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IPO 시장은 지난해 동기 대비 상장 기업 수와 공모 규모 측면에서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질적 내실화'가 뚜렷하게 관측됐다. ⓒ 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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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지난해 동기 대비 상장 기업 수와 공모 규모 측면에서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허수 청약 방지 등 제도 개선에 따른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비율의 급증 △일반 청약 및 수요예측 경쟁률의 심화 △공모가 대비 시초가 상승률의 비약적 폭등 등 시장의 '질적 내실화'가 뚜렷하게 관측됐다.
상반기 숨고르기를 마친 IPO 시장은 공급 확대와 대형어들의 등장 예고 속에 하반기 선별적 회복 국면 진입을 타진하고 있다.
◆ 공급 위축 속 내실 다졌다…대형주 부재 속 특례상장 비중 확대
올해 상반기 동안 국내 증시에 신규 진입한 상장기업은 △스팩 상장 △코넥스 상장 △재상장을 제외하고 총 17개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동기에 기록했던 38개사 대비 55.3% 감소한 수치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케이뱅크 단 1개사만이 이름을 올렸고, 코스닥 시장에 16개사가 몰리며 중소형주 위주의 장세가 고착화됐다. 지난해 동기에 기록한 코스피 4개사, 코스닥 34개사가 상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양적 공급량의 급감이 확연하다.
이에 따라 총 공모규모 역시 1조132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2조2095억원 대비 48.7% 줄어들었다.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유일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케이뱅크가 4,980억 원의 공모 규모를 기록하며 전체 시장의 약 44%를 견인했으나, 이를 제외하면 시장을 주도할 만한 '메가 딜(Mega-Deal)'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술성장기업을 필두로 한 특례상장의 강세다. 상반기 신규 상장사 중 특례상장 기업 수는 10개사다.
절대적인 수치 자체는 지난해 동기 17개사보다 줄었다. 다만 전체 상장사 내 비중은 58.8%를 기록해 같은 기간 14.1%포인트 대폭 확대됐다. 이는 바이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상장 심사의 주축을 이뤘음을 의미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전체 상장 기업 수 감소에 따른 상대적 착시 효과일 수 있어, 하반기에도 동일한 흐름이 지속될지는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 수요예측 흥행 압도…밴드 상단 초과 속출에 기관 확약 비율 '폭등'
양적인 축소에도 공모 희망가 확정 결과를 살펴보면 발행회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 전개됐다.
상반기 상장한 17개사 중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희망공모밴드 상단 혹은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은 14개사로, 전체의 82.4%에 달했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지난해 동기의 밴드 상단 이상 확정 비중(29개사, 76.3%)보다도 6.0%포인트 높은 수치다.
밴드 하단으로 밀려난 기업은 케이뱅크, 채비, 스트라드비젼 등 3개사에 불과했다.
가장 고무적인 지표는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비율'의 대전환이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사의 평균 기관 확약 비율은 46.3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평균이었던 7.06%와 비교해 39.26%p나 급증한 수치다.
금융당국의 수요예측 제도 개선안이 시장에 완벽히 안착하면서, 단순히 물량을 받기 위해 허수 신청을 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장기 보유 확약을 전제로 한 진성 기관들의 참여가 전면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종목별 기관 확약 비율 상위 5개 기업을 살펴보면 고도화된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마키나락스가 78.17%로 전체 1위를 차지했으며, 카나프테라퓨틱스(76.10%), 아이엠바이오로직스(76.01%), 액스비스(75.70%), 메쥬(75.4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은 상장 이후 오버행(대량 대기물량) 우려를 크게 불식시키며 안정적인 주가 흐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경쟁률 양극화 속 '불타오른 투심'…기관 59%·일반 82%가 '1000대 1' 돌파
상반기 공모주 시장은 참여자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수요예측에서 기관 경쟁률 1000대 1을 넘긴 기업은 총 10개사로 전체 상장사의 59%를 차지했다. 2지난해 상반기(22개사, 비중 58%)와 비교했을 때 상장 건수는 줄었지만 흥행 비율 자체는 소폭 상승했다.
상반기 평균 기관 경쟁률은 969.1대 1로 지난해 동기 895.7대 1 대비 더욱 강해졌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의 최고봉은 유아용 카시트 제조업체인 폴레드로, 1486.7대 1이라는 압도적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리센스메디컬(1,352.6대 1), 에스팀(1334.9대 1), 인벤테라(1328.8대 1), 져스텍(1295.0대 1) 순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시장은 한층 더 뜨거웠다. 일반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을 돌파한 기업은 17개사 중 14개사로, 82%의 비중을 기록했다. 전체 신규 상장사의 상반기 평균 청약 경쟁률은 1782.1대 1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 911.4대 1 대비 두 배 가까운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일반 청약 경쟁률 최고치 역시 폴레드(3169.9대 1)가 차지했다. 마키나락스(2807.8대 1), 져스텍(2783.9대 1), 액스비스(2711.1대 1), 메쥬(2428.3대 1) 등이 뒤를 이어 자산가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유동성이 공모주 시장으로 강하게 유입됐음을 증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이 상반기의 극심한 공급 가뭄을 해소하고 본격적인 선별적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 상장 당일 '대박 랠리'…시초가 평균 상승률 178.7%
이 같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의 열기는 상장 당일 압도적인 주가 퍼포먼스로 직결됐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기업 17개사 중 94.1%에 달하는 16개사가 공모가 대비 상장 당일 시초가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시초가 평균 상승률은 178.7%에 달해, 지난해 상반기 평균 상승률(64.9%) 대비 113.8%포인트나 수직 상승했다.
공모가의 4배인 이른바 '따따블'을 기록(300% 상승)한 기업은 액스비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폴레드, 마키나락스 등 총 4개사에 달했다. 이어 코스모로보틱스(291.7%)도 최고점에 근접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와 달리 상반기 마지막 날 상장한 스트라드비젼은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8.2% 하락하는 고배를 마시며 상반기 유일하게 시초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불명예를 안았다.
◆ "하반기 IPO 시장, 공급 확대 및 제도 변화 속 선별적 회복 국면"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이 상반기의 극심한 공급 가뭄을 해소하고 본격적인 선별적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장의 온기를 바꿀 핵심 관전 포인트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형 딜의 귀환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의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계기로 대형 IPO 추진 기대감이 재점화된 가운데 메가존클라우드, 업스테이지, 리벨리온, 무신사 등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대형 유니콘 기업들의 연내 IPO 추진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둘째, 상장 예비심사 청구 건수의 급증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예심 청구 건수는 34건으로, 1분기 11건 대비 23건 급증(스팩, 코넥스 제외)했다. 하반기 심사 승인 및 공모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의 양적 공급량이 상반기 대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셋째,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 임박에 따른 영향이다.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정부의 중복상장 관련 가이드라인은 지배구조 리스크와 관련된 기업들의 상장 불확실성을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세부 기준이 최종 확인되기 전까지는 기업별 일정 재개 속도가 철저히 차별화될 징후가 크다.
넷째, 사전수요예측 및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연말 시행이다. 이들 선진 제도의 도입은 향후 IPO 공모가 산정과 기관투자자의 장기 안정적 참여 구조 형성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올 메가톤급 변수로 꼽힌다.
기업홍보·컨설팅업체 IR큐더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는 철저하게 시장의 제도적 내실을 다지고 진성 투자자 중심으로 판을 재편하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늘어난 심사 청구 물량과 대형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들의 등장으로 공모 규모가 정상화되겠으나,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철저하게 실적과 미래 가치가 검증된 기업 위주로 매수세가 쏠리는 '옥석 가리기'가 한층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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