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임대②] 혈세 쏟아붓는 ‘7억 빌라’ vs 국민이 열광하는 ‘2억 아파트’… 공공주택의 기형적 역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매입임대②] 혈세 쏟아붓는 ‘7억 빌라’ vs 국민이 열광하는 ‘2억 아파트’… 공공주택의 기형적 역설

뉴스로드 2026-07-01 12:00:00 신고

대한민국 공공주택 공급 정책이 거대한 모순에 직면했다. 국민들은 2억원대 ‘마곡 반값 아파트’에 환호하며 수백 대 일의 경쟁률로 응답하고 있는 반면, 공공기관은 원가보다 2배 이상 비싼 연립과 빌라를 사들이는 데 수십조원의 혈세를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백년주택) 흥행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축 매입임대 사업을 둘러싼 ‘고가 매입’ 논란은 공공 공급 정책의 기형적 왜곡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토지임대부건물분양인 마곡 17단지 아파트 조감도 [사진=SH]
토지임대부건물분양인 마곡 17단지 아파트 조감도 [사진=SH]

▲ ‘평당 1,200만원’ 마곡 아파트 vs ‘평당 3,000만원’ 화곡동 빌라

두 사업의 모순은 구체적인 ‘가격 데이터’에서 가장 명백하게 드러난다. 

올해 하반기(8월) 입주를 앞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마곡 17단지(토지임대부 분양주택)는 건물 분양가격이 ㎡(평방미터)당 400만원 미만으로, 평당 1,200만원을 넘지 않는다. 59㎡의 분양가는 2.9억~ 3.4억원, 84㎡는 4억~4.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근 민간 아파트 시세(마곡엠밸리 7단지 84㎡ 기준 약 22억원)와 비교하면 4분의 1에 불과한 파격적인 가격이다. 토지 소유권은 공공이 갖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을 통해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의 초기 진입 장벽을 완전히 허물었다. 앞서 공급된 고덕강일 3단지(1,090호) 역시 SH의 적정 이익을 포함하고도 59㎡ 분양가가 3억원 중반으로 알려졌다. 이들 주택은 후분양 방식이어서 준공 시점에서 계약이 확정된다. 

여기에 더해 59㎡ 67만원, 84㎡ 95만원 가량의 토지임대료를 매월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59㎡라면 1억원 정도의 예탁금을 넣으면 토지임대료는 면제된다. 입주 보장기간은 40년+40년으로 최장 80년이다. 

반면, 공공기관이 민간에서 사들이는 신축 매입임대 주택의 가격은 이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서울 25평형 신축 빌라의 평균 매입가는 평당 3,122만원, 호당 무려 7억 8,000만원에 달했다.

LH 측은 "7억 8,000만원은 극단적인 일부 사례이며 실제 평균 매입가는 3억원대"라고 반박하지만, 송파구 ‘르피에드 문정’(전용 46㎡를 인근 시세 2억 7천만원보다 훨씬 비싼 약 7억원에 매입), 강동구 ‘강동리버스시티’ 고가 매입 등 민간 업자의 미분양 리스크를 혈세로 떠안아 준 구체적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유출되고 있다.

이전 사례에서도 비싼 매입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LH가 2024년 1월 30일 마곡지구 인근 화곡동에서 매입한 빌라 ‘세종파크빌’(12가구, 총 71억 3,250만원)의 경우, ㎡당 감정가가 893만원 책정됐다. 

이는 마곡 신축 아파트 건물 분양가(㎡당 400만원 미만)의 2배가 넘는다. 당시 화곡동 일대 연립·빌라의 실제 거래가가 ㎡당 400만~600만원선이었음을 감안하면, 시장 시세보다도 훨씬 높은 가격에 공공이 매입해 준 셈이다. 

SH가 2022년 700여억원에 매입한 상봉동 매입임대주택 [사진=뉴스로드]
SH가 2022년 700여억원에 매입한 상봉동 매입임대주택 [사진=뉴스로드]

SH가 최근 공개했던 37건의 분양원가에 따르면, SH 아파트 평균 공사비는 평당 700만원 정도다. 30평형의 경우 실제 공사비는 2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LH를 비롯한 개발공기업들이 매입을 하지 않고 직접 지으면 훨씬 더 많은 공공주택 확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편, 토지임대부건물분양 방식은 이미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오래전부터 입증됐다. 서울시민들에게는 익숙한 낙원상가와 낙원아파트는 1967년 준공된 토지임대부건물이다. 평당시세는 약 1000만원으로 주변 지역 평균인 6000여만원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2014년 준공된 강남브리즈힐은 117B㎡형이 지난달 13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역시 강남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다고 하기 어렵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IFC도 서울시 토지를 99년 임대하는 방식으로 건설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주택도 이와 같은 토지임대부방식이다. 공공임대형과 분양형이 있다. 그런데 정작 이재명 정부의 주택정책이 '매입임대'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호구짓'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매입임대'에 경고를 주기도 했다. 

숫자가 증명하는 공급 정책의 3대 치명적 부작용

국민 선호도가 높은 양질의 아파트 직접 건설 대신, 비아파트 매입임대에 공공의 역량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부동산 시장과 국가 균형 발전에는 세 가지 거시적 부작용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첫째는, 기관 역량의 마비 (공급 역전 현상)다. LH 전체 직원 1만여명 중 매입임대 전담 인력은 약 4%(4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소수 조직이 LH 전체 예산의 약 70%를 집행하는 기형적인 재정 쏠림이 발생하고 있다. 단기 실적(호수)을 채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이 매입임대로 먼저 빠져나가면서, 정작 대규모 주택 공급이 시급한 3기 신도시의 토지 보상과 아파트 신축 착공이 지연되는 본말전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다음은 인구학적 부작용 (지방 소멸 가속)이다. 정부의 파격적인 매입임대 혜택(시세의 20~30% 수준)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주거비 부담에 가로막혀 있던 지방 청년과 신혼부부들을 인위적으로 수도권으로 끌어당기는 구조다. 주거 보조금마저 수도권이 독식하면서 지방은 청년 유출로 소멸이 가속화되고, 수도권은 과밀화되는 국토 불균형의 비극이 심화된다.

셋째는 시장 마비와 도심 슬럼화다. 신축 매입임대는 도심 내 기존 노후 주택을 허물고 다시 짓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 매매시장으로 유입되어 순환해야 할 중저가 주택들이 공공임대로 흡수되어 최소 수십 년간 매매시장에서 영구 격리(Lock-in)된다. 더 큰 문제는 골목마다 공공 소유의 신축 임대 빌라가 ‘알박기’ 형태로 박히게 되면, 향후 해당 구역 전체를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는 대규모 재개발(뉴타운 등) 추진 시 노후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도심 정비 및 인프라 개선이 영원히 마비된다는 점이다. 이는 도심 저층 주거지를 장기적으로 슬럼화시키는 부메랑이 된다.

‘행정 편의주의’ 멈추고 ‘직접 건설’로 회귀해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4일 부동산공급 대책과 관련해 "닥치고 (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특단의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 집을 짓는 일을 해야하는 공기업들이 집을 사들이고 있다. 

김헌동 전 SH사장은 "매입임대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 집값이 과도하게 하락하면 싸고 빠르게 공공임대 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 반지하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집을 사들여 새로 지으면 주거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주거복지의 일환일 뿐이다. 수급과는 상관이 없는데도, 정부는 매번 이를 공급대책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신축약정'이라는 정책용어의 혼선도 한몫한다. 매입임대의 대부분은 '신축약정'방식이다. 이는 당초 LH가 아닌 SH에서 시작한 정책이다. 변창흠 전 국토부장관, 김세용 전GH사장이 SH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신축약정 방식의 매입임대가 고착화됐다. 

용어는 신축약정이지만, 실제로는 재건축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즉, 멸실률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LH나 SH가 매입임대를 공급이라고 하면서, 신축약정 건수를 공급실적으로 발표하는 순간, 실제로는 멸실가구 증가로 전월세난이 심각해진다는 것이 경실련의 분석이다. (본지 6.24일자, 경실련 "이주 수요 유발하는 정비사업·매입임대 중단해야…전월세 정상화 시급")

[표=경실련]
[표=경실련]

문재인 정부 시절 본격화되어 윤석열 정부의 ‘무제한 매입(8.8 대책)’, 그리고 현 이재명 정부의 ‘신축 매입임대 14만호 계획’에 이르기까지, 정권의 성향을 막론하고 매입임대는 정책의 치트키처럼 활용되어 왔다. 공기업의 부채 비율 착시를 유도하고 단기간에 ‘공급 호수’ 성과를 올리기 쉽다는 행정 편의주의 때문으로 보인다. 

매입임대론자들의 또 한가지 변명은 정부가 매입을 약정해줌으로써 건설업자들이 안심하고 집을 지을 수 있게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는 탁상행정의 산물로 보인다. 실제로 매입임대 공사 현장을 가보면, 굳이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집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곳들이다. 더 속도를 낸다고 말하지만, 국가의 주택정책이 1~2년 앞을 보고 추진된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3기 신도시 시작한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여태 토지보상도 마무리 못하고 있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순서에 맞는다. 

최근, SH의 마곡지구 토지임대부 주택의 일반공급 경쟁률은 125대1에 달했다. 70대1을 기록한 특별공급을 포함해 381세대 모집에 무려 2만명이 몰리는 흥행을 기록했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인근 지역 아파트 시세가 15억원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토지임대료를 감안하더라도 3분의 1 수준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SH의 폭발적 흥행과 경실련의 LH 비판이 가리키는 결론은 하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세금을 아파트 원가보다 2배 더 쓰며 도심 재개발을 막아서는 ‘비싼 빌라 임대’가 아니라, 공공이 직접 지어 분양하는 ‘저렴한 양질의 아파트’다. 국민의 '집 걱정'이 사라지려면 '내집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LH 등 공기업이 국민들로부터 강제수용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이익을 취한 뒤, 다시 민간이 지은 비아파트를 비싸게 사들이는 모순된 행태는 재검토돼야 한다. 공기업들이 ‘매입 대행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공공택지에 공공주택을 직접 지어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본연의 설립 목적을 회복해야 한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