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카보베르데의 조별리그 통과 일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불혹의 골키퍼 보지냐다. 최종전까지 좋은 활약을 펼쳤다.
27일(한국시간) 오전 9시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을 치른 카보베르데가 사우디아라비아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결과로 카보베르데는 3전 3무를 기록, 조 2위로 32강 진출을 확정했다. 사우디는 2무 1패 4위로 탈락했다.
보지냐는 1986년생으로 만 40세 골키퍼다. 카보베르데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불린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까지 히앙 멘드스와 함께 카보베르데의 주요 국제대회 경험을 함께했다. 25세가 돼서야 첫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꾸준히 노력한 끝에 늦깎이 대표팀 데뷔했다. 아일랜드 태생으로 포르투갈어가 익숙지 않은데 당시 카보베르데 감독의 포르투갈어 대표팀 발탁 이메일을 스팸 문자로 착각해 몇 개월간 읽지 않았다는 비화도 있다.
40세 나이로 카보베르데와 함께 첫 참가 한 월드컵에서 보지냐의 활약은 인상깊다. 지난 스페인과 1차전에서 월드컵 최고령 데뷔한 보지냐는 스페인 유효슈팅 7방을 모조리 선방하는 대반전 활약을 펼쳤다. 보지냐의 선방쇼 덕에 카보베르데는 우승 후보 스페인을 상대로 사상 첫 월드컵 승점 1점을 획득했고 조별리그 통과의 중요한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1차전 종료 후 보지냐는 월드컵 스타 덤에 올랐다. 그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수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어머니에 대한 남다른 효심까지 밝혀지면서 낭만의 방점을 찍었다. 본래 보지냐의 어머지는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아들의 월드컵 도전을 경기장에서 응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엄격한 비자 발급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인터뷰로 밝혔다.
보지냐의 호소에 미국 정부가 움직였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보지냐 어머니의 미국 입국 절차를 도왔다. 카보베르데 수도 프라이아에 있는 비자 팀을 통해 입국에 필요한 서비스를 적극 지원했다. 큰 걸림돌이었던 비자 보증금 역시 특별 면제했다고 알려졌다. 덕분에 보지냐의 어머니는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2차전부터 아들의 경기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어머니 방문이 떨렸던 탓일까. 보지냐는 2차전에서 다소 부진한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동료 공격수들 덕분에 값진 2-2 무승부를 거뒀다. 그리고 보지냐는 사우디와 3차전에서 좋은 활약으로 보답했다.
어머니의 응원을 받은 보지냐는 사우디전에서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클린시트를 이끌었다. 전체적으로 카보베르데가 주도권을 잡은 채로 시간을 보냈는데 이따금 사우디의 날카로운 역습이 골문을 위협했다. 그때마다 보지냐가 등장했다.
사우디의 크로스나 헤더가 예상 못한 궤적으로 날아왔음에도 불혹의 보지냐는 몸을 펄쩍펄쩍 날리면서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전환 상황에서는 속도감 있는 던지기로 역습을 유도하기도 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상대의 유효슛을 두 손으로 저지하자 환호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카보베르데는 3차전을 무실점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3전 3무를 거둔 카보베르데는 조 2위로 당당히 32강 진출했다. 무승부가 많았다는 건 분명 카보베르데 수비진의 활약이 밫났다는 증거였고 그중에서도 골문을 사수하는 보지냐의 존재감이 매우 컸다. 스페인, 우루과이, 사우디로 쉽지 않은 조 대진도 카보베르데의 선전을 돋보이게 했다. 특히 초석을 다진 스페인전과 32강행을 확정한 사우디전에서는 보지냐의 활약이 팀의 낭만 서사를 만드는 데 주효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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