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정부와 대기업이 손잡고 추진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면서 침체가 장기화된 지방 건설·부동산 시장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동시에 기업형 첨단도시를 조성해 일자리와 주거 수요를 함께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한 서남권에는 반도체 생산거점이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역경제는 물론 지방 주택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 800조원 투입…서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에서 대도약으로, 초격차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기업 총수와 관계부처 장관, 70여 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대규모 투자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국가 성장 전략이 골자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 구조를 지방으로 확대하기 위해 서남권을 제2 반도체 생산기지로 육성하기로 했다. 기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별도로 광주·전남권에 메모리 반도체 팹(Fab) 4기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총 투자 규모는 800조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기의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정부는 전력과 용수·부지 공급은 물론 인허가 절차까지 패스트트랙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충청권에는 81조원을 투입해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거점을 구축하고, 부산과 구미 등 동남·대경권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 중심지로 육성한다. 이어 피지컬 AI와 로봇 산업은 새만금과 대경권을 생산거점으로 키우고, AI 데이터센터는 SK와 GS·네이버 등이 참여하는 8.4GW 규모의 1단계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산업시설 조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기업이 장기간 머물 수 있도록 주거와 교육·의료·문화시설을 함께 갖춘 기업형첨단도시도 조성하기로 했다. 산업단지에서 주거지역까지 30분, 공항과 항만 등 주요 물류거점까지 1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한 교통체계 구축도 함께 추진한다.
◇ 침체 깊어진 지방시장…메가 프로젝트가 돌파구 될까
이번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주택시장은 수도권은 상승하고 지방은 하락하는 이른바 양극화가 고착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69% 상승했지만 지방 5대 광역시는 0.41% 하락했다.
미분양 부담도 지방에 집중됐다. 국토교통부의 5월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미분양 주택 6만5239가구 가운데 4만6638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전국 2만9350가구 가운데 2만4522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규모 산업시설이 들어설 경우 ▲협력업체 유입 ▲고용 증가 ▲임대 수요 확대 ▲배후 주거지 개발 등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지역 부동산 회복을 견인할 수도 있다.
특히 정부가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을 통해 정주여건 개선까지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과 주거가 결합된 성장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국내 산업도시들은 대규모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창원·구미시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인구와 주거수요가 확대되며 도시 규모가 커진 대표 사례로 꼽힌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수만 명의 근로자와 협력업체 종사자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변 전·월세 수요와 아파트 매수세를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고 생활 인프라가 확충되면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업 투자 계획이 실제 기업 입주와 고용·정주 수요로 이어져야 지방 부동산시장 회복 효과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입지와 사업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단기적인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발표 직후 기대감으로 일부 지역의 호가가 움직일 수는 있지만 지방 미분양 해소나 수도권 쏠림 완화는 중장기 과제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 기대감 커진 지방…"실행력이 성패 가른다"
이번 메가 프로젝트는 단순한 산업 투자 계획을 넘어 수도권 중심 성장 구조를 지방으로 확장하려는 국가 균형발전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산업을 지방에 배치하고 기업형첨단도시를 함께 조성해 일자리와 정주환경을 동시에 구축하겠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발표 자체만으로도 투자심리 개선 효과는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부동산시장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와 공장 착공, 협력업체 유입, 인구 증가 등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광주시에 거주하는 한모씨(여·62세)는 “경제적으로 수십년간 멈춰 호남땅에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 땅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기업을 일으키고, 우리 지역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 기업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식들과 생이별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지역 경제도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문제점들을 개선하며 빠르게 실행으로 옮겨 현실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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