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을 리터(L)당 150원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장기간 이어졌던 고유가 부담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중동 지역 긴장 완화와 함께 안정세를 되찾자 정부도 가격 조정에 나섰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주유소 판매가격 역시 조만간 1천800원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통상부 측은 오는 27일 0시부터 적용되는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보다 리터당 150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휘발유 최고가격은 1천784원, 경유는 1천773원, 등유는 1천380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지난 3월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인하 조치다.
그동안 국제유가 급등과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휘발유와 경유 최고가격은 수개월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 전국 상당수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천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 운전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출퇴근 차량 이용이 많은 직장인과 화물차 운전자들은 물론 자영업자들까지 연료비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106일 만에 첫 인하…정부, 기름값 낮추기 본격화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운송이 안정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70달러 초중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석유제품 국제가격도 빠르게 하락하면서 국내 최고가격을 낮출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다. 다만 실제 체감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주유소가 기존에 높은 가격으로 들여온 재고를 먼저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2~3주 정도의 시차를 거쳐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가격 인하 효과가 시장에서 제대로 나타날 수 있도록 관리도 강화한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즉시 가격을 올리면서도, 유가가 내릴 때는 인하를 미루는 일부 주유소의 관행을 막기 위해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가격과 판매 현황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소비자단체와 공공기관이 함께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불공정 행위가 확인될 경우 강도 높은 현장점검과 행정조치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흐름이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추가적인 가격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동 지역 정세는 언제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국제유가 변동성과 환율 움직임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운전자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유가 하락 소식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연료비 절감은 체감 효과가 큰 만큼 이번 가격 조정이 소비 심리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역시 향후 국제유가와 국내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석유 최고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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