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의 종류부터 빗의 형태까지, 여러 요소가 머리카락의 풍성함과 윤기 등을 좌우한다.
나는 스스로 헤어스타일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자란 뒤부터 줄곧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고수해 왔다. 그런데 어릴 때는 틈만 나면 머리를 빗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에 갈 때마다, 심지어 숙제를 하다 잠깐 쉴 때도 머리를 빗었다.
머리를 빗을 때마다 나는 1800년대 오스트리아의 씨씨 황후(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후인 엘리자베트)를 떠올렸다. 씨씨 황후는 나처럼 갈색 생머리에 머리카락이 발목까지 내려왔으며, 매일 밤 머리를 100번씩 빗어 건강한 머릿결을 유지했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오랫동안 사실이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다. 그런데 이 기사를 취재하면서 그것이 전 세계 할머니들이 퍼뜨린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실망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샤워할 때만 머리를 구석구석 빗는다. 그런데도 내 눈에는 머릿결이 예전과 다름없이 건강해 보인다.
아마도 이렇게 큰 차이가 없는 이유는 '머리를 얼마나 자주 빗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이 빅토리아 시대의 통념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리학자부터 헤어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연구해 왔다. 그런데 그 답은 모발의 종류와 빗의 형태, 평소 관리 습관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빗질의 역사
빗과 헤어브러시를 이용해 머리를 손질하는 관행은 선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연구하는 단체 '헤어 히스토리언'의 설립자인 레이첼 깁슨은 "인류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청결과 치장을 위한 도구를 만들어 왔다"며 "머리를 빗는 행위는 세계 여러 문화와 시대를 통틀어 늘 중요한 관행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00번의 빗질'이라는 발상은 빅토리아 시대에 생겨났을 가능성이 크다.
깁슨은 그 시대에는 여성들이 사회적 기대 때문에 머리를 매우 길게 길렀다고 말했다. 긴 머리가 여성에게 "최고의 영예"이자 여성성과 사회적 가치를 상징하는 필수 요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당시 머리 손질은 보통 빗으로 엉킨 머리카락을 푸는 것에서 시작됐다. 그런 다음 먼지와 때, 이, 서캐 등을 골라냈다. 마지막으로는 대개 멧돼지 털로 만든 천연모 브러시를 사용해 머릿결을 부드럽고 윤기 나게 정돈하고, 두피의 유분을 모발 전체에 고르게 퍼뜨렸다.
빅토리아 시대 귀족 여성들은 빗질하면서 빠지는 머리카락이 옷에 묻지 않도록 화려한 케이프(어깨망토)를 두르거나,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두는 단지를 사용했다. 깁슨은 이렇게 모은 머리카락으로 "데드 헤어 도넛(dead hair doughnuts)"을 만들어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연출하고 볼륨을 더했다고 말했다.
인조모 브러시는 1898년 미국 오하이오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헤어디자이너 라이다 뉴먼이 최초로 발명했다. 인조모 브러시는 헤어브러시의 제조 비용을 낮추고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면서 업계에 혁신을 가져왔다. 덕분에 일반 대중도 머리를 훨씬 쉽게 빗게 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잘못된 정보 역시 함께 퍼져 나갔다.
머리카락의 복잡한 물리학
빗질을 자주 하면 머리카락이 더 빨리 자란다는 속설이 있다. 2025년에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6% 이상이 이 주장을 사실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헤어살롱을 운영하는 니키 코진에 따르면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머리를 더 자주 빗는다고 해서 머리카락이 더 빨리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빗질이 모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머리를 지나치게 자주 빗으면 오히려 모발이 손상되고 탈모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한 연구팀은 고리처럼 서로 얽힌 두 가닥의 머리카락을 풀기 위해 힘을 가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실험했다. 그 결과 빗질을 반복할수록 머리카락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끝이 갈라진 모발일수록 균열은 더욱 심해졌다. 비교적 건강한 모발은 상황이 조금 나았지만, 여기에 반복적으로 힘이 가해지자 표면에서 시작된 균열이 안쪽으로 번지며 결국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 연구의 저자인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데이비드 테일러 교수는 "머리카락이 엉켜 구부러진 상태에서는 훨씬 큰 압력을 받기 때문에, 이것이 머리끝이 갈라지는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머리를 많이 빗을수록 모발이 손상될 가능성은 커지지만, 빗질 횟수 자체보다 빗질할 때 얼마나 큰 힘을 가하느냐가 더 중요한 요인입니다."
모발 연구기관인 'TRI 프린스턴'의 트레포어 에반스 역시 모발 끊어짐에 관한 다양한 통계 분석을 통해 반복적인 빗질이 "누적 피로 손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다만 에반스는 실험실 연구 결과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빗질이 모발에 미치는 영향은 화학적 시술(염색·파마)이나 열기구(고데기·드라이어) 사용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빗질로 인한 모발 손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없을 정도"이며, 거대한 "손상의 바다에 떨어지는 몇 방울의 물방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머리 빗기의 뜻밖의 효과
코진은 "부드럽고 의식적으로 하는 빗질은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빗질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빗느냐입니다."
머리를 규칙적으로 빗어주면 시간이 지나면서 크고 풀기 어려운 매듭이 생기거나 머리카락이 심하게 엉키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오랫동안 빗지 않다가 한꺼번에 강하게 빗으면서 모발에 큰 힘이 가해져 머리카락이 끊어지는 일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헤어케어 브랜드를 설립한 생화학자 자레드 레이놀즈는 "머리를 일주일에 한 번 억지로 몰아서 빗는 것보다 하루에 한두 번씩 규칙적으로 빗는 편이 모발 손상을 훨씬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실험실에서 머리카락만 시험하는 것으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완전히 재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기적으로 머리를 빗으면 두피와 모발에 남아 있는 빠진 머리카락과 각질, 먼지 등을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물질이 쌓이면 두피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올바른 머리 빗기 방법
올바른 빗질 방법은 모발의 유형에 따라 다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헤어살롱을 운영하는 니콜라 린치는 직모나 곱슬기가 심하지 않은 반곱슬 모발이라면 하루에 두 번 정도까지 빗질해도 괜찮으며, 최소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빗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레이놀즈와 코진 역시 하루에 한두 번 빗질할 것을 권했다.)
다만 직모나 반곱슬 모발은 머리카락이 젖어 있을 때는 빗질을 피하는 것이 좋다. 젖은 머리카락은 겉보기에는 더 굵고 튼튼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손상되기 쉬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은 중심부인 모피질과, 손톱과 같은 성분인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얇은 조각들이 지붕의 기와처럼 촘촘히 겹쳐 있는 모표피로 구성되어 있다. 직모나 반곱슬 모발이 물에 젖으면 이 기와 모양의 모표피 조각 가장자리가 들뜨고 벌어진다. 그러면 머리카락은 더 많이 늘어나지만, 그만큼 쉽게 끊어지고 손상되기 쉬워진다.
곱슬기가 매우 심한 모발이나 극곱슬모는 관리 방법이 정반대다. 마른 상태에서는 빗질을 하지 말고, 머리를 감을 때만 엉킨 머리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미국 조지아주의 스펠만 칼리지에서 곱슬모의 화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화학과 교수 미셸 게인즈에 따르면, 곱슬모와 극곱슬모의 물리적 특성은 직모나 반곱슬 모발과 크게 다르다.
하지만 학계와 헤어케어 업계는 오랫동안 이러한 차이를 간과해 왔다고 한다. 그는 모발 섬유가 더 많이 곱슬거리거나 꼬일수록 특정 화학 결합의 분포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곱슬모를 과학적으로 분류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러한 화학 결합의 차이는 모발의 강도와 끊어짐에 대한 취약성 등 물리적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
게인즈 교수의 예비 연구에 따르면 곱슬모와 극곱슬모는 반곱슬 모발보다 모표피층의 크기가 더 작고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으며, 가장자리도 더 거칠다. 이는 곱슬모가 수분을 충분히 머금기 어렵고, 그만큼 쉽게 손상되거나 엉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를 확실히 입증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게인즈 교수는 곱슬모를 가진 사람들은 빗질은 물론 직모 시술이나 추가 펌, 인모를 덧붙여 땋는 붙임머리 시술 등 유행에 맞춰 다양한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 모발 손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발 엉킴을 방지하는 제품을 사용해 빗이 머리카락 사이를 쉽고 부드럽게 통과하도록 하는 것이 모발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유형의 모발이든 자신의 머리카락에 맞는 빗을 사용하는 것이다.
린치는 곱슬모와 아프리카형 곱슬모, 극곱슬모를 가진 사람이나, 직모 또는 반곱슬 모발이라도 젖은 상태에서 꼭 빗질해야 한다면 뻣뻣한 빗 대신 엉킨 머리 전용으로 만들어진 부드럽고 유연한 빗(전문가들이 말하는 웻 브러시)을 권했다.
반대로 마른 머리를 빗을 때는 두피에 자극이 적고 부드러운 솔이 달린 브러시를 사용해 두피의 유분을 모발 끝까지 고르게 퍼뜨리는 것이 좋다. 이러한 브러시는 지금도 흔히 '돈모 브러시(멧돼지 털 브러시)'라고 불리는데, 씨씨 황후가 하루에 100번씩 머리를 빗었다고 전해지는 빅토리아 시대에 실제 멧돼지 털로 만들어진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레이놀즈는 이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춘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브러시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끝이 둥근 플라스틱 핀과 돈모 스타일의 솔을 함께 갖춘 브러시다. 길이가 긴 플라스틱 핀은 머리카락 사이를 지나가며 결을 나누고, 길이가 짧은 돈모 스타일의 솔은 머릿결을 정돈하고 유분을 고르게 퍼뜨리며 볼륨감을 살려준다. 레이놀즈는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조합"이라고 말했다.
빗은 역사를 통틀어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존재해 왔다. 기원전 32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이집트의 상아 빗부터 구부러진 잔가지로 만든 빗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도 매우 다양했다. 앞으로 모발의 화학적·물리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진다면 어쩌면 머릿결을 보호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법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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