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달라" vs "못 준다"…정비사업 브랜드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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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달라" vs "못 준다"…정비사업 브랜드 갈등 확산

아주경제 2026-06-29 15:25:34 신고

주요 건설사별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그래픽=제미나이]
주요 건설사별 '하이엔드' 브랜드 전략[그래픽=이은별 기자·제미나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둘러싼 건설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 간 갈등이 계약 해지와 소송, 시공사 선정 유찰로 번지고 있다. 조합은 자산가치와 분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고급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지만, 건설사는 브랜드 희소성과 수익성을 이유로 적용을 제한하면서 충돌이 커지는 모습이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가 시공사 선정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공사비와 사업 조건이 갈등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떤 브랜드를 적용하느냐가 조합원 표심과 시공사 교체 여부를 가르는 쟁점으로 부상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 성남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이다. DL이앤씨는 2015년 시공권을 확보하고 2021년 조합과 일반 브랜드 ‘e편한세상’ 적용을 전제로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 등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고, DL이앤씨가 난색을 보이자 조합은 계약 해지와 새 시공사 선정 절차를 추진했다. DL이앤씨는 이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과 동작구 흑석9구역도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신당8구역은 아크로 적용 문제 등을 두고 DL이앤씨와 갈등을 빚다 계약을 해지한 뒤 포스코이앤씨를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흑석9구역 역시 하이엔드 브랜드와 설계 변경 등을 둘러싼 갈등 끝에 롯데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현대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는 기존 4490억원 수준에서 6500억원대로 늘었다.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가 시공사 선정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사례도 있다. 서울 송파구 마천5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4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최상위 브랜드 참여 조건을 내걸었지만 건설사들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조합의 브랜드 기대 수준과 건설사의 사업성 판단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 사례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에 신중한 이유는 브랜드 희소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외관 특화, 고급 마감재, 커뮤니티 시설 확대 등이 수반되는 만큼 일반 브랜드보다 공사비 부담이 크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경우 브랜드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 조합 입장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사업성과 직결된다고 본다. 고급 단지 이미지를 확보하면 조합원 자산가치와 일반분양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특히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브랜드와 상품성을 통해 향후 가격 상승 여력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지역이 강남권을 넘어 수도권과 지방 주요 정비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브랜드의 차별성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일부 조합은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를 넘어 단지 고유의 정체성을 담은 별도 명칭이나 프로젝트 콘셉트까지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압구정4구역 수주 과정에서 제시한 ‘컬리넌 압구정’이 대표적이다. 다만 삼성물산은 컬리넌이 별도 하이엔드 브랜드가 아니라 해당 사업지의 프로젝트 콘셉트라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사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지 않으면 입찰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 브랜드 가치 유지와 수주 확대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게 된다”며 “하이엔드 브랜드가 대중화돼 희소성이 약해지면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새로운 브랜드나 단지별 독자 명칭을 요구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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