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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미국과 중국이 바이오산업을 둘러싼 규제 수위를 동시에 높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 바이오기업을 견제하는 미국의 움직임과 첨단 바이오기술 유출을 차단하려는 중국 기조가 맞물리자, 국내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동시에 사업 불확실성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美·中 바이오 패권 경쟁 본격화
미국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는 최근 미국 하원은 최근 ‘바이오기술 투자 국가안보법(BINSA)’을 발의했다. 이는 지난해 통과한 ‘대중국 투자 제한법(CONIS Act)’ 적용 대상에 바이오 분야를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의약품·바이오의약품·임상 연구개발 등 바이오산업 전반에서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체결하는 라이선스 계약이나 합작투자(JV), 지분 투자 등이 모두 미국 재무부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사실상 대중국 바이오 투자와 협력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해당 법안은 아직 발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바이오 분야가 규제 적용 여부는 미국 재무부가 내년 3월 17일까지 CONIS Act 시행 규정을 마련하면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장에서 최근 미국 국방부가 중국 유전체 분석기업 BGI 그룹과 장비회사 MGI 테크,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우시앱택(WuXi AppTec) 등을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포함한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우시앱텍이 올해 하반기 발표 예정인 생물보안법상 ‘우려 바이오기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보고 있어서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우시앱텍이 중국 군사기업 명단에 오른 이상 향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며 “핵심 계열사까지 규제 영향권에 편입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생물보안법 초안에는 자회사와 모회사, 계열사, 승계회사까지 규제 범위에 포함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겨 있다.
미국에 대응해 중국 역시 바이오기술 보호에 나서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항체와 세포, 유전자 치료 등 첨단 바이오기술 일부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격적인 기술이전과 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섰던 중국 바이오기업들의 사업 동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韓 CDMO·ADC는 ‘기회’…中 협력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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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는 국내 바이오 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 우방국인 한국의 바이오기업이 대체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어서다.
한 CDMO 기업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외 생산·개발 파트너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이미 나오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모두 갖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혜 후보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068270) 등 CDMO 기업들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DMO 업계에서 론자, 후지필름과 함께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대체 사업자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기업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 주기를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서비스를 강점으로 시장 내 우위를 점해온 만큼, 유사한 사업과 모델과 역량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안으로 주목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월 미국 록빌 생산시설 인수를 완료해 가동 중으로, 미국 현지에서 고객사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직접 수주를 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내년 준공을 목표로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내 6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늘어날 수요에 대응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
차세대 이중항체와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도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중항체와 ADC 중심으로 대규모 기술도입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관련 기술수출 강자로 글로벌에서 떠올랐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며 반사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4년 중국 항암제 라이선스 거래의 56%는 ADC에서 발생했으며, 거래 규모는 약 190억달러(약 29조681억원)에 달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에이비엘바이오(298380)와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가 거론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현지 자회사 네옥바이오를 통해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 ABL206과 ABL209의 미국 임상 1상에 착수했고, 지난달 첫 환자 투약도 시작했다. ABL206은 B7-H3와 ROR1을 동시에 표적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물질이다. ABL209는 EGFR 및 MUC1을 동시에 표적한다. 회사는 기존 ROR1 또는 B7-H3 단일항체 ADC 대비 종양 선택성과 치료 효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며 이중 블루오션인 이중항체 ADC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차세대 면역항암 플랫폼 ‘멀티-앱카인’(Multi-Abkaine)을 통해 AR166과 AR170 등 핵심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두 후보물질 모두 전임상 연구 결과에서 우수한 종양 억제 효과를 확인했고, 내년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을 목표로 개발이 순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최근 우시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차세대 삼중타깃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서며 대중국 협력에 따른 규제 리스크도 제기됐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는 미·중 갈등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수혜 후보로 분류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와이바이오로직스 관계자도 “향후 생물보안법과 맞물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규제 대상에 포함이 되더라도 기존 계약 건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이 적용되는 구조”라며 “2027년 글로벌 IND 제출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가시작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미국의 대중국 바이오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중국과 협력해 온 기업들의 사업 모델에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어서다.
실제 아리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는 중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고, JW중외제약이나 HK이노엔처럼 중국 바이오텍의 신약 후보 물질을 도입하거나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사례도 많다. 비용과 개발 속도 측면에서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임상시험수탁기관(CRO)·CDMO를 활용하는 기업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경고성에 그쳤던 사례가 많아서 아직 영향력 검토는 시기상조라고 본ㄷ나”면서도 “이번 규제가 실제 제도화되고 적용되면 타격이 상당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한 기업들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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