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6월 초 엔비디아와의 공식 협력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세를 탔던 네이버 주가가 한 달이 채 지나기도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으며 20만원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업계에서는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대형 이벤트들이 종료되자마자 단기 차익 실현을 겨냥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쏟아진 데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인공지능(AI) 사업의 수익성, 사법·입법 규제에 가로막힌 대형 합병 일정 지연 등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증시 대폭락까지 맞물리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 선반영된 ‘젠슨 황 효과’…차익 실현 물량 쏟아져
6월 네이버 주가의 급등락을 이끈 도화선은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구축 소식에 따른 수급의 급격한 반전이다. 지난 1일 대만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타이베이 2026’ 행사에서 엔비디아와 네이버클라우드의 협업이 발표된 후 네이버 주가는 장중 30만원을 돌파하며 52주 최고가를 찍었다.
8일에는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방문해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회동을 갖고 양삭의 협업이 기술 제휴를 넘어 글로벌 AI 팩토리 공동 구축을 골자로 하는 전방위 동맹으로 포장되며 주가를 강하게 밀어 올렸다. 당일 기관투자자는 142만주, 외국인투자자는 32만주를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흥분 뒤에는 냉정한 재무적 계산이 뒤따랐다.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중동 지역을 겨냥한 기가와트(GW)급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동맹은 장기적으로 네이버의 영토를 넓혀줄 핵심 동력이지만 대규모 GPU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실질적인 수익화 지표가 장부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네이버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가동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재무적 기여는 2027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시화될 전망이다. 투자 비용 부담이 먼저 반영되고 수익성은 불투명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기관과 외국인이 동반 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두나무 합병 지연과 배민 인수 불확실성
네이버가 추진 중이던 굵직한 자본 배치 전략과 대형 인수합병(M&A) 계획이 규제 장벽과 자금 조달 우려에 부딪혀 공전한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 간의 포괄적 주식교환 합병은 초대형 디지털자산 금융 플랫폼의 탄생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지연과 정부의 대주주 지분율 규제 움직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장기화로 인해 거래 완수 시점이 지체됐다.
양사는 당초 6월 30일로 예정됐던 주식교환 마무리 일정을 오는 9월 30일로 3개월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인허가 리스크로 인해 딜의 연내 종결마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투자 자금 일부가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매각을 진행 중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인수전 참여설 역시 양날의 검이 됐다. 네이버가 글로벌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약 8조원 규모의 지분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정황이 전해졌을 때 일시적으로 주가가 탄력을 받기도 했으나 곧 대규모 현금 유출에 따른 마진 압박 우려가 불거졌다.
네이버는 18일 해명 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결정을 3개월 뒤인 9월 17일로 미뤄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진행되는 와중에 8조원대 인수전에 발을 들일 경우 발생할 재무적 과부하에 대해 자본시장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 ’검은 화요일’ 연쇄 효과...상승 흐름은 외면
대외적인 요인도 한몫 했다. 지난 23일 국내 증시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반도체 공급 조절 우려 등 대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9.99% 대폭락하는 사상 초유의 ‘검은 화요일’ 사태를 겪었다. 이날 네이버 주가 역시 8.78% 급락하며 검은 화요일의 거센 파도를 피해가지 못했다.
다음날 코스피는 상승 전환했지만 네이버 주가는 1.53% 추가 하락했으며 상승 전환한 25일에는 0.15% 오르는데 그쳤다. 이처럼 네이버 주가는 하락장에는 휩쓸려 동반 폭락하고 상승장은 올라타지 못하면서 26일 기준 종가 기준 19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주가 회복 경로가 신뢰성 회복과 명확한 딜 완결성 입증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엔비디아 동맹을 통한 상업적 시너지를 실제 재무 트래픽과 광고·커머스 매출 지표로 증명해 내야 장기적인 주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9월 말로 지연된 두나무와의 주식 교환 및 합병 승인 절차가 정부 규제 당국의 높은 문턱을 차질 없이 통과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배달의민족 인수 등 재무적 판단과 AI 인프라 부문의 구체적인 숫자가 증명될 때 오버행 우려를 걷어내고 완연한 주가 정상화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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