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전 세계 전설적인 스포츠카의 상징이자 남성들의 영원한 드림카로 손꼽히는 포르쉐 911이 서킷을 초토화할 역대급 괴물 머신으로 변신해 베일을 벗었다.
포르쉐 모터스포츠는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준중형 미드십 카이맨이 아닌, 플래그십 911 플랫폼을 기반으로 완성한 차세대 GT4 레이스카 ‘911 GT4 R’을 전격 공개했다.
그동안 국제 GT4 무대에서 718 카이맨 기반의 레이스카를 운영해 오던 포르쉐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무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브랜드의 상징인 911 카드를 전면에 꺼내 든 셈이다.
신형 911 GT4 R은 포르쉐 원메이크 레이스의 주인공인 992.2 세대 911 컵카의 탄탄한 기술적 뼈대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기계적 순수함과 짜릿한 엔진 음을 선사하는 4.0리터 수평대향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20마력, 최대토크 47.9kg.m라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다만 성능 균형을 중시하는 국제 GT4 클래스의 엄격한 규정에 맞춰 실제 대회에 출전할 때는 공기 흡입량을 조절하는 장치를 달아 최고출력을 최대 430마력 수준으로 유연하게 조정하게 된다.
변속기는 레이서의 손가락 끝에서 번개 같은 변속을 보장하는 6단 시퀀셜 도그 기어박스가 맞물렸으며, 스티어링 휠 패들시프트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엔진의 모든 동력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뒷바퀴로 전부 쏟아낸다.
하체 섀시 역시 일반 도로용 모델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기존 카이맨 기반 레이스카보다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를 대폭 넓히고 서스펜션 구조를 완벽하게 재설계해 코너링 시 차체가 바닥에 자석처럼 붙어 나가는 압도적인 주행 안정성을 구현했다.
재미있는 점은 휠 고정 방식이다. 상급 기종인 GT3 컵카가 정비 속도를 극대화하는 경주용 센터록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번 신차는 규정에 맞춰 일반 양산차와 동일한 5볼트 허브 방식을 채택했다. 휠 너비 역시 1인치 좁은 규격을 달았다.
레이서가 서킷의 특성과 당일 날씨에 맞춰 차량을 미세하게 조율할 수 있는 자유도도 극대화됐다. 감쇠력을 2가지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는 명품 조절식 댐퍼와 세 가지 스프링 강도를 지원하며, 거대한 뒷날개는 무려 11단계로 각도를 꺾을 수 있어 공기역학 성능을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다.
이번 모델에서 가장 눈길을 고정시키는 디테일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첨단 소재의 대거 도입이다. 포르쉐는 양 도어와 엔진 커버, 각종 공력 부품은 물론 실내 내부 패널 곳곳에 아마 등에서 추출한 '천연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존의 값비싼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대체하면서도, 무게는 획기적으로 줄이고 강성은 그대로 확보한 공학적 쾌거다.
운전석 내부는 오직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첨단 장비로 가득하다. 주행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10.3인치 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고정밀 GPS 시스템이 기본 장착됐다.
또한 대회 규정마다 다르게 요구되는 차량 무게를 언제든 정밀하게 맞출 수 있도록 별도의 무게추를 손쉽게 장착할 수 있는 전용 구조까지 세심하게 마련했다.
현재 GT4 클래스는 메르세데스-AMG, BMW, 애스턴마틴, 맥라렌 등 글로벌 슈퍼카 제조사들이 자존심을 걸고 가장 치열하게 격돌하는 무대다. 포르쉐는 이 전쟁터에 가장 상징적인 아이콘인 911을 전격 투입하며 황제의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속적인 연식 변경과 성능 개량을 거듭하며 무려 1,500대 이상 팔려나간 기존 718 카이맨 GT4 클럽스포츠의 성공 신화는 이제 신형 911이 이어받게 된다.
가장 중요한 판매 가격은 국가별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26만 5,000유로로 책정됐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화 약 4억 6,640만 원 수준이다.
신형 911 GT4 R은 오는 2027년 모터스포츠 시즌부터 전 세계 주요 GT4 대회에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없는 서킷 전용 모델인 만큼 대중적인 차는 아니지만, 포르쉐가 자랑하는 수평대향 자연흡기 기술력의 정수와 미래 레이싱카의 방향성을 명확히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김예준 기자 kyj@autotribune.co.kr
Copyright ⓒ 오토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