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제약사의 의약품 판촉영업 대행 구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의약품 판촉영업자, 이른바 CSO와 제약사 간 위탁계약 현황 파악에 나서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약품 제조업자와 수입업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판촉영업 위탁계약 체결 현황 제출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제출 대상은 CSO 신고제가 시행된 2024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작성·보관 중인 의약품 판매촉진 업무 위탁계약서와 해당 계약에 따른 재위탁 통보서 일체다. 제출 기한은 지난달 29일까지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제출 자료를 통계와 정책 연구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약사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공문에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CSO 신고제는 의약품 판촉영업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복지부는 2024년 7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CSO 신고 기준과 교육 의무, 위탁계약서 기재사항, 재위탁 통보 절차 등을 구체화했다.
개정안에는 위탁 의약품명, 품목별 수수료율, 수탁자의 준수사항 등을 계약서에 담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판촉영업을 다시 다른 CSO에 넘길 경우 재위탁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원계약자인 제약사에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한 점도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CSO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약사가 영업조직을 직접 운영하는 대신 외부 판촉영업자를 활용하면 인건비와 조직 운영비 등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중소제약사는 물론 일부 대형 제약사도 특정 제품군이나 지역 영업에 CSO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영업 구조가 여러 단계로 쪼개질수록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는 점이다. 제약사가 CSO와 원계약을 맺고, 해당 CSO가 다시 다른 업체에 판촉업무를 넘기는 재위탁 구조가 형성되면 실제 영업 행위자와 비용 집행 주체가 분리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출보고서 누락, 편법 수수료 지급, 불법 리베이트 등이 발생할 경우 원계약자인 제약사의 관리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법조계에서는 CSO를 통한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제약사가 단순히 “외부 대행사의 일탈”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판촉영업을 위탁한 이상 계약 관리, 비용 집행, 재위탁 여부 확인, 지출보고서 작성 등 관리·감독 의무가 제약사에도 남아 있다는 취지다.
정부 기류도 강경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2일 ‘국가정상화 프로젝트’ 1차 과제 164개를 확정하면서 ‘불법적 의약품 판촉영업자(CSO) 근절’을 복지부 주관 과제로 포함했다.
개선 방향에는 의약품 판촉영업의 양성화·투명화를 위한 제도 보완, 이익 수수 의료인에 대한 처벌 규정 마련, CSO 실태조사 추진 등이 담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주관 과제로는 ‘제약사 리베이트 근절’이 별도로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CSO 활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계약 구조와 비용 흐름이 불투명해질 때 리베이트 리스크가 커진다”며 “정부가 계약서와 재위탁 통보서를 함께 요구한 것은 다단계 영업 구조를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통계 수집을 넘어 제약사 영업대행 관행 전반을 정비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CSO가 비용 효율화 수단에서 규제 리스크의 핵심 고리로 부상하면서 제약사들의 내부통제와 계약 관리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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