류의 이름이라 생각한다. 작가 개개인이 만든 세계의 장면을 소장하는 이들이니 말이다. 때문에 상상과 현실, 세계의 이면과 표면을 연결 지어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멈춰서는 작품은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는가? 그 이야기가 바로 여러분이 구하던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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