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N] 장단을 먹고 엇박을 세우는 산조… 최문진의 도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전통N] 장단을 먹고 엇박을 세우는 산조… 최문진의 도전

뉴스컬처 2026-07-02 09:24:00 신고

3줄요약
최문진의 ‘강태홍류 가야금산조’. 사진=국립국악원
최문진 ‘강태홍류 가야금산조’. 사진=국립국악원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스승에게서 제자에게 옮겨 간 소리는 종이 위 기호보다 오래 손끝에 남는다. 최문진의 ‘강태홍류 가야금산조’ 발표회는 가야금과 장구가 마주 앉아 사제 계보의 무게를 헤아리는 자리다. 부제 ‘사사자상승(師資相承)’은 가르침을 주고받는 전승의 질서를 뜻한다. 느린 다스름에서 출발한 열두 현의 호흡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세산조시를 지나며 한 유파가 간직한 시간의 두께를 펼친다.

강태홍류 가야금산조는 부산을 중심으로 보존된 산조 유파다. 1989년 7월 6일 부산광역시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부산 동래 지역 전승 맥 안에서 보존과 교육이 이뤄졌고, 강태홍의 말년 활동과 제자 계보가 맞물려 지역 산조의 중요한 층위를 형성했다. 효산 강태홍은 전남 무안 출신 가야금 명인이다. 아홉 살부터 악기를 익혔고, 가야금산조 창시자로 알려진 김창조에게 배웠다. 대구와 서울, 부산을 오가며 협률사와 조선성악연구회 활동에 참여했다. 원옥화·김춘지·구연우·신명숙 등 문하생도 길렀다. 말년에는 한층 심화된 가락을 후학에게 전했다. 유성기 음반으로 남은 연주가 효산의 음악 세계를 짐작하게 한다.

효산 산조의 매력은 곧게 뻗는 선보다 비껴 흐르는 탄성에 있다. 김창조에게 배운 골격 위에 자기 선율을 더한 결과,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 구조가 형성됐다. 1950년 이후 세산조시가 더해졌다. 조성은 우조·돌장·평조·계면조·경드름·강산제 등으로 짜인다. 경쾌한 기운, 복합적인 선율, 불규칙한 엇박은 강태홍 가락을 구분하는 표지다. 세부 어법은 손맛에서 엇갈린다. 박을 삼키듯 들어가거나 건너뛰는 운용, 두 박자와 세 박자의 어긋남, 농현을 덜어낸 소리, 줄 울림을 막아 세우는 탄현, 꺾는 목을 퇴성으로 바꾸는 수법이 효산 계열의 독특한 질감을 이룬다. 풍류처럼 밀어내는 어법도 세련미를 설명하는 단서다.

프로그램의 문턱은 ‘다스름’이다. 본격 연주 전 악기의 기운과 객석의 귀를 맞추는 시간이다. 장단을 밀어붙이는 구간이라기보다 음의 상태를 살피는 서문에 가깝다. 최문진은 우조 다스름을 지나 진양조로 들어선다. 진양조에는 우조, 돌장, 평조, 계면조, 돌장이 이어진다. 매우 느린 박 안에서 한 음은 길게 흔들리고, 농현은 말보다 늦게 감정의 방향을 드러낸다. 중모리는 산조의 허리를 세운다. 우조, 경조, 평조, 계면조가 차례로 펼쳐진다. 느림과 빠름 사이에 자리한 장단 속에서 선율은 또렷한 문장을 얻는다. 경조의 환한 색채는 우조의 단단한 기운과 다르다. 평조의 담백함은 계면조의 처연한 떨림과 구별된다. 중간부에 이르면 효산 가락의 여러 표정이 명확해진다.

중중모리와 엇모리는 긴장의 성질을 전환한다. 중중모리는 우조와 평조를 담고, 엇모리는 계면조로 제시된다. 중중모리의 속도는 몸의 체온을 끌어올린다. 엇모리의 박 구조는 예측을 흔든다. 산조가 약속된 틀 안의 음악이라면, 효산 계열은 모서리를 비스듬히 딛는 방식이다. 최문진의 손끝은 반 박 늦거나 빠른 지점을 겨냥할 때 깊은 울림을 얻는다. 자진모리와 휘모리는 응축된 에너지를 드러내는 구간이다. 자진모리는 경조, 우조, 계면조로 짜이고, 휘모리는 계면조를 향한다. 가락은 빨라지지만 소리의 무게는 가벼워질 수 없다. 빠른 발현 사이에서도 줄을 누르는 왼손의 힘, 음을 꺾는 거리, 탄현 뒤 남는 잔향이 살아야 한다. 세산조시는 계면조, 평조, 계면조로 닫힌다. 종착점은 속도의 결승선보다 긴 여운에 가깝다.

고수 윤진철의 존재도 무대를 받치는 중요한 요소다. 그는 1998년 전주대사습놀이 명창 부문 대통령상, 2005년 KBS국악대상, 2013년 서암전통문화대상 등을 받았다. 2020년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로 인정됐다. 최문진은 전승, 교육, 현장 활동을 폭넓게 아우른다. 국가무형유산 이리향제줄풍류 이수, 대구광역시 문화재위원 역임, 워싱턴대학교 초빙교수, 경상북도립국악단 예술감독 및 지휘자 역임, 영남대 명예교수, 한국가야금학회 상임이사, 강태홍류 가야금산조 보존회 이사, 효산악회 대표 이력이 그의 음악적 좌표를 말한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