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책방] 사랑하자 되뇌어도 공허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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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책방] 사랑하자 되뇌어도 공허한 까닭

뉴스컬처 2026-06-26 10:17:00 신고

책 '나를 지키는 용기'. 사진=유노라이프
책 '나를 지키는 용기'. 사진=유노라이프

 

[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나를 사랑하자”는 문장은 다정한 위안처럼 들린다. 설경인의 '나를 지키는 용기'는 익숙한 주문부터 의심한다. 실제 감각이 따르지 않는 다짐은 배고픔을 말로 지우려는 시도와 닮았다. 저자는 마음을 달래는 표어 대신 우울, 무기력, 공허가 어떤 생각에서 태어나 자신과의 관계를 어떻게 훼손하는지 파고든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이력과 개인적 침체 경험은 서술에 임상 언어와 당사자성을 포갠다.

상실에 대한 소감으로 규정한 우울은 논지의 출발점이다. 소중한 인연, 신념, 자신감이 사라졌다는 자각이 슬픔을 낳는다. 희망 없음은 육체적 아픔보다 잔혹한 감옥으로 번진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끌어오는 까닭도 절망이 인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감각임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저술은 트라우마의 심부에 무력감을 세운다. 사건 자체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사람을 짓누른다고 본다.

무기력을 게으름보다 방어 반응에 가깝게 읽는 관점은 설득력이 크다. 가시밭에서 몸을 웅크리는 행위처럼 움직이지 못함은 고통을 피하려는 마지막 보호선이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나란히 밟는 자동차 비유는 욕망과 공포가 서로 반대 방향에서 힘을 거는 상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과 실패하면 더 아플 것이라는 예감이 충돌하면 정지가 오히려 안전한 선택으로 바뀐다. 해석의 힘은 멈춘 사람을 나약한 존재로 몰지 않는 데 있다.

책의 가장 날카로운 칼날은 아픔에 흔들리지 말라는 조언을 겨눈다. 이미 다친 사람에게 감정 조절까지 요구하면 또 하나의 과제가 얹힌다. 받아들이기, 내려놓기, 자기 사랑조차 수행해야 할 숙제로 변할 경우 실패감만 커진다. 설경인은 괴로움을 제거하려 애쓰기보다 고통이 치솟는 순간 자신을 향한 날 것의 소감을 관찰하라고 권한다. 미움 속에서 미안함을, 분노 아래서 고마움을 알아차리는 과정은 긍정 주문보다 훨씬 낮고 조용한 곳에서 시작된다.

모든 우울을 상실의 소감으로 묶거나 트라우마를 무력감 중심으로 설명하는 방식은 복잡한 정신질환을 한 갈래로 좁힐 우려도 남긴다. 생물학적 요인, 사회 구조, 약물 치료, 전문 상담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옅다. 독자는 자기비난의 언어를 점검하는 보조 도구로 읽을 필요가 있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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