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뮈스부터 디올까지, 자연으로 향한 런웨이 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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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뮈스부터 디올까지, 자연으로 향한 런웨이 쇼 4

마리끌레르 2026-06-30 17:39:28 신고

코르시카 절벽의 자크뮈스, 파리 도심의 파도를 세운 루이 비통, 에펠탑 아래 새하얀 수국을 배경으로 한 생로랑과 튈르리 정원 속 연못을 제작한 디올까지. 패션 하우스들이 자연을 새로운 무대 언어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코르시카 절벽 위 자크뮈스27 봄-여름 컬렉션

© Jacquemus 
© Jacquemus 
© Jacquemus 
© Jacquemus 

시몽 포르테 자크뮈스는 2027 봄-여름 컬렉션 ‘르 보뇌르(Le Bonheur)’를 프랑스 코르시카의 피에트라 등대(Phare de la Pietra) 인근에서 선보였습니다. 거친 암벽, 새파란 지중해, 바람이 지나가는 좁은 길. 자크뮈스가 사랑해 온 남프랑스식 햇빛은 이번 시즌 코르시카의 해안선 위에서 한층 더 원초적인 형태로 번졌죠. 이번 컬렉션의 키워드는 신선함, 움직임, 밝은 색채, 그리고 본능적인 편안함입니다. 자크뮈스 특유의 볼륨은 간결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다시 등장하고, 미니멀한 실루엣과 장난기 있는 균형감이 교차하죠. 사진 속 길게 이어진 절벽 길을 따라 걷는 모델들은 마치 휴양지의 엽서 안에서 막 빠져나온 사람들처럼 보이는데요. 화이트 탱크톱에 선명한 옐로 팬츠, 하늘색 셋업, 깃털처럼 움직이는 레드 스커트까지. 옷은 바람을 타고, 색은 햇빛을 받아 더 분명해집니다. 자크뮈스에게 자연은 컬렉션의 배경이 될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낙천성, 남프랑스적 감각, 몸을 조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증폭시키는 가장 설득력 있는 무대가 됩니다.

도심 속해변의 파도, 루이 비통27 봄-여름 남성 컬렉션

© Louis Vuitton
© Louis Vuitton
© Louis Vuitton
© Louis Vuitton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2027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 파리 도심에 거대한 해변을 펼쳐 보였습니다. 모래가 깔린 런웨이 뒤로는 인공 파도를 연상시키는 구조물이 솟아 있었고, 한쪽에는 이동식 라이프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캠퍼가 자리했죠. 루이 비통의 헤리티지와 맞닿아 있는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이번에는 서프 컬처와 스케이트보드 문화, 해변의 자유로운 태도와 만난 셈입니다. 이번 시즌의 남성상은 ‘서퍼가 된 루이 비통 맨’으로 데님, 후디, 바람에 바랜 듯한 아우터, 로브처럼 흐르는 코트, 웻수트의 질감을 떠올리게 하는 테크니컬 피스가 차례로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셔츠와 타이, 블레이저 같은 클래식한 테일러링이 더해지며 도시와 해변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룩이 완성됐죠. 퍼렐의 루이 비통은 정장을 딱딱하게 입히기보다, 그 안에 휴식과 움직임을 넣는 쪽을 택했습니다. 모델들은 서프보드와 여행 가방을 들고 등장하며 루이 비통식 이동의 감각을 완성했죠. 파리라는 도시, 해변이라는 환상, 럭셔리 하우스의 테일러링이 한 장면 안에서 겹쳐진 쇼였습니다.

튈르리 정원 속 인공 연못, 디올 26-27 가을-겨울 컬렉션

© Dior
© Dior
© Dior
© Dior

디올(Dior)을 이야기할 때 크리스챤 디올이 사랑한 정원과 꽃의 헤리티지를 빼놓을 수 없죠. 파리 튈르리 정원의 바생 옥토고날(Bassin Octogonal)을 배경으로 펼쳐진 조나단 앤더슨의 26-27 가을-겨울 컬렉션은 하우스의 뿌리 깊은 정원 서사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습니다. 루이 14세 시대를 거치며 파리의 대표적인 정원으로 자리 잡은 튈르리. 조나단 앤더슨은 이 역사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산책하듯 옷을 감상하는 파리지앵의 태도와 도시 생활의 우아한 긴장감을 컬렉션 안에 담아냈습니다. 역사적인 공원 안에 만들어진 인공 연못, 물 위를 지나가는 런웨이, 수련을 떠올리게 하는 장식들이 컬렉션 전반에 녹아들었죠. 여기에 작은 개구리 모양 미노디에르까지 더해지며 정원은 우아함과 유머가 함께 공존하는 무대가 됐습니다. 튈르리의 역사와 디올의 정원 헤리티지가 겹쳐진 이 무대는 조나단 앤더슨이 새롭게 열어갈 디올의 방향을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예고했습니다.

에펠탑 아래 피어난 새하얀 수국, 생로랑 26 여름 컬렉션

© Saint Laurent
© Saint Laurent
© Saint Laurent
© Saint Laurent

안토니 바카렐로가 선보인 2026 생로랑(Saint Laurent) 여름 컬렉션은 에펠탑 아래에서 진행됐습니다. 생로랑이 선택한 자연은 거칠고 원초적인 풍경보다는 파리의 밤과 조명 아래 정교하게 연출된 정원에 가까운데요. 새하얀 수국으로 수놓인 카산드라 로고. 그 위를 따라 펼쳐진 컬렉션 쇼는 꽃의 낭만과 가죽의 긴장감, 에펠탑의 상징성을 함께 보여주며, 생로랑만의 관능적 무드를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가죽 재킷과 펜슬 스커트, 과장된 어깨, 리본 블라우스, 강렬한 선글라스와 볼드한 주얼리는 꽃 사이를 지나며 더 날카롭게 보입니다. 흰 수국의 부드러움이 옷의 단단한 구조를 받쳐주고, 검은 가죽과 광택 있는 소재는 밤의 공기를 닮았죠. 생로랑에게 자연은 관능과 우아함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무대 장치로서 기능합니다.

패션 하우스가 자연을 향하는 이유

자크뮈스는 태양 아래 절벽을 배경으로 행복을 표현했고, 루이 비통은 도심 속 해변과 파도를 가져오며 여행과 이동이라는 하우스 헤리티지를 재해석했습니다. 또한 생로랑은 흰 수국을 파리의 밤과 결합해 관능적인 로고의 정원으로 만들었으며, 디올은 역사적 정원 안에 연못을 만들어 하우스의 유산과 새로운 감각을 겹쳐 보였죠. 최근 패션 하우스들이 자연을 배경으로 쇼를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쇼가 열리는 장소는 이제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세계관을 가장 먼저 전달하는 장면이 됐죠. 모델이 런웨이에 오르기 전부터 관객은 바람과 빛, 물과 꽃, 정원의 구조를 통해 컬렉션의 분위기를 읽기 시작합니다.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런웨이에서는 옷이 움직이는 방식, 빛을 받는 질감, 주변 풍경과 부딪히는 색감까지 함께 기억됩니다. 결국 자연은 패션 하우스가 컬렉션의 세계관을 더 선명하게 남기기 위해 가장 강력한 선택지가 되는 셈이죠. 바람이 옷의 실루엣을 바꾸고, 꽃이 로고가 되며, 파도가 도시를 흔드는 순간. 패션쇼는 한 시즌의 옷을 보여주는 자리를 넘어, 브랜드가 꿈꾸는 세계를 직접 걷게 하는 경험으로 확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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