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57) 감독은 2분 15초 만에 2년의 실패를 정리했다. 사퇴 발표 직후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자리를 떠났다. 마지막마저 팬들이 기대한 모습은 아니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던 홍명보 감독은 지난 2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입장문 낭독으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실패를 갈음했다. 질문은 받지 않았다. “죄송하다”는 말은 모두 발언 초반 단 한 번뿐이었다.
귀국길도 다르지 않았다.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는 밤을 새운 축구 팬 300여 명이 모여 욕설과 고성으로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규탄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팬들의 ‘사자후’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발걸음을 재촉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홍명보 감독이 말한 책임은 결국 ‘사임’이었다. 팬들이 기대한 설명과 반성은 끝내 들을 수 없었다.
‘진심’은 보이지 않았다. 객관적 전력이 아래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했을 때도, 32강 진출이 무산됐을 때도 홍명보 감독의 자세는 당당했다.
아쉬움과 분함을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전술적 결함을 되짚거나 월드컵 실패 원인도 내놓지 않았다. 사과를 위한 사과란 비판의 화살이 홍명보 감독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2002 한일 월드컵 영웅이자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쓴 홍명보 감독이기에 세간의 실망은 더 컸다. 월드컵을 이끈 ‘수장’ 홍 감독의 마지막 귀국길은 씁쓸한 침묵만 남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북중미 월드컵서 브라질에 패해 짐을 싼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반응은 달랐다. 이날 모리야스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미국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32강서 브라질에 1-2로 역전패했다. 일본은 선제골을 넣으며 이변을 노렸는데, 후반전에 동점 골을 내주더니 추가시간에 결승 골을 헌납해 고개를 떨궜다.
일본은 8번의 월드컵 출전 중 5차례나 토너먼트에 올랐지만, 여전히 ‘토너먼트 무승’이라는 성적표가 이어졌다. “목표는 월드컵 우승”이라고 외친 모리야스 감독의 공언도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리야스 감독은 브라질전 뒤 “브라질과의 전력 차는 분명 많이 좁혀졌다. 일본도 확실히 세계 정상급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모리야스 감독 체제 일본은 대회 전 기준 FIFA 랭킹 18위까지 오르며 세계 강호 대열에 합류했다. 이 기간 브라질(2025년 10월), 잉글랜드(2026년 4월)와 친선전서 승전고를 울리기도 했다.
필요한 건 국제 대회에서의 확실한 성과였다. 모리야스 감독 체제 일본은 아시안컵 준우승(2019년)이 최고 성적이고, 그 뒤론 결승 문턱을 밟지 못했다. 북중미에서도 죽음의 조를 넘어섰지만, 결국 32강서 실패가 반복됐다.
모리야스 감독은 브라질전 후 팬들에게 90도 인사를 건넸다. 선수들을 감싸안으며 위로도 전했다. 그는 “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다”라며 결과에 승복했다. 일본 팬들은 모리야스 감독에게 박수를 건넸다.
모리야스 감독과 일본축구협회의 여정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계약 만료를 앞둔 모리야스 감독은 거취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일본 현지에선 오이와 고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내부 승격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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