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장의 분노에 흔들린 사법부… ‘빌라도의 법정’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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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장의 분노에 흔들린 사법부… ‘빌라도의 법정’을 경계한다

투어코리아 2026-06-28 13:00: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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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우 목사(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총회 총회장)
조병우 목사(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총회 총회장)

성직자로서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마주할 때마다 이천 년 전 군중의 함성에 떠밀려 십자가형을 방조했던 ‘빌라도의 법정’을 떠올리게 된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피의자의 유무죄를 단죄하는 최종 심판이 아니다. 재판의 절차적 안정을 위해 극히 제한적으로 허락된 장치일 뿐이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95세의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게 내린 구속 결정을 보면, 사법부가 엄격한 법리의 십자가를 짊어지기보다 대중의 지탄이라는 광장의 여론과 타협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러한 모순은 구속 사유를 95세라는 한 인간의 생물학적, 물리적 현실에 대입하는 순간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정당 집단 입당’ 관련 명단 등 객관적 물증은 이미 수사기관에 모두 거두어진 상태다.

지시를 이행할 실무 간부들마저 앞서 구속돼 격리된 마당에 거동조차 불편한 초고령 노인에게 무리하게 ‘증거 인멸의 우려’를 덧씌운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구체적 인멸 정황이 없는 상태에서의 구속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주 우려에 대한 사법당국의 시각 역시 공허하다. 출국 금지와 전방위적 감시망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95세 노인이 추적을 피해 도망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결국 법원의 이번 결정은 피의자의 실질적인 도주나 인멸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물의를 빚은 집단의 수장’을 대중의 분노 앞에 상징적 희생양으로 내어준 형국이라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특정 종교 집단을 둘러싼 유착 의혹의 실체를 밝히고 그 죄를 엄히 묻는 것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다. 혐의가 있다면 정당한 재판을 통해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러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는 분노한 군중의 돌팔매질이 아니라, 정제된 법정에서 엄격한 증거 조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진실 규명이라는 본질을 제쳐두고 대중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객관적 요건을 무시한 채 인신 구속부터 강행하는 것은 법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또 다른 폭력과 다르지 않다.

사법부는 대중의 끓는 분노를 달래기 위해 제물을 바치는 제단이 아니다. 엄밀한 법리가 지탱해야 할 영장 심사가 객관적 물증의 한계를 넘어 군중의 정서에 따라 흔들린다면 재판의 일관성은 통째로 무너지게 된다.

진실을 수호해야 할 법원의 저울이 광장의 함성과 타협하기 시작할 때,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결국 진실을 외면하며 손을 씻던 ‘빌라도의 세숫대야’처럼 깊은 불신의 오점으로 남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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