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유니콘으로 불린다. 그가 현대 야구에서는 금기처럼 여겨졌던 투·타 겸업을 그것도 세계 최고 무대에서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어 비롯된 별칭이다.
오타니가 특별한 선수로 인정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인성이다.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운을 잡기 위해 땅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다는 말은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국내 야구팬도 지난해 막 빅리그에 입성한 김혜성을 동향처럼 챙기는 오타니에게 더 호감을 느꼈을 것 같다.
오타니는 존중할 줄 아는 선수다. 자신의 다저스 데뷔전을 서울 시리즈(다저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를 통해 치러 방한한 2024년 3월, 그는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다. 아내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립 서비스였다고 해도 오타니의 배려는 귀감이 될 만하다. 오타니는 최근 선발 투수로 등판한 경기에서 배터리 호흡한 달튼 러싱과 불협화음을 냈지만, 그의 개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인성이 좋은 선수가 많다. 2014년 2월로 돌아간다.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이었던 안치홍(당시 KIA 타이거즈 소속)과 통화를 마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참 예의가 바른 선수다'라는 것이었다.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게 콜백을 하며 "늦어서 죄송하다", "어린 제가 연락드리는 게 당연하다", "현장에서 인사드리겠다"라고 했다. 평범한 말이지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후에 현장에서 들은 그의 평판은 예상대로 매우 좋았다.
좋은 사람은 그가 속한 그룹까지 달리 보이게 만든다. 유한준(은퇴)이 그랬다. 딱 취재원과 기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유한준이 얼마나 온유한 인품을 갖고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3살 어린 후배 박경수(은퇴)부터 18살 어린 강백호(현 한화 이글스)까지 그를 큰형처럼 따랐다. 그런 그가 리더로 이끌었던 KT 위즈는 팀워크가 매우 끈끈할 것 같았다. KT는 2021년 통합 우승을 거뒀다.
KT 내부 분위기에 한창 감탄하던 즈음, 인천 경기에서 최정(SSG 랜더스)과 수훈선수 인터뷰를 했다. 7~8년 전에 비해 훨씬 좋아진 입담에 감탄하다가, 문득 최정과 유한준이 동문(유신고)이라는 걸 떠올렸다. 최정도 구단 안팎으로 좋은 사람으로 통한다.
띠나 별자리, 혈액형 그리고 MBIT(성격 유형 검사 도구)까지 세대마다 사람의 성향을 분류하는 방식이 있었다. 꽤 큰 표본의 집단에 동일한 정체성을 대입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지만, 꽤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유신고 출신 스타플레이어들이 나란히 좋은 품성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유신고에서 야구를 했던 선수들이 좋은 지도자 아래서 건강한 경쟁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오타니가 롤 모델로 삼았던 선수이자 고교(하나마키히가시고) 선배인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도 큰 구설수가 없는 빅리거다. 두 선수를 고교 시절 지도한 사사키 히로시 감독은 '야구도 할 줄 아는 훌륭한 인간'을 만드는 걸 강조했고 지력과 인격 함양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좋은 사람이 미치는 선한 영향력은 많을 걸 변화시킨다. 반대로 타인의 개성과 문화를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언젠가 그 뾰족한 인성이 드러나고, 자신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집단 구성원에게 피해를 준다.
조롱과 비난이 교묘한 형태로 진화해 일상처럼 만연한 시대. 밈(meme)이라는 신조어가 주는 가벼움만큼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실패에도 꼿꼿한 자세를 고수해 공분을 산 홍명보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의 귀국보다 지난달 29일 고교 야구 현장에서 나온 '조롱 응원'이 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소속 고교의 명예를 실추 시키고, 팀 동료들의 앞길을 막은 학생 선수들이 있었다.
'착하면 (운동을) 못한다'라는 말이 지도자들 사이에서 정설로 여겨지고 있었던 시대도 있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도영(KIA) 문동주(한화) 등 현재 야구 대표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이들도 야구계에선 인성이 바른 사람으로 정평 났다.
선수들이 학창 시절부터 경쟁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프로 선수로서 어울리는 소양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금은 좋은 사람도 야구를 잘 하는 시대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