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코스피가 또다시 장중 8% 넘게 급락하며 이번 주에만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뚜렷한 대외 악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극심한 변동성이 반복되자 시장에서는 수급 불안과 차익실현 매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장중 전 거래일 대비 8.19% 하락하며 오전 12시 10분께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수는 1%대 하락세로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확대하며 장중 8126.84까지 밀렸다. 코스닥지수도 5% 넘게 하락하며 장중 838.53까지 후퇴했다.
이번 급락은 지난 23일 코스피가 910.71포인트(9.99%) 하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한 이후 불과 사흘 만에 다시 발생한 것이다. 단기간에 80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장세가 반복되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을 단일 악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간밤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지만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업종은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15.74% 급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59% 상승했고, MSCI 한국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3.92% 오르며 우호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증권가는 애플의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와 최근 반도체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동시에 출회된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다만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지정학적 충돌과 같은 대형 악재와 비교하면 시장 전체가 800포인트 이상 급락할 정도의 단일 충격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급락의 배경을 둘러싼 혼란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당혹감을 드러내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투자자가 "도대체 왜 이렇게 폭락하는 것이냐"고 올린 글에는 "그냥"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받으며 투자자들의 허탈한 심리를 보여줬다.
또 다른 투자자는 "애플발 악재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시장이 이 정도까지 급락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주식시장이 도박판처럼 변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시장 수급 구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반도체로의 자금 쏠림이 더욱 심화됐다"며 "다른 업종은 소외되고 공매도 영향만 커지는 현재 시장 구조가 정상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단일 악재보다는 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제품 가격 인상 이슈로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실질적으로는 최근 반도체주로의 자금 쏠림과 이에 따른 수급 변동성 확대가 이날 급락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코스피 반등 과정에서 반도체주가 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만큼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됐고, 반도체 비중이 높은 패시브 자금까지 이탈하면서 시장 전반으로 매도 압력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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