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유진 기자 |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기업가치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의 ADR 상장 가능성에도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9일 반도체 시황 점검 웹세미나를 열고, 차세대 HBM 시장 경쟁 현황과 SK하이닉스 미국 ADR 상장의 투자 의미를 집중 분석했다. 발표를 맡은 정의현 ETF운용본부장은 HBM4 기술 경쟁과 메모리 수급 구조 변화, ADR 상장이 가져올 수급 효과를 상세히 짚었다.
▲ "메모리, 더 이상 사이클 산업 아냐"
정 본부장은 메모리 수요 구조의 구조적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컴퓨텍스 2026'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해 HBM4 웨이퍼에 직접 '더 만들어 달라'는 문구를 적었다"며 "최태원 회장이 5년 내 웨이퍼 생산을 두 배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는 게 엔비디아 측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제시한 '메모리플레이션' 개념도 소개했다. 정 본부장은 "최신 AI 칩 하나는 이전 세대보다 HBM을 7배 이상, 시스템 전체로는 65배 이상 사용한다"며 "과거 사이클 산업의 틀을 벗어나 지속적인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차세대 HBM 주도권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29일 세계 최초로 12단 HBM4 샘플을 제출했고, SK하이닉스도 이달 18일로 앞당겨 제출하면서 핵심 관전 포인트는 16단을 어느 기업이 먼저 선점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SK하이닉스의 ADR 나스닥 상장을 핵심 수급 이벤트로 꼽았다. 그는 "발행 규모 약 45조원의 ADR이 7월 10일 상장될 예정으로,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동일한 투자자 풀에서 평가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하이닉스의) 2027년 예상 영업이익이 마이크론(162억 달러)을 훨씬 웃도는 253억 달러임에도 시가총액은 오히려 마이크론이 높은 만큼, ADR 상장을 계기로 이 저평가 격차가 좁혀지는 리레이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삼성전자 ADR, 기대와 현실적 제약 사이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을 계기로 삼성전자에도 시선이 쏠린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해외 투자자 미팅에서 삼성전자 ADR 상장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며 "다수의 해외 투자자들은 ADR 상장 현실화 시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강력한 촉매 요인이 될 것으로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 확대 차원에서 미국 ADR 상장은 유력한 자본 정책 옵션으로, 향후 관련 논의가 점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의 저평가 상태와 우호적인 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ADR 상장은 배제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가 이미 상장돼 있는 것처럼 가능한 옵션이긴 하나, 계열사 간 복잡한 지분구조가 경쟁사 대비 상대적인 어려움으로 지목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삼성생명·삼성물산 등 그룹 계열사와 얽힌 지배구조 이슈가 ADR 추진의 현실적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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