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이 촉발한 대규모 실직 사태로 미국 사회에 ‘반(反) AI’ 정서가 빠르게 번지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아동 흡연 인구가 500만 명을 넘어서며 국가 보건 위기로 번지고 있다.
기술 혁신과 공중보건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발생한 위기지만,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제도와 정책의 한계가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 美, AI발 고용 충격과 ‘반 AI’ 정서 확산
미국 노동시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AI 도입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인원은 15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불과 2~3년 전과 비교해 수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자동화 전환 속도가 산업 전반에서 급격히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글, 아마존, IBM, 인텔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은 물론, 소프트웨어 기업들까지 AI 기반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며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수만 명 단위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오랜 기간 근무한 직원조차 예외 없이 해고 대상에 포함됐다. 해고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대면 통보 대신 이메일이나 화상 회의를 통해 일괄 통보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노동자들의 심리적 충격을 키우고 있다.
특히 취업 비자로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이번 변화가 더욱 치명적이다. 통상 60일 내 재취업하지 못하면 체류 자격이 사라지는 구조에서, 채용 절차가 수개월씩 소요되는 IT 업계 특성상 현실적으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실직이 아니라 삶의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고용 불안은 사회 인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기술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생존 위협을 체감하는 계층이 늘어나면서 부정적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이다. 실제로 젊은층과 화이트칼라 직군을 중심으로 “AI가 기회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정치권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AI 규제 여부가 주요 정책 의제로 부상하면서 선거 자금의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기술 기업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세력,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진영 간 대립이 격화되며 선거가 사실상 ‘기술 정책 경쟁’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인도네시아, ‘아동 흡연 500만’ 보건 위기
인도네시아에서는 아동 흡연 문제가 국가적 위기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체 흡연 인구 중 약 7% 이상이 어린이로 추산되며, 규모만 500만 명을 웃돈다. 길거리나 상점 주변에서 어린아이들이 흡연하는 모습이 일상적으로 목격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문제의 핵심은 접근성이다. 담배 가격이 매우 낮고, 판매망이 촘촘하게 형성돼 있어 아동과 청소년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실제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70% 이상이 직접 담배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구매 과정에서 제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법과 현실의 괴리도 뚜렷하다. 인도네시아는 21세 미만 청소년 대상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학교 인근 일정 구역 내 판매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현장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규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일부 판매자들은 아동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등 사회적 경각심 자체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환경은 니코틴 중독의 저연령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과거 세계적으로 충격을 안겼던 ‘흡연 아동’ 사례처럼, 어린 나이에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기 흡연이 신체 발달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규제의 존재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집행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 ‘속도 못 따라가는 정책’…공통된 구조적 한계
미국의 AI발 고용 충격과 인도네시아의 아동 흡연 문제는 분야는 다르지만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 변화 속도를 정책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혁신과 공중보건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국의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실효성 있는 제도 설계와 집행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내용은 27일 저녁 9시 40분 KBS1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에서 다뤄진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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