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4개 품목뿐…밤새 설사해도 약국 열 때까지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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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4개 품목뿐…밤새 설사해도 약국 열 때까지 ‘발 동동’

이데일리 2026-06-29 05:5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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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한전진 기자]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주말과 심야 시간대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 약국 체제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편의점이 부상하면서다. 실제 상비약 구매 가능한 편의점은 약국에 비해 188배나 많은 만큼, 국민 의약품 접근성 측면에선 압도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현장의 인프라는 구축됐지만 약사단체의 반발로 편의점 상비약 제도는 14년 전에 멈춰있는 실정이다. 14년 전과 달리 상비약의 제형·증상별 제품군 등도 대폭 다양화한데다 소비자 시각도 크게 달라졌지만, 정책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직역단체와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핵심인 국민 의약품 접근성을 시대에 맞게 높이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편의점 상비약 품목 제한부터 과감히 완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 안전상비의약품이 진열돼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 안전상비의약품이 진열돼 있다.(사진=뉴시스)


◇직역단체 반대에 14년 간 지정심의위도 ‘공회전’

28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상비약을 취급하는 국내 편의점 수는 3만 8683곳으로 전체(5만 4829곳)의 70%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심야 시간대 운영되는 약국은 205개로, 상비약을 운영하는 편의점(24시간 운영)이 약 188배나 많다. 단순 의약품 접근성으로 따지면 이미 국민들의 근거리 유통채널로 거듭난 편의점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와 업계에서도 오래 전부터 약국 외 의약품 판매 채널로 편의점을 대안으로 삼아왔다. 2012년 약사법 개정으로 탄생한 안전상비의약품 약국외 판매제도가 대표적이다. 국내 약국 환경이 처방전 취급 중심으로 바뀐데다, 심야 운영률도 저조한 만큼 편의점 같은 약국 외 채널을 통해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허가 품목은 해열진통제·소화제·파스 등을 중심으로 한 13종이었다. 판매할 수 있는 곳은 법령상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24시간 연중무휴 소매점포인데, 현실적으로 국내에선 편의점 뿐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약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현재 편의점 상비약은 최대 20종까지 지정할 수 있지만, 현재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은 11종 뿐이다. 어린이용 타이레놀 2종의 국내 생산이 중단되면서 2종이 자연스럽게 제외됐다. 제도를 설계했던 당시 정부는 3년마다 판매 품목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는데, 14년간 한 번도 추가되지 못했다. 2018년 8월 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에서 업계가 제산제·지산제 효능군에 대한 추가 지정이 필요하단 의견을 냈지만 이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직역단체인 대한약사회의 지속적인 반대가 논의 자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대한약사회가 약물 오남용 우려를 제기, 지속적으로 품목 확대를 반대해 왔고 복지부에서도 수동적이었던 분위기”라며 “안전성 우려가 적은 제산제, 지사제, 화상연고 등을 확대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2018년 이후 지정심의위는 2026년 현재까지도 구성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시민단체인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위해 진행한 1만명 동의서. (사진=김정유 기자)
지난해 11월 시민단체인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위해 진행한 1만명 동의서. (사진=김정유 기자)


◇해외 선진국들은 대부분 허용, 韓소비자 60%도 “현 제도 불편”

이 같은 한국의 모습은 글로벌 선진국들의 상황과는 정반대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의 경우 소비자가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은 최대 30만개 이상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은 약국 외 판매가 허용된 비처방의약품(OTC)이 30만개 이상이다.

또한 영국 역시 자유판매의약품(GSL·복약지도 필요없는 약) 중 브랜드 의약품 1365개·제네릭 의약품 120개를 약국 밖에서 살 수 있고, 일본도 한방 의약품 등을 포함해 약 1000개 품목의 제2·3의약품(부작용 위험이 낮은 약)을 소비자들이 비교적 제한없이 구매 가능하다. 현재 한국이 11종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제한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다만 해당 국가들은 의약품 안전관리체계를 동시에 강화하며 안전성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은 약 판매업체들이 시판 후 안전성 보고 사항을 식품의약국(FDA)에 송부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으며, 일본 역시 후생노동성에 이를 보고 해야 한다. 영국은 자율규제식으로 자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운용 중이다.

소비자들의 상황도 14년 전과는 달라졌다. 시민단체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지난해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 관련 1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 서명을 받고 관련 의견을 복지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혜리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지난 14년간 국민들이 찾는 상비약의 자체가 다양해졌고, 코감기약·목감기약·열감기약처럼 증상별 맞춤 제품도 늘고 있다”며 “하지만 제도는 14년 전 그대로다. 시장 환경이 바뀌었는데 제도가 못 따라가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지난해 실시한 ‘편의점 상비약 제도 개선 소비자 인식조사’(1000명 조사 기준) 결과를 보면 국민 87.2%는 한국의 현 제도가 해외에 비해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인식했다. 또 편의점 상비약 품목 제한으로 불편을 겪고 있단 내용에 동의하는 국민들도 62.2%에 달했다. 현행 편의점 상비약 제한이 소비자의 실제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다.

안 국장은 “코로나를 거치며 국민들 역시 셀프 메디케어 수요와 함께 약에 대한 인지 능력도 높아진 만큼, 약사회가 제기하는 오남용 우려도 유독 편의점에만 해당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품목이 확대된다면 소아 전용약, 증상별 진통제·증상별 감기약 수요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 이처럼 소비자 편의를 개선할수 있는 것들 위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 편의점에 비치된 안전상비의약품. (사진=김정유 기자)
서울 서대문구 한 편의점에 비치된 안전상비의약품. (사진=김정유 기자)


◇분위기 달라진 정부…올해 탄력 받나

그나마 다행인건 올해 들어 편의점 상비약 확대 움직임이 14년여 만에 가시화하고 있단 점이다. 복지부 장관이 편의점 상비약 확대를 하반기 중점 추진 정책으로 발표하고, 최근 편의점산업협회 등으로부터 관련 현황을 보고받는 등 실질적인 움직임이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편의점 업계 대관 담당자는 “지난해 하반기 기점으로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과 정 장관의 품목 확대 필요성 언급 이후 과거의 형식적인 분위기와 달리, 올해는 본격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습”이라며 “이 같은 흐름이 하반기에 탄력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녁 시간대나 주말은 물론 국내 약국들은 대부분 병원 근처에 몰려 있어 일부 지역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문제”라며 “극소수의 사례를 빌미로 오남용이라며 품목 확대를 막는건 적절치 않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긴급한 약들부터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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