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생 선수들을 앞세운 대표팀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는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자신이 대표하는 국가가 아닌 해외에서 태어난 선수가 289명으로 전체 참가 선수의 약 23%라는 것. 네 명 중 한 명꼴로, 2018 러시아 월드컵 11.1%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축구계의 인재 발굴이 갈수록 글로벌화되면서, 혈통이나 문화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이른바 '디아스포라(해외 이주민)' 국가대표를 대거 보유한 팀이 생겨난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해외 출생 선수 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국은 퀴라소(25명), 콩고민주공화국(22명), 모로코(19명),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17명), 알제리(16명), 아이티(16명), 카보베르데(14명), 튀니지(14명), 카타르(13명), 세네갈(12명) 순이다.
해외 출생 선수 비중이 높은 10개국 중 4개국(퀴라소, 아이티, 카타르, 튀니지)은 조별리그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선수단 26명 중 25명이 네덜란드 태생으로 '해외 출생 비율 1위(약 95%)'를 기록했던 퀴라소의 탈락은, 인프라나 조직력 없이 단순히 외부에서 자란 선수만 모으는 방식이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시사했다.
반면 나머지 6개국(모로코, 콩고, 보스니아, 알제리, 카보베르데, 세네갈)은 32강에 진출했다.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카보베르데는 무패로 조 2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콩고는 프랑스 출신 요안 위사(뉴캐슬)의 멀티골을 앞세워 우즈베키스탄에 3-1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32강 티켓을 따내기도 했다.
과거 FIFA는 무분별한 국적 세탁을 막기 위해 귀화 규정을 강화했다. 2004년 카타르가 브라질 국적 선수에게 즉석 시민권을 부여하려 하자, "5년 이상 거주했거나 부모·조부모 중 한 명이 그 나라에서 태어났어야 한다"는 제한 조항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현재 FIFA는 혈통을 통한 국적 취득과 이중국적자에게 국가대표 선택을 허용하고 있으며, 2021년 규정 개정 이후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대표팀을 바꾸는 것도 더 유연해졌다.
유럽 선진 축구 시스템에서 자란 이주민 자녀들의 귀환은 영입국 입장에서 분명 매력적인 전략이다. 이번 대회에서 프랑스(73명), 네덜란드(42명), 독일(25명) 등은 의도치 않게 타국의 축구 전력을 끌어올리는 '인재 사관학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피터 도넬리 토론토대 스포츠 및 정치학 명예교수는 "전 세계의 인재를 찾아 나서는 것은 축구협회 입장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미리암 체르티 옥스퍼드대 수석 연구원 역시 "축구에서 국가적 정체성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과연 누가 합법적으로 그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개념은 완전히 새로 정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이주 시대 속에서 국가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디아스포라 군단의 성적은 이번 월드컵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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