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탈모 급여화의 그늘…중증원형탈모엔 ‘현실적인 급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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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탈모 급여화의 그늘…중증원형탈모엔 ‘현실적인 급여’가 필요하다

헬스경향 2026-06-26 11:25:00 신고

허창훈 대한모발학회장(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탈모 건강보험 급여화 이슈로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이제는 사회가 탈모를 미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세무당국에서는 모발이식수술을 미용수술로 간주해 부가가치세까지 부과하는 상황인데 탈모가 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탈모환자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소외된 중증 탈모환자들이 있다.

탈모에는 크게 가늘어지는 형태의 탈모와 빠지는 형태의 탈모 두 가지가 있다. 가늘어지는 형태의 탈모는 일명 대머리라고 불리는 안드로겐 탈모증이 대표적이며 빠지는 형태의 탈모에는 항암 치료 후에 발생하는 생장기 탈모증, 동물의 털갈이와 유사한 휴지기 탈모증,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증이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하고 의학적인 치료가 꼭 필요한 탈모가 바로 원형탈모로 현재 유일하게 건강보험 급여를 받고 있다.

그동안 중증원형탈모의 치료제로 가장 널리 사용된 약제는 부작용이 많기로 소문난 스테로이드이다. 충분한 용량을 투여하면 탈모는 치료되지만 몸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따라와 결국 머리냐 몸이냐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다행히 의학의 발달로 ‘JAK억제제’라는 신약이 개발됐고 중증원형탈모에도 적응증을 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 달에 수십만원씩이나 되는 치료비로 인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치료할 수 있다는 비난도 받게 됐다. 동일한 약제가 중증 아토피피부염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중증원형탈모환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더 크게만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오는 7월 1일부터 JAK억제제 중 하나인 ‘올루미언트’라는 약제가 건강보험 급여의 대상이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환자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급여를 인정받기 위한 세부규정을 보면 그리 반가워만 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신환의 경우에는 다른 약제로 3개월 이상 치료해서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해야 하고 SALT50, 즉 두피면적의 50%이상에서 탈모가 발생해야 한다. 또 36주차(9개월)에 재평가를 해서 SALT20 이하, 즉 탈모면적이 두피면적의 20% 이하로 줄어들어야 지속적으로 투여를 할 수 있고 총 급여기간은 2년으로 제한한다.

중증원형탈모환자 가운데 가장 심한 경우는 두피뿐 아니라 눈썹, 속눈썹까지 침범해 온몸의 털이 다 소실된다. 이 경우 SALT점수는 SALT100으로 분류된다. 치료과정을 보면 SALT50에서 시작하는 사람과 가장 심한 SALT100에서 시작하는 사람 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똑같이 호전되는 상황이라도 36주차 평가에서 SALT20까지 호전이 돼야 급여를 지속인정을 받는다면 치료가 더 필요한 SALT100 환자가 아닌 SALT50인 사람이 더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뿐 아니라 수많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10%에 가까운 환자(Late Responder)들은 1년간 아무런 효과가 없다가 그 이후에야 서서히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2년 이후에 효과를 보는 환자들도 있음이 이미 증명됐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36주에 일괄적인 재평가로 급여지속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두 번째 문제는 2년이라는 급여기간의 제한이다. 아직 대부분의 논문에서 JAK억제제는 지속적인 복용이 권장된다. 약제를 끊으면 약 70~80%가 재발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용량을 줄여도 50%는 재발의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2년만 급여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약을 끊으면 악화될 것을 뻔히 알고서도 경제적인 부담을 더 지우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떡을 줬다가 도로 뺏는 격으로 이는 처음부터 안 주는 것보다 더 마음이 상하는 일이다.

세 번째 문제는 지금껏 비급여로 수십만원씩 스스로 부담하면서 치료받았던 환자들이다. 이 환자들이 비싼 약제를 선택한 데는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다른 치료에 효과가 없었다든지, 부작용이 심했다든지, 내 몸에 잠재적인 해가 가해지는 것이 싫다든지 등의 이유로 비싼 약이지만 처음부터 선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된 급여적용기준 세부사항(안)에 의하면 처음 투약 상황에 대한 자세한 중증도 상태, 사진 등의 입증할 추가 자료가 없을 경우 급여적용을 받을 수가 없다. 첫 투여 당시에는 이러한 조건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 의료진에 따라서는 다 챙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

또 중증원형탈모환자의 특성상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는 경우도 많은데 첫 상태나 치료했던 방법에 대해서는 환자들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급여적용이 안 된다고 일선에서 환자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의료진이고 증빙이 부실하거나 잘못 적용을 하는 경우 금전적·행정적 불이익을 받는 것도 의료진이라 참으로 걱정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중증원형탈모환자들과 ‘환자-의사 사이의 유대(rapport)’가 끊어질까봐 가장 우려된다.

네 번째는 재발 환자들의 재투여 문제이다. 일반적으로는 약제를 끊고 나서 재발되는 경우에는 SALT20 이하라도 더 악화되기 전에 미리미리 약제를 사용한다. 전두탈모(SALT100)를 단 한 번이라도 겪은 환자들은 다시 그렇게 될까봐 사전에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은 다 취한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두피의 절반이 탈모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급여로 처방하라는 것인데 이는 실제 진료현장과는 많은 괴리감이 있다. 또 재처방이 전체 2년 기간에 포함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문제이다. 최근 올루미언트 적응 연령이 18세 이상에서 12세 이상으로 확대됐다. 사실 탈모가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이 가장 큰 시기가 청소년기로 이 시기에 형성된 자아가 평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면 청소년에게는 사회적인 지원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급여화는 현재로선 성인만 대상이다. 하루 속히 12세 이상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다.

안드로겐 탈모증의 급여화로 시끌시끌한 세상에서 훨씬 심각한 질환인 중증원형탈모환자들은 병과도 싸워야 하고 주변의 시선과도 싸워야 하고, 사회적인 무관심, 상대적인 박탈감과도 싸워야 한다.

중증원형탈모환자들은 의학적으로도 꼭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7월 1일부터 시행될 약제에 대한 급여화가 환자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글 허창훈 대한모발학회장(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ㅣ정리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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