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길가에 버려진 큰 나무는 목재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경희의 '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은 장자의 우화를 빌려 효용 중심 사고에 균열을 낸다. 베어져 기둥이 되는 길만 쓸모라면, 나무 아래 누운 사람이 얻는 쉼과 노님은 어디에 놓아야 할까.
공자의 ‘종오소호’는 부와 권력에 대한 냉정한 판단에서 출발한다. 원한다고 모두 얻을 수 없다면, 의지로 바꿀 수 있는 영역에 힘을 써야 한다는 선언이다. 성공을 향한 독려보다 체념을 닮았다. 하지만 저자는 그 안에서 자유를 읽어낸다. 무지개를 좇듯 손에 잡히지 않는 인정과 소유를 따라가다 보면 자기다운 시간이 사라진다.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는 말은 감상적 취향 고백이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회수하려는 결심에 가깝다.
관중의 일화는 실패를 전부 자기 무능으로 환원하는 습관을 멈추게 한다. 장사에서 구매 결정은 손님에게 있다. 정치와 전쟁에서도 개인 의지만으로 결과가 확정되지는 않는다. 실패를 외부 탓으로 밀어내자는 뜻은 아니다. 통제 가능한 몫과 불가능한 요인을 가려 볼 때, 사람은 좌절 대신 성찰을 얻는다. 패배를 겪어도 자신을 패배자로 확정하지 않는 태도, 저술이 가장 현실적으로 제안하는 어른의 기술이다.
낙화와 '주역'을 다룬 대목은 상실을 변화의 문법으로 돌려 읽는다. 꽃이 지는 일은 끝이 아니라 여름으로 건너가는 생애 주기다. 젊음, 관계, 기회가 사라지는 순간에도 삶은 다른 형식으로 움직인다. '주역'의 음양 해석은 고통 안의 긍정 가능성, 기쁨 안의 슬픔을 나란히 보여준다. 고난을 무조건 성장의 징조로 바꾸는 독법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현실의 손실을 가볍게 덮거나 개인에게 견딤만 요구할 위험도 남는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