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가톨릭대학교 독립서점팀 김다현 김진서 오주은 이지원 이혜인 황정아】
부천시 원미동, 오래된 골목길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이곳에 책으로 사람을 연결하는 독립서점이 있다.
100명의 서점주가 저마다 0.1평의 서가를 자신의 취향으로 채워나가는 독립서점 ‘비북스(b.books)’가 그 주인공이다.
비북스는 책을 매개로 다양한 취향이 교차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플랫폼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100개의 서가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문화 생태계를 이루는 이곳은 동네 서점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독립서점팀은 비북스를 운영하는 서점지기 써든리(예명)를 만나 독특한 문화적 연결망을 구축해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 사람의 서점에서 모두의 서점으로
서점지기 써든리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디자이너다. 과거 친구가 운영하던 부천의 독립서점 ‘용서점’의 브랜드 디자인을 맡으며 서점과 인연을 맺었고, 한 사람의 취향과 역량에 의존하는 기존 독립서점의 한계도 함께 지켜봤다.
그는 동네 서점이 지속가능하려면 새로운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직접 증명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 본격적으로 서점 운영에 뛰어들었다.
“동네서점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문화 공간이었던 용서점을 기반으로, 서점을 한 사람의 공간이 아닌 모두의 취향이 모이는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그 결과 용서점은 100명의 서점주가 함께 만들어가는 ‘비북스’로 다시 태어났다.
100개의 서가, 하나의 문화 생태계
비북스(b.books)라는 이름에는 세 가지 의미가 얽혀 있다.
첫째는 서점이 위치한 공간이자 뿌리인 부천(Bucheon)의 ‘B’, 둘째는 누구나 이곳에서 책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가 되다(Become)의 ‘B’, 마지막으로 벌집 같은 100개의 서가에 꿀을 모으기 위해 분주히 날아다니는 벌(Bee)의 ‘B’다.
벌들이 부지런히 꽃과 꽃을 오가며 열매를 맺고 생태계를 살리듯,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의 취향을 연결하는 문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비북스의 철학이 이름에 그대로 녹아있다.
“일본 유학 시절 도쿄 진보초 헌책방 거리와 야네센의 귤 상자 플리마켓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작은 서점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본에서 경험한 ‘귤 상자 플리마켓’은 주민들이 귤 상자 하나 크기의 공간을 자신만의 서점으로 꾸며 책을 소개하고, 사람들과 취향을 나누는 문화였다. 써든리는 이러한 공유 문화를 비북스에 접목해 누구나 자신만의 서가를 운영할 수 있는 ‘0.1평 서가’를 구상했다. 100명의 서점주가 만든 100개의 취향은 그렇게 하나의 거대한 서점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0.1평에서 시작되는 취향의 연결
비북스는 0.1평의 서가를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취향, 지역을 연결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동네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b.box day(북&플리마켓)’는 도서와 문구, 굿즈, 핸드메이드, 빈티지, F&B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비북스의 플리마켓이다. 서점주들이 자신의 박스에 취향을 담아 마치 축제처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밤밀온(밤이 밀려온다)’은 밤 11시부터 새벽 6시까지 책을 읽고 소통하며 온전히 책의 세계로 빠져드는 밤샘 프로그램이다. 매번 달라지는 테마와 활동이 더해져 참여자들은 밀도 높은 독서의 밤을 경험한다.
“비북스는 책을 진열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취향을 보여주고, 서로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이처럼 비북스의 프로그램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취향이 대화가 되며, 작은 서가가 하나의 문화적 접점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취향을 키우는 인큐베이터가 되다
비북스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공간을 중심으로 서점주들의 취향이 자라나는 환경을 만들고, 각자가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하나의 서점이 아닌,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것, 서점주들의 인큐베이터가 돼주는 것이 비북스의 역할입니다.”
소설 <원미동 사람들> 의 무대였던 이 거리에 서점이 자리한 만큼,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 그리고 미래의 원미동 사람들’을 연결해 나가는 작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원미동>
“비북스가 원미동이라는 동네에 깊이 뿌리내렸으면 합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긍정적인 문화와 영향력이 주변 골목과 이웃들에게 물결처럼 흘러넘치기를 바랍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가톨릭대학교 독립서점팀은 ‘0.1평 서가 서점주’를 직접 체험해볼 기회를 얻었다.
작은 서가 하나를 어떤 책으로 채울지 고민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진지한 과정이었다. 단순히 책을 꽂는 일이 아니라, 취향과 생각을 고르고 정리해 하나의 공간으로 보여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0.1평이라는 작은 공간에도 각자의 취향과 이야기가 충분히 담어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비북스가 말하는 ‘모두의 서점’이 무엇인지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사람의 서점에서 출발한 공간은 이제 100명의 서점주가 함께 만드는 문화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 비북스는 오늘도 원미동 골목에서 책과 취향, 사람을 잇는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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