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씽’ 속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데뷔곡 ‘러브 이즈’(Love is)를 만든 심은지 작곡가는 세 배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목소리로 엄태구를 꼽았다. 특유의 거친 음색이 1990년대 혼성그룹의 랩 보컬과 맞닿아 있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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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이즈’는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연기한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데뷔곡이다. 영화에서는 발표와 동시에 음악방송 1위를 휩쓴 국민 히트곡으로 설정돼 있다. 때문에 심 작곡가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관객이 한 번만 들어도 히트곡이라고 납득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심 작곡가는 이데일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손재곤 감독님께서 첫 미팅 때부터 ‘극 중에서 데뷔와 동시에 1위를 한 곡이어야 한다’는 점을 가장 많이 강조하셨다”며 “당시 유행했던 곡들을 다시 찾아 들으면서 왜 사랑받았는지, 왜 히트했는지를 하나하나 분석했고, 그 요소들을 제 방식대로 녹여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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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노래를, 배우는 캐릭터를 불렀다”
이번 작업은 전문 가수가 아닌 배우들과 함께한 만큼 접근 방식부터 달랐다. 심 작곡가는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연기하며 노래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가수분들과 작업할 때는 음악적인 완성도를 중심으로 디렉팅했다면 배우분들은 끝까지 캐릭터 안에서 노래를 해석하려고 하셨다”며 “가수가 곡 자체를 해석한다면 배우는 극 중 인물의 서사와 감정 안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가장 달랐다”고 말했다.
가창에서도 완벽함보다는 자연스러움을 택했다. 오랜만에 1990년대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들으며 그 시대 음악이 가진 질감을 연구했고, 지금의 기준으로는 다듬을 수 있는 부분도 일부러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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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작곡가는 “예전 음악을 다시 들어보니 지금처럼 편집이나 녹음이 촘촘하지 않았는데도 그 시대만의 생동감이 살아 있었다”며 “그래서 너무 전문 가수처럼 들리게 만들기보다 배우들이 가진 풋풋함과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동원 배우의 1절 벌스에는 그런 풋풋함이 많이 살아 있다”며 “완벽하게 다듬는 것보다 당시 감성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기대 이상이었던 배우는 엄태구였다. 심 작곡가는 “세 배우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었지만 특히 엄태구 배우님의 목소리가 인상 깊었다”며 “제가 생각했던 90년대, 2000년대 초반 특색 있는 랩 보컬 이미지와 잘 맞았고, 녹음 결과물을 듣는 순간 ‘톤이 사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유의 쇳소리 같은 거친 목소리가 랩에 정말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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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구’는 랩도 너무 잘하면 안 됐다”
엄태구는 녹음 과정에서도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랩 레슨을 꾸준히 받았을 뿐 아니라 녹음 이후에도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심 작곡가는 “녹음을 마친 뒤에도 직접 재녹음을 요청하시면서 ‘상구라면 여기서 이렇게 했을 것 같다’, ‘이 장면에서는 저렇게 불렀을 것 같다’는 의견을 많이 주셨다”며 “마지막에 목이 쉬며 터져 나오는 삑사리도 배우님 본인의 아이디어였는데, 오히려 그 디테일이 상구의 감정을 완성해주는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엄태구의 랩 분량을 일부러 적게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극 중 ‘상구’는 팀의 3인자인 만큼 랩까지 완벽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난이도도 의도적으로 낮췄고 가사도 의미 없는 추임새처럼 구성했다”며 “대신 2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후반부 공연에서는 오랫동안 눌러왔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순간인 만큼 전주와 간주, 후주까지 랩을 꽉 채워 넣었고, 엄태구 배우님도 직접 랩 메이킹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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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우와 작업하며 각자의 음악적 가능성도 발견했다. 강동원은 묵직한 톤 덕분에 록 발라드가 잘 어울릴 것 같았고, 박지현은 요즘 걸그룹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밝고 상큼한 보이스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반면 엄태구에 대한 답은 한결같았다. 심 작곡가는 “엄태구 배우님은 계속 래퍼를 하셨으면 좋겠다”며 웃은 뒤 “저는 아직도 랩에 가장 최적화된 목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러브 이즈’를 듣고 많은 분들이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씀해주신다”며 “영화를 본 뒤에도 잠시 잊고 지냈던 90년대의 설렘과 풋풋한 감정을 함께 떠올릴 수 있는 노래로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다시 뭉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강동원이 ‘댄스머신’ 황현우, 박지현이 ‘절대매력’ 변도미, 엄태구가 ‘폭풍래퍼’ 구상구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지난 3일 개봉해 26일까지 누적 관객 118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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